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쌀가루산업 활성화 실패…‘품질 규격화’ 부재가 원인
반복되는 쌀가루산업 활성화 실패…‘품질 규격화’ 부재가 원인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8.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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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밀가루 수요 10% 대체 계획에 업계 소비 제약 요인 해결 지적
제조사별로 물성 통일 안 돼 가공업체 사용 기피
규격화 이뤄지면 떡·면·빵 등 용도별 원료 개발 가능

정부가 분질 쌀가루(가루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시장규모 10조 원, 수출 300만 달러, 글루텐프리 인증제품 50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오는 2027년까지 분질미 20만 톤을 공급해 연간 수입되는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규격화’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이번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도 실효를 거두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 수차례 쌀가루 활성화를 통한 쌀가공산업 육성책을 펼쳐왔지만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쌀가루 품질 균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쌀가루는 쌀 특성에 따라 점성과 탄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없고, 상온에서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단점 때문에 적용성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격화를 통한 쌀가루 품질 균일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의 해결이 되지 못해 쌀가루 활성화 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쌀가루는 각 원료사마다 생산설비 및 제조방식이 달라 동일한 물성의 쌀가루를 유통할 수 없는 구조여서 복수거래를 할 수 없다 보니 원료 부족에 따른 유사 상황에서 대체할 대안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제조사들이 쌀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쌀가루 소비가 거의 늘지 않고 있다”면서 “쌀가루 소비 활성화 정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쌀가루 품질 규격화가 이뤄져야하고, 이후 쌀가루 공급유통 시스템, 가공적성 보완 등이 순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분질 쌀가루(가루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선 규격화를 통한 쌀가루 품질 균일화가 선행돼야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분질 쌀가루(가루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선 규격화를 통한 쌀가루 품질 균일화가 선행돼야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개발한 분질미(가루미)도 기존 쌀을 가공해 사용하는 쌀가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쌀가루의 소비제약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밀을 대체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정책이 아닌 쌀의 기능적 측면을 보완하는 한편 쌀과 밀의 원료 특성을 인정하고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 제품은 쌀 제품만의 강점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쌀 가공제품이 떡류에 한정돼 있는 것은 스낵, 면류 등을 밀 제품과의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달리 우리 쌀국수가 소비자들의 환영을 못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며 “쌀 제품 카테고리를 새롭게 형성해 밀과의 경쟁이 아닌 소비자 기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밀과의 경쟁에서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수입 밀의 10% 분질미 대체는 업계에서 주장하는 선행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차별화가 없어 장기적으로는 밀가루 제품과의 경쟁을 지속할 수 없다”며 “쌀가루 혼합 제품 규격화가 이뤄진다면 떡, 면, 빵, 스낵 등 용도별 원료개발이 가능하고, 원료도 안정적으로 공급돼 원료 종속화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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