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는 말의 무게-C.S 칼럼(372)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는 말의 무게-C.S 칼럼(372)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1.10.18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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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사장서 나오는 발언은 의원의 품격
질타·법 모르는 추궁 소모적…절제·노력 필요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수년 전 대학을 갓 입학해 먼 타지에서 생활을 시작하던 여 조카로부터 저녁 시간에 갑자기 ‘큰아빠, 제 말 좀 들어 주실 수 있으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무슨 긴급한 상황이거나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나 하는 생각에 바로 전화했더니 받지를 않았다. 더욱 조급한 마음이 생겨 ‘그래, 무슨 말인데?’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잠깐만요’ 하면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사람이 타고 다니는 말을 거꾸로 들고 서 있는 사람의 사진이다. 조카에게 뒤통수를 맞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날이 만우절이었던 기억이 난다. 큰아빠인 내가 그동안 아재 개그로 집안의 조카들을 자주 썰렁하게 놀렸던 것에 대한 대가였다. 그런데 말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보다 보니 말에 대한 사람의 무게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남아일언 중천금’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등 말에 대한 격언들이 참 많다. 그만큼 말의 중요성과 신중히 말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말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과 피감기관장 및 증인들 간의 ‘말말말’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감장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되는 말들은 언제나 그렇듯 말에 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의원님들이 주름잡는다.

짧은 시간에 피감기관들의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 따져 묻고 방향을 잘 제시하는 알찬 국정감사의 모델이 되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인기성 사이다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이끄는 의원들도 많다. 또 관련 법령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피감기관장에게 억지성 주문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실망을 안겨 주는 의원들도 종종 눈에 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인품과 전문성 그리고 순간대응력 등 종합적인 품격이 드러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말은 청산유수같이 잘하는데 그 후에 행동은 전혀 무책임한 이는 신뢰성을 잃게 마련이다.

식품업계 오너들에게 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사례들도 국감장에서 자주 보는 풍경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굴지의 유업회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발언에 대해 신속한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보건복지원회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식약처장에게는 해당 회사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을 세종시에 떠넘겼다고 추궁하며 “식약처는 우리나라 먹거리 안전을 위해 도대체 하는 일이 뭡니까”라고 따지기도 했다.

행정처분은 기본적으로 소재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는 식품위생법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발언이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약속한 자신의 발언을 신속하고 확실히 실천하지 않은 해당 기업 회장이나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발언한 국회의원 모두 아쉬운 대목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한번 한 말은 어디든지 날아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은 한번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를 뿐 아니라 예상할 수 없이 퍼져가는 속성이 있다. 그런 만큼 신중해야 하고 그 영향력과 무게는 상당하다.

특히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국가 정책 방향을 좌우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 또 관련법에 정통하지 않으면 시대에 역행하는 소모적 행정 낭비만 불러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요즘 선거철이라 그런지 갈수록 타인이나 전체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입장에서 감정 섞인 말을 절제 없이 쏟아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자신은 그런 막말을 쏟아냄으로 우선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와 불쾌감을 주며 불화를 몰고 오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 말이 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불화를 낳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감싸주고 치유해 주며 화목해 하는 데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반 국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국가 최고 지도층에서 역할을 하려는 분들은 더욱 절제와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한 덕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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