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 대응 방안] 업계 비용 부담 완화-물가 안정화 정책 절실
[식량 위기 대응 방안] 업계 비용 부담 완화-물가 안정화 정책 절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5.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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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 강국이면서 식량 빈국…안전성 홍보 통해 GMO 활용도
식량 위기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민-관 공동 대처 과제
식량안보 개념 재정립을…수출 금지 때 자급률 향상만이 답

최근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식량가격 상승이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전 세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식량안보’의 중대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식량위기의 직접적인 위험을 대면하기 전 현 식량문제의 실행력 있는 해소 방안을 찾고 식량안보 유지를 위해 각국의 준비가 필요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 대응방안’ 식량안보세미나가 열려 각계 전문가들이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김정년 이사=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곡물자급률 20.2%, 식량 자급률 45.8%로 OECD 국가 중 식량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19 유행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남미의 기상이변 등 다양한 국제적 요인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은 연일 상승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외의 동유럽 곡물수출 국가들 또한 식량안보를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어 국내의 식량 수급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의 봉쇄 조치까지 장기화되고 있어 물류지연 및 비용증가 등 글로벌 물류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원료수급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자 원료 대체수입국 물색, 대체원료 활용방안 검토, 해외공장 재고물량 확보 등 안정적인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나 원료의 원산지 변경 또는 원료 배합이 변경될 경우 제품의 맛과 물성 같이 소비자 선호에 민감하게 직결된 품질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애로사항이 예상된다.

원료 변경 등 제조공정 변경 시 성분 배합변경 및 실험, 소비자테스트까지 최대 1년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단시간 내에 동일 품질의 구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대체원료로 배합변경이 가능한 경우에도 대체원료에 대한 수요가증가함에 따라 풍선효과로 대체원료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원자재 전반의 비용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의 신속한 지원 협조로 올해 상반기까지 필요한 곡물 물량은 확보돼 단기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현재 식량 공급망 불안을 야기하는국제적 요인들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이후의 식량수급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식량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기류 속에서 산업계의 비용부담을 덜고 물가를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물론 농식품부에서 대두, 조제땅콩 등 시장접근물량 증량 및 칩용 감자 할당관세 적용 등 연초 식품산업계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관련 법령을 개정한 덕분에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개정된 내용이 산업계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현재 면세농산물 등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식품 제조업의 공제율이 음식점업 대비 더 낮고, 식품제조업 내에서도 중소 개인 사업자와 그 외의 사업자(대기업)를 구분해 공제율에 차등을 두고 있어 주요 식품업체에서 실질적인 원가절감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 지속적인 비용 상승의 위기 속에서 농산물로 식품을 제조한다는 동일성을 고려해 식품제조업 및 중소 개인사업자 외의 사업자에 대한 공제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며, 이 경우 국산 농산물에 대한 구매수요도 증가해 농가 소득 증대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국내의 곡물 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도 국내 감자, 양파 농가와 계약재배해 상생제품을 출시하는 등 국산 농산물 사용량 확대 및 국내농가 소득 증대에 동참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으나 옥수수, 밀, 콩과 같은 주요 곡물의 경우 국내의 자급률이 현저히 떨어지며 국내산과 수입산간의 가격 차이가 상당해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식품 제조 외식업 및 소비자의 수요량을 충족할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의 자급률 제고가 선제돼야 할 것이다.

식품산업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권 및 건강권에 직결되는 중요산업이며, 제품 가격이 고스란히 소비자물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식량 수급 위기는 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각 계가 함께 협력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다. 산업계는 안정적인 식량기반 마련을 위해 대체식품 기술 개발 및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식물성 대체육 햄버거 및 비건만두 출시 등 푸드테크 시장을 활성화 해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푸드테크의 R&D 지원 및 인센티브 부여 등 신산업 육성책과 합리적인 관리제도를 마련하고, 학계에서는 신기술 연구 및 상용화에 참여하는 등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각 계가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할 것이다.

