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 일본 치즈 시장 분석
[마켓트렌드] 일본 치즈 시장 분석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0.03.31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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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감소 속 술안주에 건강 효과로 인기
치즈 소비량 35만2930톤…1인당 구입액 1976엔으로 7.2% 상승
자연 치즈 58% 늘어난 21만톤-가공치즈 14만 톤
유제품 강국 EU 등 공세…수입 28만 톤으로 증가세
국산 가격 경쟁력 약해 13.6% 점유…수출로 돌파구

전 세계적으로 우유가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치즈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유업계는 치즈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EU와 미국 등 치즈 강국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이들 국가는 자국 산업을 지키는 한편 수입산과 경쟁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최근 코트라 도쿄무역관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일본 치즈 시장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도 인구 감소로 인해 조제분유와 우유 소비량이 감소 추세이나 우유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1인 가구 및 집에서 술을 즐기는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소포장 안주용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유제품군에서는 치즈가 크게 활약 중이다. 아울러 내수 극복을 위해 일본산 치즈는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이 활발하다. 반면, 2017년 기준 한국산 가공 치즈 수출량은 일본에 비해 1/5 정도에 그치고 있어 대조적이다. 또 일본은 수입산과 경쟁하기 위한 독자적인 맛과 생산 환경을 자랑하는 창의적인 치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관은 공략 가능한 틈새시장 개척과 함께 제품 다양화 등이 요구되는 시점으로 일본 시장을 참고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무역관이 분석한 보고서를 간추렸다.

■ 엇갈리는 우유와 치즈 소비 추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해 최근 일본의 우유 소비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치즈, 버터, 요구르트에 대한 지출 금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총무성 가계조사보고에 따르면, 2000년 이래로 전체 유제품 지출액 추이는 2008년까지 감소세였으나 점차 회복해 최근 5년 사이에는 20년 전의 규모를 넘어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좀 더 살펴보면, 2018년 전국 1인당 유제품 지출액은 1만 2167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던 전년도의 지출을 근소하게 밑돌았다. 전체의 약 40%가 넘는 우유는 5017엔으로 2.3% 감소했고 요구르트가 4431엔으로 1.4% 감소했다. 반면에 버터는 358엔으로 3.5% 증가했고 치즈의 경우 1976엔으로 7.2% 증가했다.

우유는 2000년 당시만 해도 유제품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 음료시장의 다양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점차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치즈 소비량은 2015년 역대 최고치였던 32만 1096톤을 기록한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으로 최고치를 갱신해 2018년도 일본 국내 치즈 소비량은 전년대비 4% 증가한 35만 2930톤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의 건강 추구와 집에서 마시는 술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특히 자연 치즈에 대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자연 치즈의 소비량은 2008년 132만 5000톤에서 2018년 210만 4000톤으로 10년 만에 58.8% 가량 증가했다. 가공 치즈의 소비량은 2008년 105만 3000톤에서 2018년에는 142만 6000톤으로 약 35.4% 증가했다.

이처럼 일본 내 원유생산량 감소로 인해 2018년 봄 대형 유업체들이 치즈 가격을 대폭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관세가 인하된 유럽 치즈의 확산과 더불어 향후 치즈 시장은 활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자료: 농림수산성 자료를 토대로 농축산업진흥기구(ALIC)
자료: 농림수산성 자료를 토대로 농축산업진흥기구(ALIC)

■ 치즈 인기 요인

◇널리 알려진 건강 효능

치즈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권장되는 고단백, 고칼슘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일찍부터 서구 문물을 접해온 일본에서도 지금은 국민식품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 상태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각종 치즈의 건강 증진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블루 치즈의 경우 2018년 3월 미디어를 통해 혈관 나이를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한바 있다.

2015년엔 까망베르 치즈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TV에 소개됐다. 그 뒤로 까망베르 치즈 생산을 위해 공장이 신규 가동돼 일본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2012~2018년 사이 까망베르 치즈 시장 규모는 50억 엔 이상 상승해 166억 엔에 달하고 있다. 또 일본 유업계 1위를 차지하는 '메이지'에서도 까망베르 치즈의 의학적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별도의 페이지를 직접 운영 중이다.

△일본에서도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대신 치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혈관 건강 및 치매 예방 등 치즈가 갖고 있는 다양한 건강 효과 뿐만 아니라 치즈를 활용한 각종 요리가 SNS용 사진으로 호평받기 때문이다. (출처 = Pixbay)
△일본에서도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대신 치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혈관 건강 및 치매 예방 등 치즈가 갖고 있는 다양한 건강 효과 뿐만 아니라 치즈를 활용한 각종 요리가 SNS용 사진으로 호평받기 때문이다. (출처 = Pixbay)

◇치즈 활용 요리 열풍

치즈 등을 이용해 만드는 프랑스 감자 요리 알리고나 치즈닭갈비, 치즈핫도그 등 한국 요리와 치즈의 결합 또한 일본 치즈 붐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 전통차, 크림치즈티, 주먹밥과 같은 전통 일식과 음료 등에도 치즈 열풍이 불고 있다. 또 치즈로 만든 음식의 상당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용으로도 호평받고 있어 치즈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또한 치즈 퐁듀, 라끌레뜨, 바스크 치즈케이크 등은 이미 일본 외식 문화에서 대중적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1등 안주 치즈

