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50억 투입 '기능성원료은행' 설립, 건기식 업계는 시큰둥
[단독]150억 투입 '기능성원료은행' 설립, 건기식 업계는 시큰둥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0.11.0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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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등 고시형만 비축 가능…수익 적고 경쟁력 약한 분야
정부 R&D 산업화 저조…개별인정형 자금 보조가 효율적
식품진흥원 “다수 중소업체엔 도움…일반식품 업계도 지원”
△기능성 원료은행 구축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와 식품진흥원은 기능성 규명 작업과 연계한 중소기업 지원,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와 접목한 개발로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사진=식품진흥원 내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
△기능성 원료은행 구축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와 식품진흥원은 기능성 규명 작업과 연계한 중소기업 지원,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와 접목한 개발로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사진은 식품진흥원 내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

농식품부가 총 150억 원(국비70%, 지방비30%)을 투입해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능성원료은행 공모사업에 전북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식품진흥원)이 선정된 가운데 정작 주고객이 될 건기식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기능성원료은행 설립 취지는 국산 농산물 유래 기능성식품 소재의 생산·보관·공급을 통해 기능성 원료 국산화를 실현하고 관련 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

고시형 원료 가운데 수요가 많지만 국내 단가가 높고 수입 비중이 높은 원료를 정부가 생산·보관하고, 개별 인정형 원료 연구 개발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이용을 장려해 궁극적으로 기능성 식품산업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기식 업계는 기능성 원료 단가를 낮추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반종자은행과 달리 건기식 기능성 원료은행의 구축과 운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능성 원료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는 등 산업과 연계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 주도 원료은행에 구비할 수 있는 것은 홍삼 비타민 등 고시형 원료만 가능한데, 이들 원료는 이미 일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 중이거나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수년 전부터 수익성 저하와 상품경쟁력 약화로 기업들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어 기능성 원료은행에서 고시형 원료를 구비한다고 해도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최근 건기식 판매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헤모힘,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등 개별 인정형 원료는 연구개발 기업이 6년간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이후에도 제품화 개수에 따라 이 권한을 이어 갈 수 있어 기능성 원료은행이 이들 원료를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외에도 농식품부가 최근 몇 년간 공들인 기능성 원료 개발 노력은 대부분 연구 성과 발표단계에서 그쳤고, 식약처 기능성 인정 및 산업 적용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선례가 있어 기능성 원료은행이 제시한 자체 연구개발 후 최종 산업화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 농식품부와 식품진흥원은 지난 2018년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국내 농산물로 대체하기 위해 기능성 농식품 자원 실태 조사사업을 펼쳐왔고, 17개 기능성에 대한 136개 대체소재 후보군을 발굴했지만 아직 식약처 인정을 받은 소재는 없는 상황이다.

건기식 협회 관계자는 “현재 개별 인정형 원료를 개발 중인 업체들 가운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다”며 “이들 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향후 수익을 공유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은 물론 수출 확대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큰 금액을 투자하는 만큼 완공시기까지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세부 목표의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원료은행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선 건기식 업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원료의 공급이 아닌 새 원료 개발과 관련된 지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식품진흥원 관계자는 “기능성 원료은행은 건기식 업계뿐 아니라 식품업계도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됐고, 이는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추진 중인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와 접목해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 뒤 “고시형 원료 가운데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에 포함되는 포지티브리스트 원료 30개가 우선 취급예정이고 향후 리스트에 추가되는 원료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식품기업들이 일반식품에 기능성 원료 투여 및 분석을 원할 시 지원하고, 기능성 원료의 공급보다 테스트용 원료를 제공하고 분양하는 것이 기능성원료은행의 중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기식 업계 내 벤처·소형 업체들 가운데 기능성 원료 수급 어려움으로 연구개발에 난항을 겪는 곳들도 많다”며 “기능성원료은행의 실효성은 중대형 건기식 업체뿐 아니라 이들 소용 업체들의 요구와 필요도 판단해서 생각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식품부와 식품진흥원은 지난 6월 식약처, 농진청, 한식연과 함께 ‘국산식품소재 기능성규명사업단’을 출범 시키는 등 국내 자생 농산물의 기능성 규명 작업을 가속화 해 향후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에 이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기존 소재 발굴 및 연구 단계에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식약처로 부터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아 산업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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