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영양성분 표시는 무리” 산-학 반대 한 목소리
“김치에 영양성분 표시는 무리” 산-학 반대 한 목소리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7.20 02: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치협회-식품산업협회 “농산물 산지별 성분 차이에 발효 중 영양 변화”
“같은 날 제품도 나트륨 20% 차…표준화 어려운 한식된장처럼 제외 마땅”
학계 “제조 시 성분 표시, 소비 시점과 큰 차…100% 허위 표기 처벌 대상“
“김치 다양성에 걸림돌…수입 김치로 어려움 겪는 업계에 또 다른 족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치에 열량·당류·나트륨 등 영양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치에 영양표시 적용 시 발효식품 특성상 유산균 대사 과정 중 영양성분 함량이 지속적으로 바뀌어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 역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원료 자체가 농산물이어서 원산지, 계절, 품종, 제조·숙성방법 등에 따라 영양성분 편차가 큰 만큼 표준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 발효식품 만의 창의적인 풍미와 기능성을 잃게 될 우려가 큰 만큼 의무표시보다는 가이드라인 등으로 표시를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김치협회(협회장 이인자)와 한국식품산업협회(협회장 이효율) 등 유관 식품 단체들은 식품영양성분 표시 대상 식품에 김치류를 삭제하고 절임류에 ‘절임식품 중 절임배추는 제외한다’는 항목 추가를 요청하는 김치업체 및 식품학계의 의견을 모아 의견서 제출하고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김치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김치(절임배추 포함)의 원료 농산물이 계절별, 산지 등에 따라 성분 변화가 있고 제조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제품 영양성분 함량이 불균일하고, 유산균이 함유된 발효식품인 만큼 유산균 대사 과정 중 영양성분의 변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식품산업협회도 김치류를 포함해 절임류, 베이컨류, 건조저장육류, 양념육류, 식육추출(함유)가공품, 액상차 등 영양성분 표준화가 어려운 식품유형에 대한 영양성분 표시 대상 식품 제외를 요구하면서, 특히 김치류는 농산물인 배추와 무 등을 주원료로 가공하는 제품이어서 농산물의 원산지, 계절, 품종, 제조·숙성방법에 따라 당, 염도 등 영양성분 편차가 커 표준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영양성분 표준화가 어려운 식품유형은 영양성분의 의무표시가 아닌 가이드라인 등으로 표시를 권장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고 건의했다.

또 다른 식품 단체 역시 발효식품인 김치류는 영양성분 섭취 보다는 반찬의 개념이 더 강한데, 이를 의무표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단체 관계자는 “김치는 주원료인 배추, 무 품종에 따라 영양성분이 천차만별인데다 발효과정 중 영양성분이 변화가 일어나 의무표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단체들은 김치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계절·산지·유산균 대사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김치 제품의 성분을 때에 따라 분석하고 포장재를 변경해야 하는 것에 비용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일 식약처는 김치에도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식품 표시·광고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아나을 입법예고 했으나 관련 업계·학계 등에선 발효식품 특성상 영양성분이 수시로 바뀌는 김치에 영양표시를 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일 식약처는 김치에도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식품 표시·광고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나 관련 업계·학계 등에선 발효식품 특성상 영양성분이 수시로 바뀌는 김치에 영양표시를 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전부터 김치류는 제품의 균질화, 표준화가 어려운 식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수작업에 의한 절임공정, 김치 속 넣기 등을 진행하는 업체가 대다수다보니 제품 간 성분 함량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세계김치연구소의 포기김치에 대한 나트륨 함량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날에 제조된 김치임에도 원료 특성상 개체 간 나트륨 함량은 20% 이상 차이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학계에서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식메주, 한식된장, 한식간장 등 우리 전통발효식품의 경우 제품 품질의 표준화와 균질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영양성분 표시 의무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예를 들며 김치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김치에 대한 영양성분 표기는 원료의 표준화가 불가능하고 발효가 계속 진행되는 고유한 특성으로 한 시점에서 성분을 분석해 그 결과를 표기한다면 소비자가 섭취할 때는 성분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만 야기하고, 생산자는 허위표기로 처벌받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 김치는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몇 안 되는 한국 전통식품이다. 만약 영양표시 의무화를 강행한다면 수입산 저가 김치로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김치산업 진흥·육성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도 “채소류를 원료로 하는 김치는 수분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고형분의 대부분은 섬유질, 미량의 비타민류, 미네랄, 향신성분이며, 소량의 당분은 발효과정 중 유산으로 전환되므로 영양표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뒤 “이는 김치의 우수성을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창의적인 풍미와 기능성을 높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박건영 차의과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역시 “김치는 살아있는 영양성분과 미생물 수가 변하는 전통 발효식품인데, 이를 가공식품과 동일한 선상에서 영양성분을 획일화,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럴 경우 다양한 김치 상품화 개발이 어려워 오히려 정부가 김치산업 발전을 막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달 1일 레토르트식품·빵·과자 등 17개 품목 외에 떡류, 김치류 등 29개 품목에도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매출액(2019년 생산실적 기준) 120억 원 이상은 내년 1월 1일부터, 120억 원 이상은 2024년 1월 1일부터, 50억 원 미만은 2026년 1월 1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이중 김치 제조업체는 92.4%가 생산액 50억 원 미만 영세기업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에이그 2021-09-15 16:38:04
김치가 그냥 수분과 소금덩어리인걸 사람들 눈에 뛰게 하면 매출 줄고 건강식품 이미지 없어지고 그래서 반대하는거지, 무슨 자잘자잘 변명이 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