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월 22일 ‘김치의 날’ 제정 이끌어 낸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인터뷰] 11월 22일 ‘김치의 날’ 제정 이끌어 낸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11.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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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산업진흥원’ 설립 종주국 위상 높이고 관련 산업 견인해야”
국산김치수출활성화위해지리적표시정부보증긴요
김치 인기 글로벌 현상…세계인이 김치 즐기는 날 올 것
법정 기념일, 11가지 재료에 22가지 효능 상징
기념식서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훈·포장
‘김치대전’ 팔도 김치 홍보 겸 판매하는 축제

11월 22일은 첫 번째 ‘김치의 날’이다. 김치의 날 제정과 대한민국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김치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원부재료 가격의 높은 등락폭, 열악한 제조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김치 업계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현실로 이끈 데에는 대한민국김치협회의 이하연 협회장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김치의 날 제정은 2017년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취임 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그 당시 김치의 날 제정, 협회 회원사 100개 업체 달성, 김치갤러리 설립이 대표 공약이었는데 그중 가장 바라왔던 11월 22일 김치의 날이 제정, 올해 첫 기념일을 맞게 된 것. 

이 회장은 식품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3월 22일인 물의 날 이외에 김치 뿐이라며 우리 김치생산업체들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표했다. 본지는 대한민국김치협회 이하연 회장을 만나 김치산업 진흥을 위한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Q. 올해 김치산업진흥법의 개정으로 김치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래로 첫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다. 김치의 날이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향후 계획은?

A. 작년까지 서울시와 함께 개최된 ‘김장문화제’는 유네스코에 지정되면서 세계에 김장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러한 대규모 행사는 한국의 미풍양속을 유지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올해 최우선으로 꼽는 사업은 김치산업진흥원와 대한민국김치협회 주관으로 하는 ‘김장’ 행사다. 협회가 회원사들과 함께 매년 김치의 날이 있는 주간에 대규모 김장행사를 개최하는 것.

김치의 날이 11월 22일인 것은 김치를 담글 때 최소한 11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22가지 효능을 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김치는 경기도 김치, 전라도 김치, 경상도 김치 등 지역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다르고 그 효능도 다양해 각 생산업체의 김치들에도 그 특색이 확연히 다르다.

대규모 김장행사를 통해 각 지역에서 모인 김치생산업체들이 서울 등 대도시의 소비자에게 본인의 김치를 알리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지역의 김장김치 담그기 참여 신청을 하면 현장에서 원하는 김치를 직접 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또 집에서 담그길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김장재료와 다른 요리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장터도 마련한다.

30여 년 전 김치의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김치생산은 이제 1세대에서 2세대로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1세대 경영주들은 김치사업을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자식들에게 가업으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이러한 상황은 전통 김치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문화유산인 김치가 이어질 수 있도록 김치산업 종사자와 경영주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치생산업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2세 승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김치의 날 기념식을 통해 김치학술상, 김치산업상, 김치문화상 등 김치관련 다양한 분야의 공로자에게 포상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 하에 오는 20일에 있을 김치의 날 기념식에선 김치산업 진흥에 기여한 공로자에 대한 훈·포장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Q. 아직까지 포장김치 생산과정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것이 많아 업계가 최저임금 인상, 생산원가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국내 김치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업계가 가장 필요한 정책적, 경제적 지원은?

A. 정부는 작년 김치생산업체에 원자재인 배추수매자금 100억 원을 무이자 대출을 지원했으나 실질적으로 협회 회원사들이 사용한 금액은 28억 원에 그쳤다. 이는 영세한 김치생산업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담보능력 부족으로 결국 다 소진하지 못한 것이며 이는 김치업체의 어려운 현실과 영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협회는 배추수매자금 지원에 앞서 저온창고 시설지원 정책자금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기후가 심하게 변동되고 원부재료 가격의 등락폭이 큰 가운데 제조업체들은 배추 등 원부재료를 비축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저온창고에 대한 비용 지출 부담이 커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원물, 제품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김치생산업체들의 생산시설 노후화와 노동 인력의 고령화도 문제다. 4차산업의 발달로 AI 로봇과 스마트 콘트롤 시스템이 보급되고 김치생산 자동화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적용할 김치생산업체들은 시설 노후화와 인력난, 자금난으로 지속경영이 어려운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을 진행하는 데에는 이를 실행할 전문 인력과 구심점이 될 기관의 존재가 중요하다. 김치산업진흥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법에 따르는 상세 실행계획이 전무하다. 김치산업진흥법에 대한 상세 실행계획을 계획하는데 앞서 이를 관장,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 공무원이 필요하다. 현재 전통식품 진흥을 위한 공무원은 김치산업만을 위한 인력이 아니다. 진흥법이 제정된 만큼 김치산업의 진흥만을 위한 기관과 사무관, 주무관 등 전문가 공무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인 ‘김치산업진흥원’의 설치가 긴요하다. 김치산업진흥원은 원재료 구입부터, 생산과 관련된 인력, 담그는 방법, 수출, 마케팅 등 유통에 관한 것까지 김치 산업에 대한 것을 총망라 할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 아울러 김치문화원이자 체험관 등 홍보관의 역할을 하고, 김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장소로도, 더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김치제조업체들의 본거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김치산업진흥원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김치교실 운영을 통해 국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김치를 접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각 지역별로 김치체험교육 실시를 원하는 김치생산업체에 시설지원을 해주면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김치업체들의 수익성 강화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협회는 김치산업진흥원의 국내 설립 후 각 세계 도시에 진흥원 지사도 설치해 진흥원을 중점으로 활동을 전개하는 방향도 계획 중이다.

