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냉장식품 전성시대, 저온 저장의 두 얼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6)
냉동·냉장식품 전성시대, 저온 저장의 두 얼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4.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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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비축·장기 보존성 등 장점 부각
HMR·신선식품까지 확대…장기 과신은 금물

코로나19 이후 냉동식품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냉동을 전문으로 하는 슈퍼나 자판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우리나라 ‘냉동 주먹밥’ 시장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냉동밥 시장은 2017년 825억 원, 2018년 915억 원이었으나, 2020년에 접어들어 냉동 주먹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천억 원대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냉동 주먹밥은 2021년 무난히 200억 원을 돌파했는데, 코로나19 여파가 컸다고 한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냉동밥 수요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어 CJ제일제당, 오뚜기, 풀무원 등이 앞을 다투며 다양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과거에는 냉동(冷凍)식품의 인기가 없었다. 서양에서 아이스크림이 처음 시장에 대량생산으로 출시됐을 때 프레온가스로 냉동시켰다고 시장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켰었다고 한다. 게다가 유통기한이 거의 무한정 길게 잡히다 보니 소비자들은 품질과 안전을 의심했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사실 냉동제품을 해동하고 나면 생물에 비해 맛과 조직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마트에 장 보러 가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오히려 인식이 바뀌어 신선도에 대한 열망도 있어 ‘냉장(冷藏)·냉동(冷凍)식품’ 코너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가정에도 김치냉장고 포함 냉장·냉동고 두, 세대는 기본이 됐다. 특히 코로나시대에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사태 이후 식품산업의 트렌드 변화는 장기보존식품, 비축식량, 멸균식품, 건조식품 등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인데, 특히 장기보존이 가능한 냉동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 식품시장도 냉장·냉동 반 가공 신선편의과채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약 70%가 냉동식품이라고 한다. 이는 과거 냉동식품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생각을 바꾸고 있고, 냉동 HMR을 찾는 1인 가구의 증가세 덕분에 냉동식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확보한 식량을 비축하고 보존해 온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단연 ‘저온(低溫)저장’이다. 이는 미생물의 번식과 효소작용을 지연 또는 정지시켜 식품의 부패와 변질을 막는 원리로 오래전부터 식품을 차게 보관하면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상들은 알고 있었다. 냉장·냉동고로 대표되는 저온저장은 초기에는 육류, 해산물, 우유, 와인, 맥주 등 저장성이 부족해 상하기 쉬운 식품 위주로 활용되다가 점점 과일, 채소, 도시락 등 신선편의식품으로, 요즘은 케이크나 빵에까지 확대되면서 그 수요가 하늘을 찌른다.

중국(中國)에서는 기원전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며 음식을 저장했었고, 우리도 신라시대의 석빙고, 조선시대의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산업혁명에 발맞춰 1830년 영국의 제이컵 퍼킨스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 특허를 출원해 천연얼음의 시대를 끝냈으며, 가정용 냉장고는 1925년 미국에서 발명됐다. 냉장고의 대중화로 가정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매일 장을 볼 필요도 없고, 사시사철 신선한 과채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냉장고는 식중독, 설사병 등 음식 유래 질병의 발생률을 낮추고 백신과 같은 의약품의 저장성도 향상시켜 인류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통 중 콜드체인은 전자상거래, 배달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농수축산물의 수요를 창출하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론상으로 음식을 냉동저장하면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아 거의 무기한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보관기간이 늘어날수록 지방의 산패나 산화에 의한 갈변, 건조 등 화학적 변화가 생겨 식품의 질(質)이 떨어지기 때문에 냉동이라도 가능한 장기보관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냉동고도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잠시나마 지연시켜 줄 뿐이지 영원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냉동식품은 해동되고 나면 냉동 시 손상됐던 조직에서 수분이 흘러나와 미생물의 번식이 용이해 오히려 더 빨리 상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해동된 냉동식품은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하고, 재 냉동을 법적으로 금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美 농무부(USDA)는 상하기 쉬운 음식은 적어도 4℃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음식을 2시간까지만 실온에 둬야 하고 그 이후에는 4℃ 이하 냉장보관이 필수라고 제안한다. 냉장고에서의 육류의 보관기간은 3~5일 정도에 불과하나 냉장보다 더 오래두고 먹고 싶다면 당연히 냉동(冷凍) 보관해야 한다.

냉장·냉동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음식의 저장법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신해서는 안 된다. 해동·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되며, 냉동실에 언제 넣어뒀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을 외관이나 냄새, 맛만으로 품질의 정도나 상했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냉동실 보관 전에는 해당 식품의 구입일자, 냉동보관 일자를 적어두는 것이 좋고 냉동식품도 장기간이 아닌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보관하며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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