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의 유래와 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8)
팝콘의 유래와 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5.09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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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튀긴 미국인 국민 간식…영화관 필수품
고칼로리 부담…‘버터향 디아세틸’은 문제 안 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옥수수와 콩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美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28일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옥수수를 이용한 팝콘은 미국인에게 있어 국민 간식이고 영화관의 필수품이다. 미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양이 무려 1천 6백만 톤에 이르고 약 70%가 가정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팝콘 메이커 시장은 2020년 2억 8,360만 달러로 평가되며 2027년까지 3억 5,3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올해 옥수수 가격 상승률이 37%로 급증했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곡물 수출지역인 남미의 작황마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곡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美 농무부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량이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옥수수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옥수수 생산국인 브라질도 올 4월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70%나 적어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영화관에서 팝콘 등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진 지난 4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전체 영화 관객 수가 37.5%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2년여 간 팝콘 등 음식물 취식 금지조치는 극장가에 큰 타격이 됐다.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을 먹을 수 없었던 기간에는 그리 관객 수가 늘어나지 않았으나 음식물 섭취가 허용되자 관객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하니 반갑게 느껴진다.

‘팝콘(Pop corn)’은 옥수수 낱알의 딱딱한 겉껍질과 내배유 사이에 갇힌 수분과 기름이 가열돼 끓으면서 생긴 압력으로 겉껍질이 터져 만들어진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정의는 ‘옥수수 알에 간을 하여 튀긴 식품’인데, 말 그대로 ‘펑’ 하고 터진(pop) 옥수수(corn)란 뜻이다. 이 팝콘은 1810년경에 멕시코에서 기원돼 189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1630년 美 메사추세츠주에서 인디언 추장 콰데쿠이나가 아메리카 신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메이플라워호의 영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에 튀긴 옥수수를 처음 선보이면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옥수수는 수천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라왔던 식물이라 튀겨 먹은 역사가 적어도 2,500년에 이를 것이라고도 추측된다.

‘콘(corn)’이란 단어는 원래 옥수수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유럽의 정복자들이 북아메리카 신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곡물인 옥수수를 ‘Zea mays’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Corn’이라 불렀었다고 한다. 영어 고어에서도 콘(corn)은 옥수수가 아닌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곡물’을 의미한다. 그래서 콘이 영국에선 밀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선 귀리를 의미했다는 설도 있다.

옥수수(玉蜀黍, maize)는 팝콘의 주원료로 벼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인데, 남아메리카 북부 안데스산맥과 멕시코가 원산지다. 현재는 美 중부 일리노이, 인디아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등지에서 대량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옥수수가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한자 옥촉수가 위수수(玉蜀黍)로 바뀌고, 우리식 발음인 옥수수로 변화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지방에 가면 옥시기, 옥숙구, 옥수시, 옥쉬이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또한 강냉이, 강내이, 강내미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중국의 강남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팝콘은 원주민에 이어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저칼로리 간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카라멜과 시럽을 뿌려먹기 시작하면서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졌고 오히려 과잉 칼로리, 비만의 원흉으로 지목돼 정크푸드로까지 치부되고 있다. 게다가 10여 년 전 미국의 한 팝콘 매니아가 Popcorn Worker's Lung(팝콘작업자의 폐)라는 기관지폐색증 진단을 받음으로써 안전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는 팝콘에 첨가되는 버터향 디아세틸(diacetyl)의 폐질환 유발 가능성 문제로부터 촉발됐다.

그러나 팝콘 제조에 사용되는 ‘버터향 디아세틸’은 발효로 만들어지는데 우리 식품첨가물공전에도 등재된 허용된 첨가물이며 마가린이나 커피 등에 향료로도 사용된다. 황록색 액체로서 유기용매와 물에 잘 녹으며, 식물성 정유(精油) 등에 포함돼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디아세틸의 반수치사량(LD50)은 체중 kg당 1.58g으로 초산(3.1g)보다 2배, 소금(4g)보다는 2.5배 독성이 강한 정도로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다. 물론 이 첨가물은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인정하는 안전한 향료이긴 하지만 기관지폐색증 환자가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사실 향료공장의 직업자들은 과다 노출로 건강상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 그러나 팝콘 등 식품에 약간 첨가되는 착향료로써 소비되는 디아세틸은 그 양을 따져 볼 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팝콘 먹을 때 건강을 해칠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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