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가격 슈퍼 사이클 도래…식량안보 강화 시급
곡물 가격 슈퍼 사이클 도래…식량안보 강화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5.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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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식량 위기…각국 수출 제한·사재기로 곡물 조달 어려움
생산자물가지수 큰 폭 상승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
자급률 향상 병행 중장기 안정화 방안 모색해야
정부 비축 물량 늘리고 수입 대체 국가 확보 지원
식량안보세미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 대응방안’

코로나19로 식량안보 전선에 적색불이 켜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 식량부족 상황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약 3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세계 식량위기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료 수급 다변화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어 하루속히 식량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디지털 육종 등 디지털 농업 도입을 통해 수입원료를 국산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현진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박현진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지난달 26일 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 대응방안’ 식량안보세미나에서 박현진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45.8%, 축산물에 이용되는 사료 등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0%(2019년 기준)에 그쳐 우리가 먹는 식량의 절반도 자체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필요한 식량을 국제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국제무역과 수입을 통해 조달하는 식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의 식량안보는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 세계 밀 수출의 27%, 옥수수 수출의 19%, 해바라기유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 달 사이 세계 밀 가격은 37%, 옥수수 가격은 각각 12% 올랐다.

이미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투입재 및 운송 비용, 항만 선적의 차질 등으로 밀과 보리 가격은 작년 한해 동안 31%, 유채씨유와 해바라기씨유 가격은 60% 이상 급등한 상태다.

문제는 식량안보에 위기감을 느낀 전 세계 국가들이 식량 수출을 제한하거나 사재기를 해 세계시장에서 곡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식량안보와 관련한 각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곡물 비축 확대 계획, 5개년 계획을 통한 대두 생산 확대) △이집트(소맥, 밀가루, 식용유, 옥수수 수출 금지) △대만(옥수수, 대두, 소맥 등에 대한 수입 관세 인하) △헝가리(곡물 수출 중단과 식량 보호주의 확산) △불가리아(국내 비축 물량 확보 위해 소맥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곡물 수출 허가제 시행) △러시아(유라시아 경제공동체로의 곡물 수출 8월 말까지 중단) △인도네시아(팜유 수출 제한) △아르헨티나(대두유 및 대두박 수출 판매 등록 일시 중단) △영국(미국산 옥수수에 부과했던 수입 관세 철회) △우즈베키스탄(소맥 수입 확대) △카자흐스탄(밀, 밀가루 수출 제한) △미국(E15 추진과 옥수수 소비 확대) 등이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소비기한 이용 등 식량낭비 감소로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고, 주요 곡물 수입선을 다양화해 곡물 수급에 안정을 꾀하는 한편 식량낭비 감소 및 디지털 육종 등 기존 수입원료를 국산화 등 식량자급률 향상시키는 중장기적인 식량안보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곡물 수급안정을 위해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2019년 인수 성공했던 것과 같이 해외 식량기지를 구축, 조달시스템을 확장한다면 일종의 식량 창고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어 수시로 변동하는 곡물 가격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김민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김민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는 국제곡물시장 판도 변화와 전망에 대해 발표하며 2020년 8월부터 다시 곡물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슈퍼사이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훼손, 중국 양돈 산업의 빠른 회복에 따른 곡물 수요 폭증, 세계 곡물 수급 불안정과 주요 국가의 공급 제한 등이 결부돼 곡물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식량 위기와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도화선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세계 시장은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에 의한 식량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 6월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가 이어진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22년 3월 159.3포인트로 1990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며 “이중 미국은 치솟는 비료 가격 때문에 올해 옥수수 파종 면적을 대거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은 세계 축산물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국제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 가공 및 축산산업의 경우 원자재인 곡물 구매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원가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를 넘어 구매하고 있는 곡물 가격들은 지금 시점에서 통관돼 들어오는 가격들보다 상당히 높게 형성돼 향후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지수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전한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전한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 가격 강세 등 식량 위기 상황이 고조되며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곡물파동 이상 수준의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업계 부담이 확대되고,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전 정책관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물가는 전월 대비 4.1%, 가공식품 6.4%, 외식업 6.6%가 상승하며, IMF 이후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산 수입곡물 중 통관서류 미비 물량에 대한 국내 통관은 물론 업계 차원에서 대체 수입국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전분, 전분당 등 식품원료 대체 방안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 대응 방안으로 오는 2027년까지 밀·콩 자급률을 각각 7%, 34%로 높이고, 쌀에만 적용하던 직불금 지원도 밀·콩으로 확대한다.

또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곡물엘리베이터 지분 인수 등 민간의 해외곡물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쌀·밀·콩 등 기초식량의 비축물량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린다.

특히 식품산업의 안정적 공급 및 신산업 창출을 위한 식량안보 기능을 강화한다. R&D 투자를 늘려 △식품의 안전성 기능 강화 △생산성 제고 △영양소 및 작물·가축 손실 최소화 기술 △소비 트렌드에 대응한 푸드테그 등을 개발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식량수급 예측 관리는 물론 대체식품 개발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농축산부산물을 사용한 업사이클 식품 활성화 및 식품 제조-웨이스트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전 정책관은 “새정부 출범에 맞춰 국정과제에 식량위기 대응 방안을 정책 1번 과제로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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