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 전성시대, 명암에 대한 객관적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9)
발효식품 전성시대, 명암에 대한 객관적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8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5.16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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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슈퍼푸드 1위…김치 시장 3년 내 42억 불
천연·합성 혼재…MSG 합성 마케팅의 희생양

대표적인 슬로푸드, 시간이 만들어 낸 건강한 음식이라 불리는 ‘발효(醱酵)식품’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서도 핫하다고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인기 덕분에 김치 판매까지도 크게 늘어났고 요거트, 케피어, 콤부차 티 등 발효음료도 큰 인기라 한다. 식품전문 시장조사업체인 폴락커뮤니케이션스도 2021년 슈퍼푸드 1위로 발효식품을 꼽은 바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내 김치 판매가 급증했다고 하는데, 마켓리포트츠월드는 2018년 30억 달러 선이었던 세계 김치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42억 8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설탕을 넣은 녹차나 홍차에 유익균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인 콤부차 티도 건강음료로 소개되며 시장이 연간 약 20%씩 성장해 2027년에는 7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발효(醱酵)식품 = 건강식(健康食)’이라는 통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발효식품의 유래와 그 성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슬기로운 우리의 조상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오래 보존하며 먹기 위해 말리거나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시켜 먹었다. 해산물은 젓갈을 담가 먹었고, 농산물 중 배추는 김치로, 무는 단무지로, 오이는 오이지(오이피클)로, 콩은 메주로 만들어 장을 담그거나 일본의 낫토 같은 것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과일은 당 함량이 높아 포도주, 매실주, 산딸기주 등 술을 담가 마셨고, 식초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고기나 우유는 귀해 서양 사람들처럼 요거트나 치즈, 하몽, 소시지를 만들어 먹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발효(醱酵)는 사람 몸에 좋으라고 만들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원재료에 없던 좋은 맛과 향을 만들고 몸에 좋은 기능성 물질도 많은 장점도 있지만 반면 단점도 무지 많다. 바이오제닉아민이나 에틸카바메이트 등 발암성 부산물, 부패균이나 병원성균, 곰팡이 증식에 의한 독성(毒性)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발효식품의 아픔이다. 특히 과실주의 에틸카바메이트, 젓갈류의 히스타민이 가장 큰 약점이라 하겠다.

발효(醱酵)란 사전적 의미로 “식품에 미생물이 작용하여 식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현상으로, 그 변화가 인체에 유익한 경우”를 말한다. 주로 당과 같은 탄수화물로부터 각종 유기산, 알코올 등이 생산되는 것을 말하는데, 삭힌 홍어, 젓갈 등은 단백질이 자가 효소와 미생물 증식에 의해 썩은(부패된) 것인데도 원했거나 바람직한 방향일 때는 발효라고 한다. 식빵, 술, 간장, 된장, 치즈, 요쿠르트 등은 모두 바람직한 변질로서 발효의 원리를 이용한 식품들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변질의 대표 격인 ‘부패(腐敗)’는 한마디로 단백질이 상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심한 암모니아 악취가 나는데, 단백질만이 갖고 있는 원소인 질소(N)가 그 원인이다. 단백질 식품이 미생물, 특히 혐기성 세균의 번식에 의해 분해를 일으켜 아민,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면서 악취를 내고 유해성 물질이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발효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우리의 전통적 단어는 ‘삭힌다', 누룩 등을 '띄운다'라는 말인 것 같다. 즉, 부패한 음식과 발효음식은 약간의 미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과학적으로는 같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천연(天然)-합성(合成)’ 논란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발효다. 자연에서 미생물이 만들다보니 천연이라고 해도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학으로 보면 발효는 생합성(生合成) 반응이라 ‘합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설탕을 원료로 해서 미생물 발효로 만든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바로 그 합성 마케팅의 희생양이라 하겠다. 꼭 다시마에서 추출해야만 천연 MSG가 아니라 천연원료인 설탕을 먹이로 미생물이 발효해 만든 것이라 천연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발효식품도 좋긴 하나 완벽한 음식은 아니다. 좋은 점이 나쁜 점보다 많은 착한음식 중 하나임을 인지하고 장점을 크게 보고 구매해 식도락을 즐기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인양 발효식품만 먹으면 당연히 건강해진다는 환상이나 맹신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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