Q. 글로벌 시장의 수입산 김치와의 경쟁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김치업계에 필요한 대책은?

A. 한국인의 주식인 밥에는 필연적으로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와 장이 따라갔지만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다양해진 식생활로 김치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생산원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산 김치에 밀려 수입김치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국산 김치의 프리미엄화로 종주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가장 문제되는 것은 국내 김치업체의 낮은 품질 경쟁력과 값싼 수입산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위주로 한 사업전략이다.

국내 김치 업체들이 중국산 김치에 맞서 가격으로만 승부하다보니 국산 김치나 중국산 김치나 품질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외식업소에서 중국산 수입김치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며, 해외에서도 한국이 김치 종주국인 것은 알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산 등 값이 저렴한 김치가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산, 일본산 김치에 맞서려면 국산 김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즉 고춧가루, 소금, 젓갈 등 원물부터 차별화해 김치의 프리미엄화가 선행돼야 한다. 내 의견으로는 프리미엄 김치와 일반 김치를 이분화해 프리미엄 김치는 확실히 그 품질을 높여 개발하고, 일반 김치는 더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육성하면 좋을 것 같다.

수입김치들에 대항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김치교육을 위한 전문강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치는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다.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김치 전문가, 중간 관리자, 업체 대표, 기타 인력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장소와 자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김치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국산김치의 내수 및 수출 활성화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전통 김장문화와 품질 좋은 김치의 맛 등 김치문화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식과 김치의 식문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김치의 역사, 문화, 담그는 법, 발효과학 등 김치 전반에 대해 강의를 할 수 있는 전문 강사 양성과 함께 체험교육관 등이 필요하다. 세계김치연구소와 김치명인들이 뜻을 모아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 등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을 모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과 인프라가 안 돼 있어 안타깝다.

앞서 언급한 김치산업진흥원이 설립된다면 이러한 역할들을 도맡기에 적격인 기관이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산 점유율 맞서 품질·가격 경쟁력 제고 과제
국산 사용 인증 마크 외식업소 1000여 곳 성과
영세한 김치 업계에 저온창고 자금 지원 절실
청소년기 김치문화 교육 병행 전문 강사 양성을
김치 가업 대물림 애로…지속경영 위한 대책 필요

Q. 우리나라에서 나는 원부재료로 만든 김치에 대한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의 도입을 추진한 이래로 업계에서 고춧가루 등의 수입산 재료를 일부 써도 ‘한국 김치’라 표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이다. 이에 대한 협회의 입장과 노력은?

A. 김치에서 고춧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3%밖에 되지 않는다. 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위해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도 ‘대한민국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표시의 사용을 주장하는 것인데, 농가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 농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농식품부 또한 쉽사리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치협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산 김치 내수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국산 김치 사용 음식점에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김치 10kg당 가격이 중국산은 1만3000원인데 반해 국산은 3만~4만 원으로 3배가 비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소들은 중국산 보다 비싼 국산김치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김치는 무, 배추, 고추, 마늘, 생강, 파 등 필연적으로 농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국민먹거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식업소들이 국산김치 사용 음식점 인증마크 부착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다면 농가와 김치생산업은 물론 외식업까지 1차, 2차, 3차 산업이 모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외식업소의 국산김치 인증마크 부착 사업은 현재까지 전국에서 약 1000여 개 외식업체들이 참여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솥도시락 등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도 인증마크 부착이 이어지고 있고, 적용 후 매출증대 효과를 가져 온 곳들이 많다.

Q.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면과 김치의 조합 등 국민적 소비 인식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국의 인기 있는 식품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통한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협회의 대응책은?

A. 한국의 가공식품 인기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등 K-팝, K-아이돌 등 세계 속의 K-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K-문화의 세계적 확산은 ‘K-김치’의 확산에도 큰 효과를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 김치의 세계화를 가장 손 쉽게 할 수 있는 홍보대사격인 문화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그 방법은 SNS을 통한 홍보활동이 될 수도 있고 인기 있는 K-아이돌이 직접 나서 홍보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한국 식문화에서 김치는 조연이다.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 그 궁합을 맞추기 위해 김치를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 김치의 인기 또한 올라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면역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가운데 김치의 효능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 또한 마찬가지로 큰 마케팅 역할을 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가 적었던 독일, 한국의 공통점은 배추, 마늘, 생강, 고추 등을 사용한 김치 요리를 먹는 데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너지 마케팅 및 홍보활동에 대한 대책 강구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협회장께서 김치의 날을 맞이해 특별히 하고 싶으신 말씀은?

A.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김치협회 회원사가 모일 수 있는 워크샵 등 행사가 부재했다. 국산 김치의 명맥을 잇고 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짐을 다지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모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아쉽다.

김치산업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김치생산업체들은 우리 전통과 산업을 위해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특성상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자긍심 없이는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김치의 날 제정 또한 이러한 취지로 진행된 것이고, 앞으로도 김치 산업 종사자들이 똘똘 뭉쳐서 세계인들이 우리 김치를 먹으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될 미래를 함께 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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