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내년 10월 할랄 인증 의무화…선호도 높은 K-푸드 대비를
인니, 내년 10월 할랄 인증 의무화…선호도 높은 K-푸드 대비를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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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할랄 교역국…음료·유제품·베이커리 등 성장
‘할랄 제품 보장법’ 현지 유통 식품에 인증 취득 요구
비인증 제품은 분리 진열…신뢰도 저하에 비용 상승
일본, 동남아 전략으로 할랄 도입…닛신 등 공장 운영
미국 맥도날드 등도 인증…네슬레 대표적 할랄 기업
한국 라면·음료 등 인기…호감도 활용 경쟁력 높여야

우리나라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이자 동남아 한류의 중심지인 인도네시아(이하 인니)에서는 5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4년 10월17일부터 할랄 인증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할랄제품보장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률은, 인니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과 소비재에 할랄 인증을 요구하고, 인증되지 않은 제품들을 할랄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률의 적용으로 할랄 인증이 없는 제품의 수출 및 판매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NON-HALAL’ 또는 인니 식약청(BPOM)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라벨링을 하고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2024년 10월 이후에는 할랄 제품과 비할랄 제품을 분리하여 진열, 판매해야 하므로 유통 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낮아져 시장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쟁력 유지와 향후 시장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비용이 투자되더라도 할랄 인증서 취득이 여러모로 현지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 특히 현지의 한류 열풍에 따라 한국 식품에 대한 호기심과 반응이 뜨거운 것을 생각한다면 할랄 인증을 통해 시장을 더욱 다각화하고 공고히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에 대해 aT 자카르타 지사도 인니의 할랄 인증 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지사가 최근 발표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의무화가 한국식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을 통한 수출 확대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전체인구의 87%가 무슬림인 인니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선도, 품질,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할랄 인증으로 신뢰성이 더욱 확보된다면 일본, 미국, 유럽 제품들과 현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보고서 중 한국 할랄식품에 대한 현지 반응과 일본, 미국, 유럽 기업의 대응 등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 호의적인 한국 할랄식품

인니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의 할랄 제품은 주로 라면과 음료다. 반응도 좋다.

‘처음 보는 한국 식품을 본다면’이라는 설문에 “할랄 제품이라면 무조건 도전”, “맵지 않으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 “먹는 모습을 인스타에 올리면 인기스타” 등 한국 식품에 관해 높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접하는 젊은 층들의 증가로 한국 문화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한국 식품이 해당하지는 않는다. 비록 일부 무슬림 소비자들은 할랄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지 소비자들은 이슬람 문화와 종교로 인해 할랄식품에 대해 호의적이며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호감도가 높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할랄 인증 여부, 하람 성분 포함 여부 등은 명확하게 표시하고, 제품의 할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쌓은 명성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한 예로, 2001년 일본 아지노모토는 할랄 인증 조미료 원료를 바꾼 이후 공장 검사에서 돼지 췌장 성분이 발견된 적이 있다. 인니 소비자들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분노했고 하루아침에 인기 제품으로써 지위를 상실했다. 2017년에는 인니에서 판매되던 한국 라면 4종에서 돼지 유전자가 발견돼 판매 중단 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한편, 현지 소비자들이 할랄 인증 제품에 관심이 큰 것은, 종교적인 이유도 크지만 정부가 직접 규제를 준수하고 시장의 유통과정까지 확인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쿼라(Quora)에서 진행한 ‘할랄 제품 구매 시 주요 구매요인’이란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제품의 안전성 보장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즉 할랄 인증 제품이라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대부분 주요 한국 라면 제품들은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되고 있으며, 비할랄 제품 중 일부는 돼지 경고 문구를 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2024년 10월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식품과 소비재에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할랄 인증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이때부터 할랄‧비할랄 제품이 분리해 진열, 판매되는데 따른 유통 비용 상승과 신뢰도 저하 우려가 커, K-푸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니의 할랄 인증 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은 인니에서 유통 중인 다양한 할랄 제품들과 2022년 3월 1일부터 새롭게 적용된 인니의 할랄 인증 고로.
△2024년 10월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식품과 소비재에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할랄 인증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이때부터 할랄‧비할랄 제품이 분리해 진열, 판매되는데, 이에 따른 유통 비용 상승과 신뢰도 저하 우려가 커 K-푸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니의 할랄 인증 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은 인니에서 유통 중인 다양한 할랄 제품들과 2022년 3월 1일부터 새롭게 적용된 인니의 할랄 인증 고로.

