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안전관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8)
수입식품 안전관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8.17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입산 부적합률 감소 불구 소비자는 불신
식재료 70% 수입산…품질·맛으로 선별 필요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수입식품 규모는 약 32조 3천억 원으로 166개국으로부터 수입된다. 이 중 단연 미국이 최대 교역국인데, 62억 5천만 달러로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중국(47억 달러)이고, 호주(23억 달러), 베트남(12.7억 달러), 러시아(9.5억 달러)가 뒤를 잇고 있다. 수입금액으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정제·가공용 식품원료가 많았고, 무게로는 밀, 정제·가공용 원료, 옥수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미국에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중국은 스테인레스·폴리프로필렌 재질의 기구류와 쌀, 호주는 쇠고기, 베트남은 냉동새우와 주꾸미, 러시아에서는 냉동명태와 옥수수가 주로 수입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최근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얼마 전 소위 ‘알몸 배추’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구면서 온 나라에 중국산 포비아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입뿐 아니라 수산물 소비 전체가 타격을 받기도 했고, 수입식품 중 비중이 높은 유전자재조합(GMO) 식품에 대한 불안감도 큰 것이 현실이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의 70∼80%는 수입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수입식품의 안전성이 늘 의심받고 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전체 품목 1,859개 중 211개 품목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중국이 358건(부적합률 0.16%)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05건, 0.11%), 베트남(85건, 0.27%), 이탈리아(57건, 0.16%), 인도(43건, 0.67%) 순이었다. 주요 부적합 사유로는 기준규격(함량, 산가 등) 위반이 가장 많았으며, 식품첨가물 사용기준(보존료, 색소 등) 위반, 미생물(세균수, 대장균 등) 기준 위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 식품의 해외 수출도 많이 늘고 있어 수출식품의 해외에서의 부적합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 81%가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미국에서는 표시기준 위반, 중국에선 서류 미비, 식품첨가물, 미생물 기준 위반이 주요 부적합 사유로 조사됐다. 국가 간 수출입 교역은 전쟁이라 나라별로 수출식품은 느슨하게, 수입식품은 엄격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1월 「식품안전현대화법」을 발효해 수입식품 안전관리 강화의 최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데, 표시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 중이다. 중국도 수입식품 해외생산기업 등록 관리규정 등 지속적으로 식품안전 국가표준을 만들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 나라 소비자들은 수입식품의 안전을 높이 인정하고 심지어는 프리미엄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서 건너 온 수입식품이 홀대받는다.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부적합 사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는데, 이 원산지 속임수는 주로 음식점에서 돼지고기, 배추김치, 쇠고기, 닭고기 순으로 발생했다. 즉 우리 소비자들은 ‘국내산’을 프리미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산 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품질도 우수한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이 현상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해외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 자유화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 로컬푸드에 대한 무한 신뢰 등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과거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서울·경기지역 주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수입식품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88.4%)이 농산물 구입 시 원산지를 확인하고 수입농산물 구입 시 원산지(38.4%), 안전성(17.8%), 신선도(17.4%)를 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식품안전 체감도는 85% 수준이나,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체감도는 58%로 우리 국민들은 수입식품을 불안해한다. 그러나 2016년 2월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고, 작년 수입식품 부적합률이 0.2%도 안 될 정도로 안전성이 개선된 걸 보면 이젠 더 이상 수입식품을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원산지에 집착하지 말고, 중국에서 왔든, 미국에서 왔든, 우리 땅에서 나왔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맛있는 식품’이 ‘좋은 식품’이라는 선진적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 식품의 가치는 ‘원산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최종 ‘식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품질’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산 알몸 김치 파동처럼 수입식품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계속 제조된다면 앞으로 수입식품은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수입국가 현지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만을 만들어 낸다면, 그리고 수입업자가 현지에서 좋은 제품만을 골라 수입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올 10월부터 모든 수입 김치에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의무화시키는 등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니 앞으로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기대해도 좋다. 사실 그 간 소비자의 관심과 인식 부족도 문제였다. 위생취약국 수입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제 국가의 수입제품 불매캠페인 한 번 제대로 벌인 적이 없다. 소비자는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하고, 더 영리해져야 한다. 무조건 값싼 식품만 찾지 말고,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고, 문제 발생 시 신고하는 습관, 올바른 식품 구매요령을 숙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알림] 본 칼럼의 필자 하상도 교수(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가 안식년을 맞아 당분간 쉬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중앙대 식품공학부 대학원생들의 기고가 실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