생산-소비 기반 확충 병행 효율적 해외 조달 시스템 구축을
국제 농업 협력-해외 농장 개발 효과적 연계하는 전략 필요
저장 능력 확충하고 축산업 발전 위해 사료 원료 자유화해야

◇이지홀딩스 김영규 전무=연간 국내에 반입되는 곡물의 수량은 소맥 433만 톤, 옥수수 1,163만 톤, 대두 124만 톤으로 총 1,720만 톤에 달하는데, 현재 국내 각 항구 사일로의 수용량은 인천 97만 톤, 평택, 40만 톤, 군산 70만 톤, 영남 28만 톤으로 총 235만 톤 수준이다. 통산적으로 사일로 회전수가 연간 7~8회전이 적절하다고 감안할 때 약 1,645~1,880만 톤의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를 위한 비축 확대를 위해선 추가적인 저장 능력의 확대는 물론 신규항만의 건설도 필요하다. 곡물구매모선의 규모 증가로 드래프트 14m 이상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은 현재 평택항만 가능하므로 신규 증축으로 선박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비축의 주체, 비축품목, 비축량, 비축기간 설정, 비용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

또한 해외 농업 개발에 대한 지원도 긴급하다. 지난 2007년 해외 농업 개발을 시작한 이후 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은 러시아 연해주다. 어려운 상황에도 영농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나 정책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약 재배 등 안정적으로 국내에 농산물을 반입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진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해외 농업 진출 국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잇따른 무역보호조치에 따라 반입길이 막히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업계에선 식량산업 경쟁력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료용 원료의 경우 치열한 경쟁 상황으로 각 원료의 수입선 다변화는 이미 이뤄져 있는 상황이지만 사료사업의 특성상 다양한 원료를 검토해야 하는데, 관세장벽이나 수입관세로 인해 구매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일례로 대맥의 경우 곡물가격의 상승 때마다 할당관세를 통해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으나 실질적으로 구매 시점과의 괴리로 그 정책적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축산물관세가 각종 FTA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료 원료의 자유화가 필요하다.

◇본지 이군호 사장=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일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식량 수급과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로 호우 홍수, 가뭄 등이 극심해 세계 중요 곡물 생산국인 미국,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등이 흉작이거나 파종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곡물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노동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파종, 수확, 수송 등도 제약을 받고 있어 생산 공급에도 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는 있지만, 식량 생산에 있어서는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안보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충분하면서 영양가가 있고,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이러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의 경우 2017년까지 식량 자급률 70%, 기타 곡물자급률 32%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기대하는 상승을 끌어내지 못했다. 식량 생산의 최빈국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가 급등하는 곡물 가격과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공 비축 물량 확대는 물론 현재 정부의 비축 대상 품목인 쌀 콩 밀 3개 품목에서 식량으로 손색이 없는 보리, 옥수수, 고구마, 감자, 조 등 식량작물에 대한 장 단기 수급계획을 세워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필요성을 더욱 실감케 하는 것은 우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등이 기후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해 곡물 씨앗 파종 부진,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노동력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운송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4대 곡창지대 중 한 곳으로 밀과 옥수수, 콩을 생산해 전 세계 80여 국에 수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작년 최악의 가뭄으로 흉작에 직면했고, 곡물 해상운송 수단인 파라나강의 수위마저 낮아져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 전체 농산물 수출 80%를 감당해온 로사리오 항구의 수위도 급격히 낮아져 수출 선박들의 소형화로 평소보다 18~25%가량 적은 물량을 운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생산 유통이 급감하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19 봉쇄로 파종 시기를 놓친 중국은 식량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곡물 수입량을 대폭 늘려 세계 식량 가격 폭등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행태를 보면 옥수수의 경우 2019년 479만톤 수입에서 작년 수입 물량을 2835만톤으로 늘렸고, 같은 기간 밀도 349만톤에서 977만톤으로 증가했다.

