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활성화-C.S 칼럼(363)
식품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활성화-C.S 칼럼(363)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1.08.0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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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공모·기술 개발, 발전의 변곡점
글로벌 식품 산업 도약 위해 저변 넓혀야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70년대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원이 아름다운 큰 저택에 아이들이 수시로 뚫린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놀았는데, 이를 귀찮게 여긴 집주인 키다리는 담장을 높이 쌓아 외부와 거의 소통하지 않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바깥은 화창한 봄날인데 담장 안 키다리네 집 넓은 마당 안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처럼 황폐화돼 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높이 쌓았던 담이 무너져 아이들이 그 마당 안으로 들어가자 새들이 날아왔고, 나뭇가지에 앉아 울자 눈이 그쳤다. 그리고 어디든지 아름다운 향기가 나기 시작했고 담 구멍으로 아이들이 들어와 마당에 있는 나무에 하나씩 올라앉아 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당 구석에서 한 꼬마가 혼자 울고 있었다. 너무 어려서 나무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키다리는 마당으로 가서 그 꼬마를 안아 나무에 올려주자 신기하게도 나무는 기쁜 듯이 꽃을 피우고, 새들도 와서 노래를 불렀으며 파란 풀 속에서는 꽃들이 얼굴을 내놓고 웃으며 아이들은 키다리에게 “아저씨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다. 키다리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그 후 정원을 활짝 개방해 아이들이 마음껏 와서 놀도록 바깥세상과 같이 화창한 봄날을 맞게 됐다는 스토리로 기억된다.

이 이야기는 개방이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교류를 불러오고 기대 이상의 발전을 가져오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고려는 불교철학을 통치이념으로 나라를 운영하다 주도권 세력들의 부패와 사회적 난제들로 인해 새로운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주자성리학을 기초로 한 신진 세력과 이성계가 주도하는 무신 세력은 힘을 합해 1392년 조선을 개국했다.

이후 1910년 일제 강점에 이르기까지 518년간 조선은 명나라에서 도입한 성리학을 집권 이념으로 고집하며 개혁개방의 큰 물결이 이는 국제질서를 거부함으로써 망국의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닌지.

성리학 이념의 통치는 기존 사회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것을 배척하고 성리학에 지나치게 매몰돼 개혁개방을 막음으로써 외부로부터 시작된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중세 암흑기를 벗어나 지동설 논란으로 새로운 문명의 개혁 바람이 일었다. 일본에서도 포르투갈 상인들로부터 조총을 구입해 힘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반면 조선은 기존 성리학 사상만을 고집하며 붕당 정치의 폐해인 내부의 극한 대립 등으로 점차 폐쇄적인 길을 걸으며 시대에 뒤처지고 있었다. 결국 조선은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가는 외세에 의해 무너지고 만 것이라 생각하면 틀린 평가는 아닐 것이다.

식품산업 발전도 마찬가지다. 어느 고객 만족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경영진들은 자기네 회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입장이 95%였다. 하지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는 정반대로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92%나 차지했다.

기술지도를 하며 업체들을 방문하다 보면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회사 제품만을 최고로 여기고 더 이상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가 하면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아이디어 공모나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는 업체의 남다른 개선 의지를 볼 때면 밝은 전망이 보인다.

최근 농협에서 ‘R&D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한다. 제품 개발이나 식품산업 각 영역의 현장 전문가인 식품기술사들을 비롯해 외부 전문가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8월 2일 오픈한다.

이는 키다리 아저씨의 담장 개방과 같이 획기적으로 발전을 이끌어갈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혁개방의 모델을 국가 행정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전문가적 지성이 각 처에서 꿈틀거리며 역량이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이러한 힘이 모아질 때 지역은 물론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식품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으므로 저변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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