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안보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 부상
세계 식량안보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 부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5.03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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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곡물협회 웨비나 전망
밀·옥수수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 대폭 감소
인도 등 다른 지역은 수요 충당 못하고 재고 늘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세계 식량 안보가 최악의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쟁 중인 두 국가를 식량 공급원으로 두고 있던 국가들이 부족한 수요를 보호하는 동시에 국내 가격상승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통제에 나서며 글로벌 식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밀, 옥수수, 보리 등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주요 곡물 공급원으로 여기던 국가들은 이의 대안을 찾는 중이다.

(사진=미국곡물협회)
(사진=미국곡물협회)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전쟁을 기점으로 2012년 이후 처음 부셸(27.2㎏)당 8달러 선을 넘어섰다. 밀은 부셸당 13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간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간의 곡물 가격 상승은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미국곡물협회가 개최한 정기 웨비나에서 NDSU(North Dakota State University) 작물경제학과 프레인 올슨(Frayne Olson) 박사는 ‘세계곡물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세계 곡물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가축사료용 보리, 소맥, 옥수수, 해바라기씨에 있어 지배적인 위치를 가진 공급자”라며 “두 나라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 경우에 다른 공급원에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슨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소맥과 사료용 보리는 생산량과 수출량이 더 많고,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해바라기씨 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 측면에선 러시아는 밀 수출 시장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 2위,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시장에서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4위를 점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산 밀의 주요 거래국은 이집트, 터키, 베트남, 수단, 나이지리아 등이 있고,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주요 거래국은 이란, 터키, 레바논, 라트비아와 함께 우리나라도 속한다.

(사진=미국곡물협회)
(사진=미국곡물협회)

러시아의 침공으로 농지와 관개시설이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과 수출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농지와 수출허브가 위치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집중시키며 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흑해의 주요 항구가 폐쇄되면서 수출 물동량은 매우 둔화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98%의 곡물을 흑해를 통해 해상 수출해왔지만 현재 러시아의 침공으로 주요 항만은 모두 봉쇄됐고, 흑해로 향하는 서부의 모든 항만은 부유 기뢰와 난파된 전함들로 가로막혀 있다. 더군다나 전쟁으로 높아진 보험료로 해상 운임도 높아지면서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슨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해상 운임이 약 350만여 미국달러로 전쟁 이전엔 70만여 달러와 비교했을 때 5배가 상승한 꼴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철로 운송을 확대했지만 이 또한 평소 수출물량의 극히 일부만 소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도로와 철로, 기차역의 상당 부분이 훼손된 상태며, 구소련의 표준을 따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궤간(철로의 간격)이 서로 달라 국경에서 화물을 옮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에 대한 차선책으론 프랑스, 인도 등이 소맥 등의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인도는 역대 최대 수준의 소맥을 수확했고 올해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 정부 차원에서도 소맥 재고량을 확보, 매도에 돌입하고 있다고 올슨 박사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의 생산량이 전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세계적인 식량 위기 사태에 이 국가들도 재고량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슨 박사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 두 국가의 생산량이 주춤하면서 가장 큰 우려는 공급물량이 현저히 줄어들 경우에 다른 공급원에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의 신곡 생산량은 작물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30~6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출 가용량은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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