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병’ 도입 추진···생수 신경쟁 구도
‘무라벨 생수병’ 도입 추진···생수 신경쟁 구도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0.12.17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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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먹는샘물 표시기준 개정…관련업계 취지 공감 속 대응 분주
병 모양·병 뚜껑 디자인만으로 차별화해야
가격 싼 PB·점유율 낮은 업체 환영 분위기
생산 시설 교체·소비자 알권리 침해 우려도
정부 공감대 형성 후 소포장제품 우선 적용

무라벨 생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먹는 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개정안을 최근 환경부가 발표했다. 라벨(상표띠)이 없으면 병마개에 적힌 브랜드나 페트병 모양으로 제품을 구분해야 한다. 생수(먹는샘물) 업체들은 색다른 병 모양을 구현하거나 매대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등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치열한 판촉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4일 환경부는 무라벨 생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사진=환경부)
△4일 환경부는 무라벨 생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사진=환경부)

환경부의 공표와 관련해 유통채널, 생수업체 모두 자원 재활용 확대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체브랜드(PB)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채널이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제조사들은 ‘라벨 없는 생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브랜드 라벨 없이 판매하면 ‘블라인드 테스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수 제조사 브랜드를 따졌던 소비자들도 라벨이 사라지면 당장 눈에 보이는 가장 저렴한 제품에 먼저 손이 갈 확률이 높다”며 “라벨 없는 생수병의 전면 도입 시 PB 제품 판매 확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대형마트나 편의점, 쿠팡 등 유통업체들은 자체 PB 제품가격을 앞세워 생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들 유통사의 생수 PB제품 판매가(2리터 기준)는 기존 브랜드(NB)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생수 시장 내 PB제품 점유율은 2016년 18%에서 지난해 20%까지 상승했다.

생수업체들은 환경부의 무라벨 정책 방향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생산시설 교체 부담 등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 최초로 무라벨 생수병을 도입한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국내 최초로 무라벨 생수병을 도입한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업계 최초로 무라벨 제품을 도입한 롯데칠성은 지난 1월부터 ‘아이시스’ 묶음 상품에 한해 병마개에만 라벨을 부착한 생수병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몸통에 라벨이 없는 상품은 아이시스가 유일해 눈에 잘 띄었지만 향후 모든 생수에 라벨이 없어지면 분홍색 병마개 외에 단순 패키지 차별화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흐름에 맞춰 가장 먼저 무라벨 생수 제품을 선보였고 향후 이를 확대해 전면 도입에 대비 하겠다”며 “업계 도입이 확대되면 제품마다 음각이나 양각을 달리하거나 병 자체 형태나 뚜껑 디자인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관련 TF 발족 등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있고 라벨 없는 제품 도입에 대한 실행 방안은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친환경 용기 개발, 친환경 추진TF팀 발족 등 친환경을 최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생수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산라인 변경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제품정보 알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생수업체 관계자는 “환경부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향후 무라벨 정책이 전면 의무화되면 업체는 생산라인 교체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국가 정책 변화에 대한 관련 중소기업 지원책도 함께 마련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생산 방식의 혼용 기간을 여유 있게 두고 업계와 소비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거쳐 향후 소포장 생수에 한해 무라벨 적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무라벨 병행으로 제품정보 확인방법이 달라져 소비자들의 불편이 있을 수 있고 업계도 설비 교체 문제가 있어 소비자 및 관련 업체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환경부에서도 시급하게 시행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제도 병행 기간 중 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업체의 대비 등을 경청해 충분한 검토를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환경부는 “생수 용기의 자원순환 촉진을 위해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생수병과 몸체 대신 마개에 라벨을 부착한 먹는 샘물 판매를 허용 한다”는 내용을 담은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생수 페트병 겉면에 부착된 라벨을 제거한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다만 생수 품목과 제품명, 유통기한, 수원지, 영업허가번호 등 의무 표시 사항들은 별도 표기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를 적극 시행하는 업체에 재활용 분담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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