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공용 쌀 품질 미흡…해결책은 현미 공급
정부 가공용 쌀 품질 미흡…해결책은 현미 공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11.08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간 31만 톤 사용하는 쌀 가공업계 이물 혼입으로 애로
가공용 쌀, 밥쌀용보다 품질 떨어져도 된다는 인식이 문제
현미로 받아 우수한 도정 시설서 가공 땐 고품질 제품 가능
저가격-저품질이 현실…고급화-일반화의 이원화가 합리적
도정 공장 통폐합, 업계 계약 재배 통한 조달도 한 방안
대한곡물협회 주최 ‘정부 관리양곡 품질 향상’ 토론회

“쌀가공업계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정부관리양곡 가공용쌀 품질 문제 해결을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지금까지도 품질의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공용쌀을 현미로 공급해 수요자가 민간 책임하에 우수시설 및 책임경영이 가능한 RPC 또는 정부양곡 우수시설 도정 공장에서 가공·사용할 경우 정부 예산 절감은 물론 근본적인 품질 문제 해결도 가능합니다. 실제 지난 7월 정부에서는 정부양곡 품질 개선을 위해 국산쌀 추가 공급량에 대해 수요업체가 우수시설 중심으로 정부양곡도정공장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범 공급을 추진, 이물혼입이 감소된 바 있습니다.”

4일 대한곡물협회 주최로 여의도 소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부관리양곡 품질향상 방안’ 토론회에서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부장은 이같이 주장했다.

△조상현 부장
△조상현 부장

조 부장에 따르면 1만 5000여 개 쌀가공식품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가공용쌀의 물량은 약 50만 톤이다. 이중 정부양곡 가공용쌀은 31만 톤으로, 정부양곡 전체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지속적인 이물 혼입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식품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이 반복된다면 소비자 외면을 받아 결국 업의 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 부장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물 혼입의 지속 발생이다. 현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이물 혼입은 식약처 의무보고 사안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라 업체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당할 수 있다. 업의 존폐 여부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조 부장은 원인을 가공용쌀 공급체계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현 공급체계는 책임 생산량을 충족하고 남은 잔량은 가공공장 소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주는 생산을 늘리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이다 보니 품질보다는 생산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에서 도정 속도를 조금만 늦춰도 쌀의 품질이 좋아지는데, 비용과 생산량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공용쌀은 밥쌀용보다는 품위가 떨어져도 된다는 인식이 품질 문제의 해결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쌀가공업계는 갈수록 높아지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물 혼입 문제가 지속돼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가공용쌀을 현미로 공급받아 우수한 시설(도정 공장)에서 가공한다면 위생적이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어 쌀소비 촉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이재갑 대한곡물협회 이사는 “정부양곡을 관리하는 업체는 정해진 지침에 따라 쌀을 도정하지만 특성상 이물 혼입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도 시중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가공용쌀을 제공받는다. 저가로 가져가는 원료의 품질을 논하는 것보다 원료의 고급화·일반화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동규 농경연 박사는 “가공용쌀은 굉장히 낮은 가격에 업계에 제공되는 원료로 밥쌀용보다는 품질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도정 공장에서 시설 등을 구축해 품질 개선에 노력을 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보관 상태에서만 제대로 보존해도 좋은 품질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부양곡 도정 공장은 원료곡 품질 한계만 주장할 뿐 농관원 검사를 합격한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내용만 되풀이해 가공용쌀 품질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부양곡 도정 공장은 원료곡 품질 한계만 주장할 뿐 농관원 검사를 합격한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내용만 되풀이해 가공용쌀 품질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경주 소재 떡볶이 제조업체 대표는 “식품업체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식품 이물 혼입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폐쇄 등 행정처분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양곡 가공용쌀의 품질 문제는 대다수 떡볶이 업체들이 쌀떡이 아닌 밀떡으로 넘어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찾아줘야 하는데, 이러한 품질 문제가 반복될 경우 소비자 외면을 받아 시장이 무너질까 우려돼서다. 품질 문제인 만큼 식품업체가 과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현미로 공급해 준다면 업체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소비자 니즈에 맞는 원료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도정 시장은 가동률 40%에 불과해 레드오션으로 접어 들었다고 판단된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도정 공장 간 통폐합 등을 통해 품질향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양곡 가공용쌀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정부양곡관리하는 국산 가공용쌀의 재고 상태가 좋지 않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업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수입쌀은 제공이 가능하지만 국산쌀의 경우 가공하는 양도 줄어 향후 2~3년은 공급이 쉽지 않다. 이 기간만큼은 업체에서 계약재배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부족한 국산쌀을 조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이후 조상현 부장은 정부양곡 도정 공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원료곡 품질의 한계만 주장할 뿐 농관원 검사를 합격한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내용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공용 쌀 소비자인 1만 5000여 개 쌀가공식품업체는 원료 품질이 식품 생산에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이므로 정부양곡의 품질향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양곡 품질 문제는 지난 30여 년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품질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