2019년 10월 소비증세가 이뤄질 때 외식, 주류에 대해서는 경감세율이 적용되지 않아 외식업계의 매출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절약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감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인 식재료, 반찬, 도시락을 포장해오거나 직접 조리해서 먹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음주에 대해서도 안주를 구매해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향이 더욱 굳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베이비 치즈는 적절한 가격과 풍부한 다양성, 그리고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에 따른 수요 증가 덕분에 인기가 높다. 6P 치즈의 경우에도 어릴 적부터 그 소비에 익숙한 단카이 세대가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2016년 일본 대형 유업체 '유키지루시메구밀크'는 집에서 즐기는 술의 안주 순위에 대해 조사한바 있다. 이에 따르면 치즈는 와인과 하이볼의 안주로서 1위, 위스키에서 2위, 맥주와 츄하이에 대해서는 5위를 차지했다. 즉 주류 전반을 대상으로 비중이 48.2%로 안주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무성의 가계조사에서는 가정의 와인 구매량이 2018년 전년대비 8% 증가했으며, 일본 농림수산성은 와인 소비 증가에 따라 한입 크기로 포장된 치즈의 수요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수입 치즈의 시장 잠식

◇치즈 수입 현황

재무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2018년 치즈 수입량은 28만 5701톤으로 4년 연속 최대치를 갱신했다. 이는 전년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세부 내역으로는 자연 치즈가 27만 8387톤으로 4.9% 증가했고 가공 치즈가 7314톤으로 0.1% 증가했다. 2019년에도 1~11월의 치즈 수입량이 전년대비 5.8% 증가한 27만 9264톤으로 또다시 최고치 기록이 예상된다.

일본의 해외 치즈 수입처를 보면 EU가 10만 1532톤으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고, 호주가 8만 3043톤, 뉴질랜드가 6만 2214톤, 미국이 3만 3256톤 순이다.

◇일본산 치즈 생산 증가, 수입산엔 역부족

일본 중앙낙농회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 소유를 제외한 일본의 치즈 공방 숫자는 2006년의 106개소에서 2018년에는 319개소까지 늘어났다. 2018년 일본의 자연 치즈 생산량은 전년대비 0.3% 증가한 4만 5384톤이며, 가공 치즈 생산량은 13만 2918톤으로 전년대비 4.4% 증가했다.

이처럼 일본의 치즈 생산은 호조이지만 수입품의 물량 공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치즈 총 소비량에서 일본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대비 0.6% 감소한 13.6%에 그쳤다. 국산 소비량 비율이 20%에 달했던 2008년 이래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치즈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공세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일본 치즈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색 있는 일본 치즈 생산과 진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술안주 맞춤형으로 출시된 일본 치즈 제품들. (출처=KOTRA 도쿄 무역관)
△치즈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공세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일본 치즈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색 있는 일본 치즈 생산과 진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술안주 맞춤형으로 출시된 일본 치즈 제품들. (출처=KOTRA 도쿄 무역관)

◇일본산 치즈 경쟁력 강화

EU, 호주와의 EPA 발효로 일본 시장에서 수입산 치즈의 비중이 점차 증가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일본 정부에서는 국내 낙농산업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역협정 상대국에서 치즈를 수입할 때 일정 비율의 일본산 원료유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무관세 혜택을 통해 낙농산업을 보호 중이다.

이 외에도 가공원료유 생산자들에 대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치즈 원료유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충족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 같은 낙농가 지원 정책으로 일본은 원유자급률 60%대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고, 낙농가 및 원유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 조치가 최종적으로는 국산 치즈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한편 일본산 치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일본치즈협회가 2019년 11월 설립돼 2020년 1월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품질 인증사업 진행, 특색 있는 일본 치즈의 생산, 치즈를 통한 지역 진흥 등에 힘쓸 계획이다.

◇민간 차원 노력

물량이 해마다 증가하는 수입 제품에 비해 일본산 치즈의 큰 결점은 가격경쟁력에 있다. 또 질적 차별화가 어려운 슬라이스, 슈레드 외에도 저가 제품이 선호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수입산 치즈 앞에 일본 대형 유업체 제품들이 계속 고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맛, 신선도, 식감을 무기로 해외 수입 치즈와 승부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키지루시메구밀크가 홋카이도 생유만을 사용해 만든 '찢어지는 치즈'로, 독특한 식감으로 호평받고 있다.

또 월드 치즈 어워드 2019에서는 일본의 18공방 30제품이 출전해 11공방 14제품이 입상했다. 특히 도치기현의 치즈 공방 나스노모리에서 선보인 ‘모리노치즈’가 베스트16에 선정돼 슈퍼 골드를 획득하는 등 입상품 가운데 절반이 천혜의 낙농 환경을 자랑하는 홋카이도산 제품으로서 호실적을 거뒀다.

이 외에도 일본산 가공 치즈는 이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높아 수출이 활발하다. 즉 수입산에 밀린 국내 시장 대신 서구화가 한창인 거대시장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전반으로 수출을 확대해 내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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