슈거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설탕 수요 감소와 대체 감미료의 부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1)
슈거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설탕 수요 감소와 대체 감미료의 부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8.28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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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비싸지면 사용 줄어…부정적 이슈도 감소
수크랄로스 등 대체 감미료 반사이익 얻을 듯

최근 설탕 가격이 급상승해 올 5월까지 넉 달 연속 상승했다고 한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설탕 가격지수를 보면 2023년 5월 157.6로 정점을 찍었고 6월 152.2, 7월 112.8로 상승세가 좀 꺾인 것 같다. 그러나 설탕과 원료인 원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라 가공식품 전체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대체 감미료가 부상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요즘 설탕값이 하늘을 찌른다. FAO는 설탕 생산량이 여전히 소비량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국내 가공식품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설탕값 인상은 곧 가공식품 전체의 가격 인상을 의미하는 만큼 이미 가공식품의 물가는 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4.2% 오른 반면 가공식품은 9.1% 올랐다고 한다. 특히 가장 많이 소비되는 가공식품인 빵(10.8%)과 과자(11.2%)의 오름폭이 심상치 않다.

설탕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공급 차질’이다. 설탕 가격은 코로나가 시작되며 들썩이기 시작해 2021년 8월부터 약 1년간 잠시 하락세였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 개월간의 설탕 가격 급등 역시 브라질 등 주요 산지의 이상기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 세계 사탕수수 생산 1위 국가인 브라질에서는 폭염과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2위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 수출을 제한했으며, 4위 수출국인 태국도 작황이 악화돼 생산량을 줄였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사탕수수 가공공장에서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에 투입한 점도 수급 상황을 악화시켰다. 덧붙여 국제 곡물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함께 전 세계가 엔데믹에 접어들며 외식 수요가 늘고 이에 설탕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올여름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고되자 ‘슈거플레이션’(슈거+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떠오른다.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물가까지 끌어올리는 슈거플레이션이 예상된다. 엘니뇨 영향권인 브라질 등 주요 원당 생산국의 생산량이 내년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며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계속될 때, 그 첫 달을 말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가 올여름 나타날 확률을 70∼80%로 전망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국지성 폭우와 강우량이 늘어나 주요 원당 생산국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는 원당 생산량을 하향 조정했고 바이오연료 활성화 정책으로 사탕수수 일부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했다. 태국 역시 이상기후, 고부가가치 작물 전환 등으로 생산이 부진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오랫동안 이어진 폭염과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하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당과 설탕 수입 대부분을 호주, 태국 등에 의지하고 있어 생산량 감소 전망에 따른 수급 압박 요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설탕값 상승으로 설탕이 귀해지면서 설탕의 가치가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설탕은 21세기 담배로 불릴 정도로 공공의 적으로 규정화되고 있다. 충치와 비만은 물론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심장질환, 심지어 암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쯤이면 거의 독(毒)에 버금가는 취급이다.

설탕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다. 특유의 단맛과 칼로리 급원으로 인류를 사로잡으며 오랜 시간 귀한 대접을 받다가 갑자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국민 소득이 증가할수록 설탕 소비량이 많아지는 특성이 있어 세계 각국은 설탕을 인류의 건강을 해친 주범으로 몰며 설탕에 죄를 물리는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해 왔다.

그러나 설탕 가격 상승으로 최근 불고 있는 ‘제로슈가 푸드’ 바람의 주역인 설탕 대체 감미료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 같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 상 설탕 대신 식품에 사용 가능한 감미료는 현재 22종이 있다. 설탕보다 감미도(단맛을 내는 정도)가 높은 감미료로는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스테비아, 토마틴 등이 있고, 오히려 설탕보다 감미도가 낮은 당알콜류인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만니톨, 말티톨, 솔비톨 등이 있다. 이들 제로푸드는 설탕을 쓰지 않아 당 섭취 조절을 위한 대체재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제로 콜라 등 탄산음료뿐 아니라 사탕, 아이스티, 젤리, 쿠키 등 다양한 제로푸드가 출시되는 추세다.

앞으로는 설탕세를 물리지 않아도, 설탕 섭취를 줄이라고 캠페인 하지 않아도 설탕값이 비싸져 가공식품에 많이 쓸 수가 없고 소비자도 마음껏 먹기 어려워 자연스레 설탕 사용과 섭취가 줄어들 것 같다. 부정적 이슈도 덩달아 자연스레 사라질 것 같다.

그간 천일염도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등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었지만 최근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사태로 품귀현상이 일다 보니 귀해져 부정적 이슈가 자연스레 사라졌다. 설탕이고 소금이고 가격이 오르면 그 가치가 커지고 귀해져 많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세상사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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