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전쟁’②:간장 명칭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0)
‘간장전쟁’②:간장 명칭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11.02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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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식 개명 해외 시장 놓쳐…안전성 논란은 수출에 찬물
산분해 빼고 ‘간장’으로 통일 바람직
한식·양조는 뒤쪽 괄호 안에 표기
혼합간장은 정의 개정…비율 표시로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국회의원은 토론회를 개최해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발효방식으로 만드는 재래식 간장과 양조간장만을 ‘간장’으로 칭하고 산분해방식이나 양조간장과 혼합한 혼합간장 등은 간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조미액’이라고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 있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아미노산조미액, 단백가수분해물조미액’ 등으로 표기하자는 주장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국민 양념 ‘간장(醬油, Soy sauce)’에 대한 말들이 유난히도 많은 것이 우리나라다. COVID-19 시대에 콩 단백질의 공급원이고 면역에 좋다는 긍정적 이야기가 있어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소금 덩어리, 발암물질, 곰팡이독 등 부정적 이슈가 많아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한 상황이다.

특히 산분해간장에서 나오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양조간장 등 발효식품에서 생기는 에틸카바메이트 발암물질, 재래식 메주의 곰팡이독 논란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GMO 완전표시제 시행으로 GM콩 문제로도 시끌거리고 천일염-정제염 소금 논란에 알레르기 물질 혼입 문제까지 부정적 이슈가 넘쳐난다. 사실 간장은 주식이 아닌 양념에 불과해 얼마 먹지 않아 나트륨이나 유해성 물질이 주는 인체 건강문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식품공전 상 간장의 유형은 크게 전통 발효기법으로 만든 ‘(재래식)한식간장’, 양조장에서 메주를 종균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간장’, 염산과 가열처리로 콩을 대량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만드는 산분해간장, 이들을 섞은 ‘혼합간장’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산분해간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탈지대두와 소백 전분의 부산물인 글루텐에 염산을 가해 가수분해로 아미노산을 생성시켜 만든 간장으로 ‘아미노산간장’이라고도 불리는데 대만에서는 속성간장, 가수분해간장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이들 세 가지 유형을 섞은 ‘혼합간장’도 있다. 혼합간장은 연간 8천 톤에 달하는 수출량으로 국내 전체 간장 수출량(1만 여 톤)의 62%, 전체 장류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큰 간장이다. 혼합간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분해간장도 수출의 21%를 차지해 우리나라 간장 수출에서의 역할이 매우 크다.

수출상품의 경우 그 명칭을 주도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래서 선진국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적극 참여해 수출품의 규격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그야말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K-Food의 성공은 국제 규격과 브랜드의 선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K-Food 하면 ‘김치’, ‘두부’, ‘라면’, ‘만두’, ‘장류’, ‘김스넥’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의 글로벌 규격과 브랜드를 반드시 우리나라가 주도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있고 수출 잘하고 있는 ‘혼합간장’이라는 우리나라가 만든 브랜드를 산분해간장이 주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간장’이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하고 ‘아미노산액’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정말 황당하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그 누구도 안전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안전성 논란을 부각시키고 명칭까지도 못 쓰게 한다면 자금 수입해 먹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혼합간장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일치단결해 ‘간장(Soy sauce)’, ‘혼합간장(Mixed Soy sauce)’이라는 명칭과 규격을 CODEX 등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 우리나라가 세계 간장시장을 주도케 해도 부족한 시기다. 괜히 국내에서 분란을 일으켜 힘들게 일군 브랜드와 시장을 버리고 오히려 일본, 중국을 따라 명칭을 바꾸자는 것은 그야말로 소탐대실 나라를 망치는 것이다.

특히 일본, 중국의 유형분류를 인용해 발효하지 않은 간장에 대해 ‘간장’이 아닌 ‘아미노산액’으로 규정토록 제안하고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야만 간장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참기름도 옛날처럼 깨를 태워서 짜야 진짜 참기름이고, 초고압 압착이나 CO2 초임계추출 방식으로 짠 참기름은 가짜인가? 과거 나무 숯이나 석탄으로 끓여 가공한 제품만 진짜이고 가스, 전기, 수소 연료로 가열, 가공한 식품은 가짜란 말인가? 바닷물을 가열, 여과한 정제염은 가짜소금, 개펄에서 만들어진 것만 진짜소금이라는 허황된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은 표시와 규격을 자국 수출품에 유리하게 정부-산업계가 힘을 합쳐 외교 산업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 기업 스스로가 그 동안 정부 도움 없이 힘들게 일군 혼합간장 수출시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득 너구리라면 벤조피렌 사건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정부가 위해성평가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도 될 리콜(회수명령)을 하는 바람에 외국에서도 덩달아 리콜이 이어져 힘들게 일군 수출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 적이 있었다. 이런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식품산업 육성 및 수출 관련 부처인 농식품부는 장류가 수출 일등공신이라고 추켜세우는 마당에 산업체끼리 오히려 힘을 보태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공법을 개발해 식품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식품과학자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기 바란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던 최종제품의 성상이 간장 규격에 적합하면 간장인 것이다. 국제적으로 CODEX의 간장(Soybean sauce)의 정의는 “콩의 발효 또는 가수분해 등 비발효공법, 식물성단백질 가수분해물(HVP)로부터 얻어진 액체향신료”다. 오히려 과거 식품공전에서 식품의 제조공법이 유형 명칭에 활용된 ‘효소분해간장’이라는 분류를 없앴듯 ‘산분해간장’이라는 유형도 없앴으면 한다. 된장, 고추장 등 다른 유형의 제품처럼 제조공법 명칭을 유형에서 빼 ‘간장’이라 명칭을 통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굳이 한식, 양조를 표현해야만 한다면 간장 뒤에 괄호로 ‘간장(한식)’, ‘간장(양조)’, ‘간장’ 등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혼합간장을 유지해야 한다면 ‘혼합장’의 정의를 개정해 혼합장에 흡수시키는 방안도 있고 ‘간장(혼합,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간장 OO% 표시), 즉 ‘간장(혼합, 양조 60%)’등으로 표시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만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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