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濁酒)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8)
막걸리(濁酒)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7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2.28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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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싸구려·아재 술 이미지는 가라
아이디어 접목 MZ세대 겨냥…5000억대

막걸리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최근 막걸리가 그 간의 전통적인 아재 술이라는 구닥다리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2~2016년 연간 3천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가 20194500억 원대로 급성장했고, 2020년에는 5천억 원대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혼술족, 홈술족 증가 덕인데 서울탁주, 지평주조, 국순당 등 빅쓰리가 막걸리 시장을 이끌며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막걸리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주 원동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늘어난 소비계층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맛과 재미를 더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막걸리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 덩달아 시장규모도 커졌다. 이에 막걸리 업체들은 더더욱 신이 나 MZ세대를 겨냥한 다채로운 색상과 맛의 제품 출시는 물론 이미지 개선을 위한 타사와의 다양한 협업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순당과 크라운 제과의 협업 제품인 ‘죠리퐁당’이 나왔고 수제맥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곰표맥주가 ‘표문막걸리’를 출시했는데, 국내산 밀 누룩과 햅쌀로 만들어 “전통주의 이미지를 뒤 집는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곰표’를 거꾸로 표기한 ‘표문’으로 정했다고 한다. 가수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을 모티브로 한 ‘테스형막걸리’도 지하암반수와 밀 누룩으로 만들어 이슈가 됐다.

게다가 막걸리에 대한 오해 중 하나인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도 시장 성장의 큰 힘이라 생각된다. 사실 막걸리는 가격이 싼 것이지 제조 원가나 제품의 가치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통주라 세금 혜택을 보기 때문에 공급가가 저렴해 소비자 손에 싸게 갈 수 있는 것이지 오히려 제조 원가는 맥주 등에 비해 높다고 한다. 막걸리는 종량세 기준으로 1리터당 41.9원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가격을 1,000원이라고 보면 41.9원이 세금이고 원가는 500원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맥주 가격을 1,000원으로 계산하면 830원이 세금이고, 170원 정도를 원가로 본다.

막걸리의 폭발적 인기는 코로나19 덕을 좀 봤다. 특히 혼술족, 홈술족 트렌드에 편승했는데, 이는 유흥업소나 식당에서 막걸리를 즐기는 이들보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구매해 집에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리고 ‘프리미엄 탁주’의 인기도 한몫했고, 최근에는 각지의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전통주를 정기 배송해주는 ‘전통주 구독서비스’가 등장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해당 서비스 제공업체 중 하나인 술담화는 작년 하반기 기준, 서비스 구독수가 월평균 9.5% 증가했다고 한다.

막걸리는 예로부터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 ‘곡주(穀酒)’, 우유처럼 흰 술이라 ‘백주(白酒)’, 흐리고 탁한 술이라 ‘탁주(濁酒)’등으로 불렸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과 같은 탄수화물에 누룩(효모+곰팡이/효소)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는데, 알코올 도수 6~13%다. 막걸리는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의미인 ‘막’과 거르다는 뜻의 ‘걸리’가 합쳐진 말로 ‘아무렇게나 걸러낸 술’을 뜻한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주세법(1909년)⌟과 주세령(1916년)으로 주종별 알코올 도수를 정하면서부터 물을 타지 않고 걸러낸 ‘탁주’와 물을 타서 희석시킨 탁주인 ‘막걸리’를 공식적으로 구별했다고 한다. 불행히도 일제강점기는 우리 전통주의 암흑기인데 1909년 조선총독부가 세수를 목적으로 ⌜주세법⌟을 만들어 허가받은 사람만 술을 빚을 수 있게 돼 술의 품질이 규격화되면서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6·25 한국 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하자 1965년 ⌜양곡관리법⌟에 따른 ‘순곡주 제조 금지령’으로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면서 수입 밀가루를 막걸리 원료로 사용한 적도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쌀 막걸리가 제조·판매되기 시작했다. 2010년 농식품부 《전통식품규격집》 개정판을 통해 ‘막걸리’와 ‘탁주(濁酒)’는 같은 용어로 정리됐다.

현대인들은 막걸리를 ‘웰빙주’라고도 부른다. 아마 다른 술에 비해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살아 있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 함량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 막걸리가 시장에서 실패한 큰 이유가 바로 건강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맛있어야 하고 먹으면서 식도락과 문화, 프라이드를 느껴야 한다. 환자가 아니고서야 건강 때문에 음식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해 구설수에 올랐던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라’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막걸리에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어 없는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인체 유효성이 입증된 것도 아니고 막걸리를 과음하면 독이 되기 때문에 사람의 장 건강을 막걸리로 챙기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보도였다. 음식은 약(藥)도 독(毒)도 아닌 음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술과 같은 기호식품은 기분과 분위기를 위해 적당량 마셔야지, 건강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해 과음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하루 반 병 정도 막걸리를 적당량 즐기는 것은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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