● 일본, 현지 공장과 우회 진출로 시장 진출

자국 내 내수시장 축소로 일찍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한 일본의 경우, 인니와 말레이시아의 할랄 인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또 230개 기업이 할랄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닛신과 아지노모토, 롯데 등 현지 공장을 설립해 할랄식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다.

일본은 고품질의 식재료와 정교한 조리 기술로 유명하며, 한국식품과 비교 시 깔끔하고 섬세한 맛과 모양새가 강조된다.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일본 식품의 화려하고 다양한 가공식품과 이목을 잡는 패키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한국 식품은 일본 음식 대비 강한 매운맛과 발효 등 독특한 특징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할랄식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현지 할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먼저 건기식의 경우, 전체 공정에 대한 심사와 원재료에 대한 할랄성 인증 등으로 인해 인증 취득이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자국 내에서 생산한 원료에 대해 할랄 인증을 취득한 이후 인니 혹은 말레이시아의 제휴공장에 수출, 할랄 인증을 받은 생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유제품의 경우, 첨가물의 할랄 인증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대체 가능한 성분은 해외에서 할랄 원재료를 조달, 생산하고 있으나 이 경우 제조 원가의 상승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향후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품고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조미료는 원재료를 수출, 현지 생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인증을 취득해 유통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인니 할랄 인증 취득을 통한 수출 확대와 원재료 교차인증이 가능한 국가에서 할랄 제품을 생산해 인니로 우회 진출하고 있다. 또 원재료를 대체하거나 할랄 심사 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를 통한 공정 분리, 할랄성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부서 신설과 직원의 교육 시행 등으로 할랄 인증 의무화에 대비하고 있다.

● 미국, 이슬람·아세안 시장 확대에 인증 기업 늘어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인니 할랄 인증에 대해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규정을 준비 중인 것은 없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는 성장하는 이슬람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할랄 인증을 준비하거나 취득 중이다. 특히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니 할랄 인증을 받는 미국 대기업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다국적 식품과 농업 기업인 카길은 인니 할랄을 인증받아 곡식을 원재료로 생산한 식품을 현지에서 생산, 유통하고 있다. 펩시코는 일부 음료 및 제품들을 인니에서 생산해 할랄 인증을 취득 후 유통하고 있으며, 제너럴밀즈도 일부 시리얼 제품들과 식품들에 대해 인증을 받아 인니로 수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형 카페테리아나 KFC, 서브웨이, 맥도날드 등 글로벌 체인들도 할랄 인증을 받아 현지에서 운영 중이다.

한편, 유럽 기업들도 인니 할랄 인증 정책과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은 도살장과 원재료를 곡식류로 변경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한 예로,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식품 시장 진출을 위해 이에 맞는 원재료를 사용하여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대표적인 할랄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할랄식품 시장 2025년 2조8000억 달러 규모

미국 할랄 산업 개발 및 진흥 기구의 '세계 할랄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할랄식품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할랄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달한다. 스타티스타는 2025년에는 2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전보다 할랄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할랄식품 시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5대 할랄 제품 교역국인 인도네시아는 주로 쌀과 곡류, 콩, 고구마, 바나나 등의 주요 식료품과 닭고기, 소고기 등의 육류 제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으며, 해산물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우유와 치즈, 요거트 등 유제품 소비가 늘고 있으며,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음료, 가공식품, 베이커리, 파스타 등도 선호도가 높다.

한편, 리서치게이트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의 경우 현지인들은 일반적으로 단맛, 짠맛, 매운맛 등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여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을 선호한다. 또 커피믹스, 차, 초코우유 등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도 좋아하며, 간식 먹기를 좋아해 식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와룽이라는 작은 길거리 식당에서 간단하게 조리된 음식을 즐겨 먹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할랄식품 시장 또한 같이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늘면서 외식시장도 계속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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