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비아의 가공식품 ‘건강세’ 부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4)
콜럼비아의 가공식품 ‘건강세’ 부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2.26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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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등 고함량·초가공식품에 세계 첫 10% 세금
패스트푸드 등 음식 탓 말고 나쁜 식습관 고쳐야

작년 말 콜롬비아 보건부는 인공향료나 색소, 감미료 등 첨가제를 포함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과 소금·설탕 또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에 ‘건강세(Health tax)’ 10%를 매긴다고 밝혔다. 게다가 과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2025년엔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감자 칩 등 튀겨서 만드는 스낵과 비스킷, 즉석식품, 잼, 초콜릿, 탄산음료, 시리얼, 가공육, 케이크 등 가공식품이 대상이다. 콜롬비아는 이번 조치로 국가 의료비용 절감 및 당뇨병, 비만 등 생활습관병 억제와 심혈관 질환, 고혈압 등 국민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보면 콜롬비아 25세 이상 국민은 한국과 비슷한 하루 평균 12g의 소금을 소비하고 콜롬비아 내 비전염성 질병 중 사망 1위는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31%)으로 조사됐다. 이는 나트륨 과다 섭취와 세계 평균(13%)을 크게 웃도는 18세 이상 비만율(22%)과 가장 연관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건강세는 세계 최초로 가공식품에 메겨지는 포괄적 세금이다. 콜롬비아에서는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을 ‘정크푸드’라 부르며 여기에 부과하는 건강세를 ‘정크푸드법'이라고 부른다. 그간 담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많았지만, 가공식품까지 확대한 국가는 없었다.

이런 종류의 건강세는 많은 나라에서 주로 설탕, 소금 등에 메겨 왔는데, 음식 물가와 가공제품 가격만 상승시켰지 실제 섭취량 자체를 줄이지는 못해 대부분 실효성 부족으로 폐지되고 있다. 이런 사례로 볼 때 이번 콜롬비아의 건강세 부과 조치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가공식품은 식량을 확보하고 다양한 맛을 즐기게 한다는 긍정적 측면에서 인류에 기여한 바가 크며, 고가(高價)의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사 먹을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이에 건강세는 오히려 빈곤층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될 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가뜩이나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까지 올린다면 식품업계와 소비자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다.

많은 사람은 열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사악한 음식으로 몰아간다. 게다가 기름 등 지방 성분과 함께 당, 소금,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햄버거, 소시지, 햄, 라면, 시리얼, 탄산음료, 과자류 등 대부분 가공식품을 정크푸드로 분류한다. 그러나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햄버거 매장마다 긴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로 손님이 넘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음식들은 특히 어린이나 젋은 층에게 인기가 높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사실 패스트푸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사 준비시간을 절약해 주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열량을 제공해줘 고마운 음식인데, 고열량이라 정크푸드라 불리고 1회용 포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사실 열량이 높아야 식사가 되고 가성비도 높은 음식인데도 말이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태생적으로 나쁜 음식이 아니다. 이는 우리 K-푸드의 대표 김밥과 같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에 채소까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완전식이다. 과거 햄버거에 핑크슬라임(쇠고기 부산물에다 암모늄수산화물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 등 저질 식재료를 사용했던 것이 정크푸드라는 오명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햄버거에도 신선하고 고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는 조리 시간이 짧고 편리하므로 오히려 위생·안전 측면에선 미생물 번식 시간을 허용하는 슬로푸드에 비해 장점이 더 크다.

음식은 죄가 없다. 음식을 나쁘게 만드는 건 바로 사람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가공식품, 패스트푸드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 부족 등 자신의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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