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국회 발의에 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9)
GMO 완전표시제 국회 발의에 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11.01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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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표시제 알고 보면 국가간 ’경제전쟁’
EU 방식 따라가단 K-푸드 세계화 족쇄
EU 이율배반…식품은 엄격-사료엔 나 몰라라
Non-GMO 농산물 수출하는 입장 십분 반영

올 9월 6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을 대표로 GMO원료를 사용한 모든 식품에 GMO표시가 의무화되고, GMO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은 non-GMO표시가 허용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에서는 유전자변형기술을 통해 재배·육성된 농수축산물 등을 주요 원재료로 제조·가공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GMO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표시대상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외래단백질의 성분이 남아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즉, 현재 국내에서 GMO 원료를 사용·판매하는 식품 중 옥수수 전분이나 옥수수기름, 옥수수 수프, 콩가루, 콩기름 등은 정제 과정을 거치고 나면 GMO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표시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들 제품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의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해야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금번 GMO 완전표시제 발의에 대해 두 가지 도입 취지를 들었다. 우선 “EU도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규제란 각 국가가 처한 경제·사회적 환경과 문화, 관습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이익이 클 때 도입하는 것이지 누가 했다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축사료의 경우 GMO원료를 사용하면 모두 표시하고 있어 식품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사람도 동물을 따라가야 한다는 엉터리 논리다.

현재 식품의 GMO 표시 제외 품목은 ‘가공해 유전자(gene)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GMO 농산물’에만 해당되며 원료로 직접 섭취하는 원재료는 반드시 표시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라면 GMO 사료를 먹인 가축의 고기도 모두 GMO로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 표시된다면 EU에서 수출하는 육류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내산 한우나 축산물 대부분도 GMO표시를 해야만 한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 국민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알권리 정도의 편익이 있는데, 사실 GMO는 안전하기 때문에 재차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장은 국민을 선동해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Non-GMO만을 구매토록 유도하기 위해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한 EU 사람들의 먹거리가 더 건강하고 미국이나 호주, 일본 국민들은 위험한 먹거리로 건강을 망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EU는 전략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람이 먹는 GMO는 엄격하게 표시케 하고 동물사료는 모른 척한다. EU는 사람이 먹는 Non-GMO 농산물을 파는 입장이라 GMO표시에 매우 엄격하고, 사료용 GMO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가축에게 먹이고도 수출하는 육류에는 GMO표시를 하지 않고 팔고 있다. 우리나라가 EU와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으나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GMO표시제도는 국가 간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GMO 작물 재배가 금지돼 있고 6가지 품종의 농산물 수입만 가능하다. 그래서 국내산 생산자 단체는 일제히 전량 수입되는 GMO를 견제하고 배척한다. 그래야 국내산 Non-GMO의 가치가 올라가고 경쟁자를 따돌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GMO 농산물을 수입해 먹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가공해 고부가 식품으로 수출을 하는 나라다. 우리가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산이나 Non-GMO만을 원료로 사용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어 수출산업화가 불가능하다. 국익 전체를 멀리 내다보지 않고 내 눈앞의 이익만 좇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정책인 GMO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이해당사자들은 자진철회 해야 한다.

우리나라 EU와 달라…국가 차원 이익 안 돼
곡물 자급률 낮은 상황서 식품 시장 충격·혼란

지난 2018년 4월 57개 소비자·농민·환경 단체들로 구성된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의 GMO완전표시제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는 거부했다.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면 물가 인상과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이 우려되고,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로 국제통상 마찰의 가능성이 있어 전략적으로 판단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안전과 무관하고 함유 여부를 검출해 내지도 못할 단백질 외 당과 기름의 GMO 관리라든지 비의도적 혼입허용치를 EU수준(0.9%)으로의 조정 등은 곡물자급률이 20%선에 불과해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당수의 국내산 농산물도 비의도적으로 오염돼 GMO로 처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수입되는 GMO의 80%가 활용되는 사료를 먹인 한우나 국내산 축산물, 수산물도 GMO 표시를 해야 ‘완전표시제’라 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식품시장의 충격과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GMO완전표시제는 분명 좋은 제도이고 명분이 있다. 언젠가는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도입 시기는 조율돼야 한다. 패널티 성격인 GMO완전표시보다는 미국처럼 포지티브 전략으로 GMO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 인센티브 성격의 ‘non-GMO표시’를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Non-GMO인증’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증(認證)은 규제(規制)가 아니라 일반제품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안전을 뛰어넘은 안심 이슈는 규제를 정부에서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 때문이다. GMO완전표시는 국내 안전 이슈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GMO를 판단할 수 있을 때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때라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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