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식품·외식 10대 뉴스’
2020 ‘올해의 식품·외식 10대 뉴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12.24 0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랙스완 ‘코로나’ 로 K-푸드 글로벌 위상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우리 생활 전반에서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식품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올 한 해 식품·외식업계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식 중심으로 식문화가 바뀌며 HMR, 라면, 김치, 두부 등 집밥 추세에 맞는 식품들로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대상, 풀무원 등은 매출이 크게 증가해 ‘어닝서프라이즈’급의 높은 실적을 기록했으며, 해외에서도 간편하고 건강한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높은 관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 글로벌 식품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며 대면 접촉이 줄어 외식업과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사업이 매출이 급감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HMR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아울러 식품 성분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혼합간장 비율 표시, 재포장 금지 등 관련 정책 및 규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업계의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 K-푸드

- 라면·쌀가공식품 등 농식품 수출 활기…작년비 6.5% 증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내식 선호 현상으로 고추장, 라면, 김치 등 K-푸드들에 대한 관심과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우리 농식품 수출이 전년 동기 68억4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K-팝,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지속 확산되며 한식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소스류인 고추장, 반찬인 김치, 간편식인 라면 등도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것. 특히 라면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간편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기생충’ 등의 효과로 한국 라면이 알려지면서 해외 매출이 급증해 지난 9월 기준 라면 수출액은 4억5600만달러로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김치는 유산균이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며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9월 누계 해외 수출액이 전년 대비 38.5% 증가한 1억900만달러(1183억7400만원)를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업계는 소비 촉진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해 국가별 소비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전략과 해외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국가별 특성에 맞는 품목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 등 수출 기반을 강화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마케팅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코로나

- 팬데믹 인한 재택 근무·집콕…내식 메뉴 HMR·밀키트 수혜

식품업계는 급성장 중인 HMR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출시 초기 급성장했던 HMR 시장이 성숙기를 맞으며 그 성장세가 둔화되는가 싶더니 코로나19 사태에 내식이 일상화되며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반영되면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것. 무엇보다 올해는 HMR·밀키트 주요 수요층이 2030대에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구매력이 높은 4050대까지 수요층이 확대된 해였다. 올해 밀키트 시장은 전년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올해 2000억 원 규모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업계 역시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HMR과 밀키트를 핵심사업군으로 분류하고 차별화된 메뉴 및 마케팅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HMR을 넘어 RMR(레스토랑 간편식)도 주목받고 있다. 가격은 HMR보다 비싸지만 색다른 한 끼를 즐기려는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 면역력 관심 커져 홍삼·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 활황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과 단체급식업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업계는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하려는 노력을 했다. 모바일 및 키오스크 주문부터 배달, 테이크아웃(포장), 드라이브스루 매장까지 고객, 직원간의 접촉을 줄이면서 매출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적용, 매출 지키기에 나섰다. 특히 외식업계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배달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배달이 가능한 음식도 과거 피자·치킨·중식을 넘어 한식·일식·커피·디저트에서 고급 호텔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최근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아예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되고, 오후 9시 이후에는 일반 음식점 이용도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배달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배달 주문 건수가 1억2천300만 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132%나 증가했다. 배달 앱 이용자도 2013년 약 90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6년 만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계는 배달 서비스 강화를 위해 배달과 포장에 중점을 둔 매장과 배달 전용 메뉴인 ‘투 고(To-go) 메뉴’ 등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 피해…포장·배달로 활로 모색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업계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며, 그 제품은 비타민, 홍삼, 유산균 등 기존 인기를 누렸던 제품부터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불씨까지 당기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8%대 고성장을 거듭하며 작년 4조6000억 원의 규모를 형성한 가운데 올해 그 수요에 더욱 탄력이 붙어 호황을 맞고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홍삼과 비타민 판매량이 각각 317%, 240% 뛰었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판매량은 318%, 프로폴리스는 184% 더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제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며 지난 4월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이 확대 진행, 시범사업체 내 영양사 또는 약사에게 상담 후 맞춤 건기식을 소분 포장해 온오프라인으로 구매 또는 정기구독할 수 있게 됐다.

