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전쟁’①:혼합간장 전면표시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9)
‘간장전쟁’①:혼합간장 전면표시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2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10.2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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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간장과 양조간장 간 업계 이해 걸려

 ※ 지금부터 간장전쟁 시리즈, 4회에 걸쳐 요즘 떠들썩한 장류 특히 간장 이슈를 점검해 본다! 1회는 ‘혼합간장 전면표시 논란’, 2회는 ‘간장 명칭 논란’, 3회는 ‘장류의 정의 등 식품공전 개선 필요’, 4회는 ‘3-MCPD 등 유해물질 안전관리 기준규격’을 다룬다.

 

지난 5월 6일 식약처는 혼합간장에 산분해간장 등의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 했다. “같은 유형의 혼합식품 중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0% 이상 함유에도 양조간장과 같이 분류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소비자의 알권리와 판단 역시 표시를 통한 소비자 몫”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요즘 혼합간장의 ‘산분해’ 비율 주표시면 기재가 논란거리다. 겉으론 ‘표시 이슈’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산분해 간장의 유해성 논란과 생산 비용을 저변에 깔고 있는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의 ‘가격 이슈’, ‘이익 전쟁’으로 봐야한다.

사실 ‘양조간장’이 프리미엄 간장 이라는 고급 이미지가 있으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틸카바메이트 등 발암성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다양한 것들이 추가로 첨가된다. 산분해간장의 안전성 논란 역시 이 이슈로 이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 뿐 이미 MSG나 GMO처럼 위해성평가 결과, 안전한 것으로 일단락 된 사안이다.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는 일일 인체노출안전기준(TDI)이 2.9 ㎍/㎏ bw로 이미 설정돼 있고, 우리 국민들의 노출량은 TDI의 1.5%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결론이 나 있다.

게다가 3-MCPD는 그리 독성이 큰 물질이 아니다. 그 독성치를 LD50라는 반수치사량 값으로 비교해 보면 150mg/㎏으로 고추에 많은 기능성 물질인 캡사이신(47mg/㎏) 보다도 독성이 3배나 적고, 비타민 D3(37 mg/㎏)보다 4배나 독성이 적은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금번 문제 제기의 명분은 ‘소비자의 알권리’이지만 내심은 “저가의 산분해간장이 고가의 양조간장과 섞여, 그것도 최대 90%, 절반 이상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섞여 혼합간장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표시해 비싸게 팔고 있어 눈엣 가시’라는 것이다. 즉, 혼합간장이 만드는데 오래 걸리고 비용도 높은 양조간장이나 한식간장을 파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론 양조간장에 비해 산분해간장이 섞인 혼합간장이 싸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고마운 것이다.

그리고 식품의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생산기간과 과정의 비효율성, 제조원가 등으로 비용이 높아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최종 제품의 맛, 영양적 품질(品質) 등 질(質)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2020년이다. 효소, 산, 전기분해, 가공설비 등 진보된 과학기술을 사용해 적은 투입으로 큰 성과를 내 양질의 제품을 대량생산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가 간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글로벌 산업화시대에 언제까지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하늘만 바라보며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발효기법만이 사용될 수가 없다. 물론 희소성이나 브랜드, 심리적 가치 등이 가격에 반영될 수는 있으나 식품의 내용물이나 과학에 기반 한 질적 가치는 차이가 없다고 봐야한다. ‘국내산과 수입산’, ‘GMO와 Non-GMO’, ‘유기농과 일반농산물’, ‘MSG와 천연조미료’ 등 영양적, 기능적으로 질적 차이가 나지 않는 데도 가격차가 큰 것과 같은 이치다.

비싼 유기농만 시중에 판매되는 것을 소비자도 원치 않을 것이다. 간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가격, 다양한 품질의 제품이 판매되어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기호도에 따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진정 소비자가 바라는 바 일 것이고 진정한 알권리일 것이다.

이번 논란의 요지는 소비자들이 잘 보지 않는 뒷면의 정보 표시 면에 위치해 있던 ‘혼합간장 함량 비율’을 소비자에게 잘 보이도록 전면에 크게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합간장 시장이 유통 간장 중 약 60%를 차지하는 워낙 큰 시장이라 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 이렇게 시끌시끌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혼합비율을 전면에 표시하는 건 ‘소비자의 가독성 확보를 위한 표시 단순화’라는 정부의 표시 정책방향에도 반하고 장류 유형의 식품들 중에서 그리고 혼합된 식품들 중에서 유독 ‘간장’만을 주 표시면인 전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혼합식용유, 혼합장, 혼합음료 등 어느 혼합식품도 함량을 전면에 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의 ‘전면표시’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고기 원산지, 꿀, 고춧가루 함량표시 등 고의적인 속임수 사례나 냉동/냉장 등 안전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에게 경각심과 주의를 줘야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와 같은 ‘소비자 구매를 위한 알권리’ 문제로 전면에 위치토록 하는 건 정책의 형평에도 맞지 않고 추가 요구가 빗발쳐 모두 다 전면에 표시한다면 또 다시 식품의 표시가 복잡, 혼란스러워지고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게 된다. 반드시 안전문제, 고의적 속임수 방지 등 전면표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혼합간장의 비율표시를 현행처럼 후면 정보표시면에 위치하되 크게 잘 보이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폰트를 키워 강조하는 방안이 무난할 것이고 전면표시를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 하다. 양조간장이 많이 혼합된 간장은 강조하기 위해 전면표시하고 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혼합비율 기준’ 설정은 좋은 대안은 아니라 생각한다. 비슷한 유형인 혼합참기름 향미유도 최소 혼합비율을 설정하지 않고 있고 그 혼합비율 또한 후면 정보표시면에 표시하고 있다. 혼합비율 값은 과학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생물이라 이번에 합의해 정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개정 요구가 이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대안이 조속히 마련돼 지금 불고 있는 간장전쟁이 잠재워 지길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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