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안보 동향]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24개국 식량 수출 제한
[세계 식량안보 동향]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24개국 식량 수출 제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6.28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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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곡류·카자흐스탄 해바라기씨 시장에 큰 영향
이상 기후로 밀·사탕수수·팜유 등 국제 가격 상승 추세
4대 곡물 메이저 막대한 시장 영향력 활용 이익 챙겨
세계무역기구 각료 회의, 불필요한 조치 자제 결의

식량문제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량안보가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최고치인 159.7 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정해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으며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식량안보 정책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안정 및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한 식량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코트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식량안보 현황과 함께 전망에 대해 살폈으며, 본지는 이를 간추려 정리했다.


24개국 식량 수출제한 조치 시행 중


최근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금지 및 수출 라이선스 도입, 수출세 부과 등 식량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이하 IFPRI)에 따르면, 6월 12일 현재 총 24개국이 식량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며, 이 중 21개국이 수출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또 IFPRI에서 구분 및 관리 중인 총 59건의 수출제한 조치 중 44건(75%)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시행된 것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 사이 도입된 것이다.

수출금지 품목이 가장 많은 국가는 튀니지로 과일·채소 등 24개 품목을 금지하고 있으며, 쿠웨이트와 알제리가 17개, 세르비아가 15개 품목을 금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오일과 콩을 포함한 시드, 밀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가 11곳, 설탕 9곳, 옥수수는 8곳이 수출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조치는 세계시장의 61.5%를 점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금지다. 다음으로는 13.4%를 차지하는 러시아 곡류이며, 10.9%를 점유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해바라기씨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세계 식량 총수출의 16.3%가 수출제한 조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2008년 농산물가격 급등 시보다 높은 수다.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내수 물량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 에너지·식량·비료 등 국제가격이 상승하며 내수 물가가 크게 올랐다. 국제가격은 2021년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기가 빠르게 회복함에 따라 에너지‧원료, 항만‧운송, 일자리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에 불균형이 일어났다. 또 지난해 중국의 산업생산 급증으로 인한 발전원료 부족과 전력난, 물동량 증가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미국 주요 항만의 화물 적체 현상 등 공급망이 혼란을 빚으면서 가격을 상승시켰다.

또한 올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과 해바라기유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대체재인 옥수수 및 기타식물성 유지의 국제가격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가뭄, 고온 등 이상 기후로 인도의 밀과 브라질의 설탕 수수, 인도네시아의 팜유 등 재배량이 감소하면서 국제가격을 계속 상승시키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각국 정부가 통제하는 내수 가격과 수출가격 간의 차이가 벌어지며 내수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각국은 △가격 상한제 △내수 공급 의무화 △수출세 △생산자 보조금 △정부 우선구매 등을 차례로 시행하며 안정화를 추구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식량 공급이 감소하면서 주요 수출국 외에도 이집트 등은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해 자체 생산품 및 제3국 수입 식량 수출금지를 결정했다.

자료 :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자료 :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한편, 식량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폐막한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MC12)에서는 식량 위기에 대한 WTO 차원의 대응 노력을 위해 식량안보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이하 WFP)에 대한 각료 선언이 채택됐다.

이에 따르면, 식량안보와 관련해서는 농산물 교역 원활화와 글로벌 농식품 시스템 회복력을 위한 불필요한 수출제한·금지 조치를 자제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각국이 긴급 조치를 취할 경우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시행하기로 약속했다. 또 WFP가 인도적 원조를 위해 구매하는 식량에 대해서는 수출제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MC12의 이번 결의는 기후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식량 부족 현상이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 강화로 이어지면서 수입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물론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주목받고 있는 식량 밸류체인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크게 주목받는 것이 식량 밸류체인이다.

현재 곡물의 경우 ADM(미국), Bunge(브라질), Cargill(미국), LDC(프랑스) 등 4대 곡물메이저인 ‘ABCD’사가 곡물 교역량 및 저장시설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막대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공급 불안에도 큰 이익을 얻고 있다.

글로벌 곡물메이저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지역 농가 및 대규모 생산업자와 공급계약 등을 통해 수확물을 매입하고, 선물거래 및 중개업무를 수행하며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막강한 자금력과 인공위성을 통해 글로벌 생산량 파악 및 곡물 수급량 조절이 가능하며, 항만 저장 및 운송시설 등 유통 기반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자의 진입을 저지할 수 있다.

이러한 독점적 활동으로 곡물메이저 기업들은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을 올리기 쉽다. ADM사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 측면의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오일시드 등의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며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비 53.5% 증가한 10억6천만 불을 기록하는 등 평소보다 높은 이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식량 시장은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량은 늘지 않고 있으며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도 요동치고 있는데, ABCD에겐 더 없는 호기이며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식량 자립도가 떨어지는 국가의 식량 주권은 이들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식량자원 생산은 물론 비축·가공·수송·선적 등 밸류체인의 진입도 아주 중요해지고 있는데, 일본은 2000년대부터 미쓰이, 마루베니,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들이, 중국은 국영기업인 중량그룹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 곡물 유통사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스코인터내셔널, 하림팬오션, CJ인터내셔널 등이 곡물 유통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식량 밸류체인과 함께 곡물 재배량을 늘리기 위한 시장 관심이 한층 커짐에 따라 품질 강화 기술 및 수송 인프라 등 식량 관련 산업과 기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세계 밀 생산량 3위 국가인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세계 밀 공급이 부족해지자 수출시장 확장을 위해 밀 수송용 철도차량 확충 및 정부 주도하에 밀 품질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탄소중립 달성과 소비자의 친환경 중시 경향에 따라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바이오 플라스틱 등의 수요가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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