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tanghulu)의 기원과 열풍의 비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7)
탕후루(tanghulu)의 기원과 열풍의 비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3.18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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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과일 디저트…거란에서 북송으로 유입 설
MZ 세대에 인기…당분 과다로 비만 등 주의해야

온 나라가 탕후루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분다. 서울의 강남, 명동, 홍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마다 탕후루 매장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길게 늘어선 줄은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SNS에서는 탕후루 먹방, 탕후루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고 급기야 ‘탕친민국(탕후루에 열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문을 연 탕후루 전문점이 너무 많아 1년 새 탕후루 점포 수가 14배나 늘었고 점포별 매출도 1,678%나 급증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탕후루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간식이 됐다. 과거 산사나무 열매가 써 설탕을 덧입혀 먹던 것에서 이제는 충분히 단 다양한 과일에 설탕까지 곁들이니 극강의 단맛을 자랑하는 디저트로 바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탕후루는 냉동·간편 조리식품 부문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식품으로 꼽혔다. 또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 지난 4년간(2020~2023년)의 온라인 데이터를 900만 건 이상 분석해 과일 트렌드를 주제로 온라인 언급량과 키워드를 정리한 FATI(Farm Trend & Issue)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탕후루, 빙수 등 과일을 사용한 디저트가 유행하고 있어 과일 소비량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탕후루(tanghulu)는 산사나무 열매나 딸기 등 작은 과일을 대나무 꼬치에 꿴 뒤 설탕과 물엿을 입혀 만드는 중국의 전통 과자다. 당(糖)을 뜻하는 ‘탕’과 호리병박을 뜻하는 ‘호로(葫蘆)’가 붙은 것이다. 탕후루의 어원을 보면, 탕후루 모양새 자체가 호리병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표주박 모양의 도자기 그릇에 꿀물이나 설탕물 즉 당을 끓여 과일을 찍어 먹으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왕래가 시작된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고 하는데, 그 기원으로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첫째,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들이 먹던 간식이 북송에 유입된 것으로 본다. 거란족들은 썩기 쉬운 과일을 보존하기 위해 녹인 엿을 과일에 발라 말리거나 얼려 굳혀 먹었는데 이것이 탕후루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800년 전 송나라 시대 황귀비와 관련이 있다. 12세기 말 남송 황제 광종의 애첩 황귀비가 원인 모를 병을 앓았는데, 의사가 설탕물에 담근 산사나무 열매를 보약처럼 먹게 해 나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며 대중 음식으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즉, 보약으로 쓰였다는 것인데, 식품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둘 다 그럴듯하고 근거 있는 말이라 여겨진다.

과거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수확한 과일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으로 설탕이나 물엿을 활용한 당절임, 건포도, 곶감 등과 같은 건조, 술을 담그는 발효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전자가 더 신뢰가 간다.

물론 과거 환자에게 기력을 회복시키려고 설탕물을 마시게 했을 정도이니 과일에 설탕을 발라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당도가 높은 과일은 그냥 먹어도 되지만 하품(下品)의 과일이나 덜 익은 과일은 낮은 당도로 바로 먹기가 나빠 설탕을 발라 당도를 높인 탕후루로 만들어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탕후루 유행의 시작은 SNS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였다. 탕후루 설탕 코팅의 바삭한 소리를 담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먹방 유튜버들이 이를 영상 아이템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탕후루가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한 비주얼을 자랑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아이템이 된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물론 무엇보다도 탕후루의 성공 요인은 맛이다. 설탕 시럽을 코팅해 바삭한 식감을 주고 여기에 생과일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또 설탕에 과일의 단맛까지 더해져 식사 후 입가심하기 좋아 ‘식후탕(밥 먹고 난 뒤 탕후루)'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탕후루가 작년 국정감사에 소환될 정도였다. 탕후루 시럽이 당뇨와 비만 등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탕후루의 칼로리는 100g당 70~100㎉로 과일의 과당뿐 아니라 설탕, 물엿 등이 포함돼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총칼로리의 10% 미만을 당류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루 권장칼로리가 2000kcal인 성인 여성을 기준으로 권장 당류 섭취량은 약 50g, 성인 남성의 경우(2500kcal) 약 62.5g이다.

탕후루 1개에는 일반적으로 설탕이 10∼25g 정도 들어가니 여성은 3개, 남성은 4개 정도 섭취하면 하루 권장 당 섭취량을 초과하게 된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더 적게 먹어야 한다. 과도한 당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 2형 당뇨병,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설탕 중독성도 일으킨다. 또한 탕후루와 같이 딱딱한 음식을 자주 먹으면 턱관절이나 얼굴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먹을 때 이가 깨질 위험과 충치 발생 우려도 존재한다.

혹시라도 탕후루가 건강 및 안전성 이슈나 품질 논란에 휩쓸린다면 그 인기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전에 탕후루처럼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과 2016년 대만 카스테라가 있었다. 하지만 각각 벌집 토핑 인공 파라핀 성분 검출, 속임수 광고 및 기름 범벅 논란으로 금세 그 인기가 시들었던 일이 있었다.

유행 음식은 한철이라고 하는데, 탕후루의 인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며, 언제든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탕후루에는 과도한 당으로 인한 건강 문제, 꼬치 등 쓰레기 환경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인간의 본성인 달콤함과 과일이 주는 좋은 점도 크니 과유불급(過猶不及) 적당히 즐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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