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김치 사건으로 본 국내 식품명인, 제조자의 윤리의식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9)
불량김치 사건으로 본 국내 식품명인, 제조자의 윤리의식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3.07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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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썹 인증·명인의 제품, 소비자 신뢰 추락
잘 나가는 김치 수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

지난 2월 22일 MBC는 한성식품의 자회사 효원 김치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변색된 배추와 곰팡이 핀 무를 손질하는 등 비위생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한성식품은 이 김치 제조 위생문제와 관련해 다음 날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이후 해당 공장을 즉시 폐쇄하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 상태다. 재료뿐만 아니라 공장위생도 문제시됐는데, 깍두기용 무를 담아놓은 상자엔 물때와 곰팡이가 붙어 있고 완제품 포장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엔 애벌레 알이 달려있기도 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해당 공장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고 조사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이 부과될 예정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식품위생 문제라는 것과 고의성이다. 즉, 인체 위해를 주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원료의 선도, 건전성, 위생처리 부실 문제여서 그 심각성이 과학적 위해성으로 판단해 볼 때 그리 크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믿음을 저버린 속임수라는 면에서 크게 비난받고 있다. 비위생적인 식품의 제조와 판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가 된 건 해당 공장이 식품안전인증제(HACCP) 업체였다는 것이고 신뢰를 먹고 사는 식품명인의 업체였다는 것이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2007년 농식품부로부터 전통명인 29호, 김치명인 1호로 지정된 인물이다. 이런 유명세로 그동안 사업을 확장해 왔을 것이고 여기서 생산되는 김치 70%는 해외로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 급식업체에 납품된다고 알려져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욱 컸다.

식품위생의 역사는 법과 규제로 시작된다.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때는 위생문제가 크게 고려되지 않는데, 이를 식품(食品) 즉, 상품(商品)으로 상거래하게 되면서부터 양과 질을 속이고, 불건전하고, 변질된 원재료를 사용해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법과 규제가 시작됐다. 식품 법(法)은 고대로부터 있어 왔다. 중세 유럽과 중국 등 식품 교역이 활발했던 곳에서는 어김없이 불량기름, 불량향료, 불량밀가루, 무게조작 등 식품 상행위 관련 속임수가 빈발해 관련 법이 제정되고 규제가 시행돼 왔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중국 발 ‘알몸배추’ 사건으로 온 나라에 김치 포비아, 중국산 포비아가 생겨난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당시 소비자들은 충격에 휩싸여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에 가지 않거나 중국산 김치 거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알몸 김치 파문 이후 중국산 김치의 통관 검사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55개 제조업소가 수입 신고한 중국산 김치 289개 제품 중 15개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여시니아균(Yersinia enterocolitica)이 검출돼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했다. 또한 일부 중국산 절임 배추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보존료가 검출됐고, 냉동 다진 마늘에서는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해 중국산 수입 김치의 위생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었다.

이처럼 중국산 김치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졌고 ‘국산김치’가 반사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김치에 오염된 식중독 균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추세였었으나 크게 인식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 발생으로 국내산도, HACCP인증 김치도, 명인 김치도 중국산과 매 한가지로 엉터리 불량 김치라는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김치는 최고의 호황기를 만났다. 코로나시대 면역강화 발효식품의 인기에 편승해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내 김치 판매도 급증했다. 한국의 대미 김치 수출규모도 2019년 약 1,400만 달러에서 2020년 2,300만 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미국 발효협회도 한국의 김치 열풍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켓리포트츠월드는 2018년 30억 달러 선이었던 세계 김치 시장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42억 8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적인 김치시장이 위축될까 우려되고 나아가 K-FOOD의 인기에까지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식품의 가치는 국내산이라는 원산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최종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결정한다. 물론 식품의 제조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만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만드는 사람이 명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윤리의식과 위생관념이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김치는 원료부터 제조 전 과정에 걸친 안전을 보증하는 HACCP(식품안전인증제) 시스템으로 만드는 의무품목이라 이번 사건의 충격이 더더욱 컸다고 본다. 이참에 식품안전인증제(HACCP)의 내실도 강화시키고 식품 명인제도에 윤리의식과 제품의 안전성을 보완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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