- 셧다운에 이상 기후…밀 ·옥수수 등 식품 원료 수급난

올해 최장기 장마와 코로나19로 인한 보호무역의 여파로 식품업계의 원료 수급 상황이 악화돼 우려를 낳고 있다. 최대 수입국인 중국도 대홍수로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실질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발 빠르게 다른 산지를 확보하거나 대형마트 등 판매채널별로 판매량을 조절하며 수급난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비축 물량과 계약재배 물량 등을 제때 방출해 농축산물 가격의 안정세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가격 변동이 심한 배추·무의 경우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 비축물량과 농협 출하조절시설 비축물량 등 50~100톤가량 탄력 방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수입 식품 원료에 대해 조건부 수입검사 제도를 활성화한다. 식품업체들이 수입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제품을 보세창고에서 보관창고로 이송, 보관함으로서 검사 적합 시 즉시 제조·판매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 미래 식품

- 단백질 식품 홈트족 애용서 중·장년층으로 확대

작년부터 열풍을 몰고 온 ‘덤벨 경제’와 코로나 19의 만남으로 단백질(프로틴) 식품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홈트(집에서 트레이닝)족’이 늘면서 기존 2030 위주로 판매되던 단백질 식품이 4050 중장년층으로 확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약 800억 원 규모다. 시장 크기가 아직 작아 국내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평이다. 음료·유업계가 이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업종의 특징을 살려 더 간편하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신제품들을 전략적으로 출시 중이다. 분말부터 음료, 스낵으로 즐길 수 있는 바, 쿠키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특히 유업계는 저출산 기조로 인한 제조분유, 백색시유의 저조한 실적에 대항하는 블루오션으로 단백질 식품 시장에 더욱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이 ‘셀렉스’ 브랜드를 통해 진출, 후발주자로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푸르밀 등 유음료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다.

- 대체식품 세계적 추세 부응 국내도 다양한 제품 개발 나서

국내 식품업계가 식물성 단백질, 세포배양 해산물 등 대체식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건강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니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미래식품 시장은 현재 500억여 원 규모에서 오는 2026년 약 2600억 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롯데푸드는 대체육류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관련 제품을 꾸준히 개발 중이며, CJ제일제당도 내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충분 진천 기지에 대체육 개발이 한창이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제품을 출시, 풀무원은 어류 세포를 배양해 해산물을 생산하는 ‘블루날루’와 세포배용 해산물 생산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 일환으로 총 예산 29억 원을 들여 ‘맞춤형혁신식품 및 천연안심소재 기술개발사업’ 과제를 공모, 대체식품의 핵심·원천기술 개발 지원에 나선다. 미래 식품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식품기업들의 R&D를 적극 지원하기 위함이다.

■ 정책 이슈

- 식품 폐기물 줄일 ‘소비기한’ 도입 본격화…일부 반대도

식품 유통기한 제도가 ‘소비기한’으로의 변경이 예정돼 있다. 소비기한으로 변경될 경우 기존대비 30%가량 기간이 증가해 연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폐기물 약 1조54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업계에선 식품 제조기술 발달과 냉장 유통 체계 등 환경이 개선됐으며,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기한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 국내 식품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비기한으로 표시 제도를 바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식품과 소비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식품 순환주기가 길어져 사회경제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반대 의견도 있었다. 최근 연내 법 개정을 마치고 오는 2023년 본격 도입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 달 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지만 통과가 보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초 논의를 재개해 최대한 빨리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친환경 포장 대세…의욕 과잉 정책 업계와 마찰

최근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플라스틱, 비닐과 같은 포장폐기물이 급증하고 있어 환경부는 합성수지 재질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과 예외기준을 마련, 내년 1월부터는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 3개 이하를 비닐로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아울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의원은 환경부령에 따른 전문기관으로부터 제품 출시 전에 포장에 관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제품에 표시하게 한다는 등 포장재질 및 포장방법에 관한 사전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식품·포장 등 업계에서는 제품 출시 전에 평가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업무가 가중되고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야기해 또 다른 족쇄가 되는 법제정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포장재 감소와 친환경 포장 소재 개발에 자발적으로 힘쓰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했으며, 아워홈은 전국 800여 개 점포에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도입하는 등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포장재를 변화시키고 있다.

- ‘혼합간장 비율’ 주표시면 기재 뜨거운 논란…제3의 방안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산분해간장을 제조할 때 생성되는 유해물질 특히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혼합간장에 산분해간장 등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업계는 혼합간장에 함유된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함량만으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돼 산분해간장은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임에도 기준·규격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혼합식품 중 유독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것은 불평등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0% 함유에도 양조간장과 동일하게 분류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대립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약처는 지난 11월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들과 ‘간장 관리체계 개선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소득없이 끝났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