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문제 세계적 적색경보…국내 비상 시 수요 물량 확보 체계 마련 시급
식량 문제 세계적 적색경보…국내 비상 시 수요 물량 확보 체계 마련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9.21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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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Q 조정·민간 비축제 도입으로 원료 수급 안정화를
곡물비축에 밀 등 추가하고 러시아 등과 농업협력 필요
쌀 외 맥류 등 자급률 법제화,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도
업계와 협력 통해 원료 조달-생산-공급체계 구축해야
식량안보연구재단, ‘국가 비상 시 식량안보계획’ 식량안보세미나 개최

코로나 19 등 질병 및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세계 식량안보가 적색경보를 띠고 가운데 특히 식량 대부분을 해외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상 시 필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요 곡물의 안정적 반입체계가 무너질 경우 식품업계 원료난이 대두되고, 무엇보다 군대의 경우 비상 시 섭취할 전투식량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식량 자급률 46.7%, 곡물자급률 2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현진 이사장
△박현진 이사장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에 대비해 식품기업은 해외원료수급 다변화와 국산 원료 대체, 해외식량기지 구축 등이 필요하며, 정부는 식품기업이 원활한 원료 조달이 가능하도록 통관, 검역, 검사, 단속 등 신속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원료조달-생산-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 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박현진)은 14일 제25회 식량안보세미나를 온라인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국가 비상 시 식량안보계획’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시간을 가져 큰 주목을 끌었다.

△송성완 이사
△송성완 이사

송성완 식품산업협회 이사는 식품제조업의 경우 종업원 50인 미만의 식품기업이 97%로 규모가 영세하고, 원료 7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해 국가위기 시 시나리오별 대처방안을 세밀하게 수립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업으로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해 TRQ 물량 조정 등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 및 민간 비축제도 도입지원으로 원료수급 안정화를 꾀하고, 소재원료에 대한 식품기업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료 가공전용단지 조성 및 해외식량기지 구축 △유통 및 가격결정 구조의 정책적 접근을 통한 신뢰형성 등 수입 원료를 국산화 대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한 뒤 제약, 전자, IT 등 첨단기술과 소비트렌드를 융합하는 고부가가치 식품개발 강화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송 이사의 주장이다.

정부 역시 식량위기 비상 시 원산지표시, 위생점검 등의 단속을 한시적 유예하는 등 산업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쌀 위주 정책을 밭작물 등 소재원료를 사용한 다양한 곡물을 균일한 품질로 낮은 단가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특히 R&D 지원 규모를 늘려 최근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커지는 트렌드에 맞춰 식품공학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성진 부연구위원
△박성진 부연구위원

박성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수입 의존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위기 상황을 대비해 최소 필요량의 곡물을 비축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데, 현재 쌀과 콩에만 국한된 ‘곡물 비축제도’를 소비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밀 등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 식량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식량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우리나라처럼 식량 생산 자급률이 낮은 곳은 유사 시 국가의 안정적 식량공급 차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식량위기 비상시를 대비해 국내생산 증대를 기본으로 하되 안정적 수입확보와 주요 농산물 비축을 적절히 조합하고 있다. 또 모니터링과 유사 시 대비한 식량안전보장 대응 매뉴얼을 강구하고, 관련 정책이나 입안을 통해 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식량자급률 제고에 관한 정책적 법제화가 미비하고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박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주요 곡물 수입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우리나라 해외농업개발 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과 투자협정 등을 활용한 협력관계를 통해 46.7% 수준의 식량자급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고, 쌀 외에도 미곡, 맥류, 두류, 옥수수 등 곡물의 비축제도로 주요 곡물의 안정적 반입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독자적 곡물 도입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택 교수
△이남택 교수

이남택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식량안보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대한민국의 세계 식량안보 순위는 30위 근처에 머무르고 있어 세계적 식량위기가 초래할 경우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 식량위기 속에서도 국민에게 식량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 법제화 등의 노력과 수입선 다변화, 식량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운영 등 다양한 정책들이 수반돼야 하며, 곡물 비축제도 확대를 위해 양곡관리법에 쌀 외에도 미곡, 맥류, 두류, 옥수수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곡물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국가 간 협력관계 강화와 한국의 독자적 곡물 도입 시스템 구축은 물론 해외 농지 개발·운영 등에 대한 다각적 투자를 통해 비상 시 곡물 확보나 반입을 유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 이 교수는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군의 전투식량 공급은 민간인 공급방안에 비해 큰 우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상 시 민간의 국내 부족식량은 해외조달 등 수단으로 공급되지만 군의 전투식량의 경우 정부가 어떤 형태의 식량 확보를 통해서든 군의 전투식량을 최우선 공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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