국가 간 식량 확보 경쟁은 치열함과 냉혹하다는 것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유비무환 자세로 식량안보에 앞장서야 한다. 부족한 식량 수급 안정화를 빌미로 주요 수출국 식량금수령에 대비 태세를 갖춰 해외기지 건설 다변화를 꾀해야 하며, 국내에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농산물별 증산 방안 마련과 지역별 특화와 유효농지 활용도 높이는 정책 병행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여전히 안전성 논란 중인 GMO 곡물에 대한 안전성 홍보 정책을 과감히 시행해 곡물 수입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하며, 가공식품 낭비를 줄이기 위한 소비기한표시에 대해서도 국민의 이해와 납득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 지도가 요구된다.

특히 농식품부는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한 식량안보 전담부서를 설치 운영해 식품 낭비 방지 농산물 이용제고 위기 시 가정 비축 대국민 교육 홍보 강화 정부, 공공기관, 생산 농민, 식품산업계, 소비자 협력 방안 마련 등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임정빈 교수=2020년 기준 식량 자급률 45.8%, 곡물자급률 20.2%에 불과한 대규모 식량 순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식량안보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특히 최근 급속히 진행 중인 세계적인 기후변화 동향과 물 부족 현상,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세계 7위권의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확보에 큰 도전임이 틀림없다.

국제적 식량위기와 애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낮은 식량 자급율과 높은 해외의존도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세계 우량 경작지 감소로 인한 식량 공급여건 악화 등 구조적으로 식량안보 확보에 취약한 상황이다.

반면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축산물 소비 증가추세에 따라 사료 곡물에 대한 수요 증가는 물론 미국, 브라질 등 주요 식량 수출국의 옥수수, 콩 등 농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정책으로 인한 비식용 수요 증가, 교역 측면에서 곡물 무역은 몇 개 소수의 수출국과 다수의 수입국이라는 과점적 교역 구조로 국내 농업 여건상 필요로 하는 모든 곡물을 완전 자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강화 전략은 △식량 자급능력 제고를 위한 국내 생산 및 소비기반 확충 △효율적인 해외 조달 시스템 구축 △효과적 식량 재고 비축 제도 운영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인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식량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식량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후변화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생산기반 정비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과 적절한 수준의 국내 자급기반을 유지하고, 꾸준히 식량 자급 능력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식량 자급 능력이 높을수록 국제 식량 위기나 곡물 가격의 폭등과 같은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구성 대비 경지면적은 적어 곡물 수요의 상당한 부분을 해외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국내 식량 자급률 향상 노력과 함께 효율적인 해외조달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 나감으로써 식량안보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곡물 해외조달 수입선 다변화와 수입방식의 다각화이다. 국제 공개경쟁 입찰거래 의존도가 높은 현행 곡물수입방식을 선물거래, 수출국과의 중장기 계약거래 등으로 다각화해 국제 곡물시장의 불확실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곡물시장 정보수집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 수입방식의 다각화 등 안정적 거래 확보를 위해 주요 곡물 생산 및 무역국 시장의 현황 및 심층정보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곡물 생산-유통-무역-소비 관련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기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외농업개발 농장의 곡물 공급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 마련도 요구된다. 앞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확보한 곡물이 국내로 원활히 유입되기 위해서는 해외농장개발 기업의 경우 국내 수요에 적합한 가격, 품질, 물량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정부는 최대한 우리 기업이 개발한 해외농장의 농업생산성과 경쟁력을 빠른 시일 내 달성할 수 있도록 해외농장에 적합한 품종개량 및 품질개선, 병해충 방제 기술 전수 등을 지원해 주는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농업협력과 해외농업개발의 효과적 연계 및 지원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의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이 대상국으로부터 좋은 호응과 지원을 받기 위해 민간은 해외농업개발을 통한 식량자원 확보에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해 식량안보 확보에 기여하고, 정부는 수원국의 농업 농촌개발을 지원해 긴밀한 민관 협력관계 구축이 요청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곡물 메이저의 과점화에 대응하고, 가격 및 물량 변동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한국형 국제 곡물유통회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은 다국적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에 크게 의존 중이고, 곡물 수입의 약 60%가량을 카길, ADM, BUNGE, LDC 등 세계 4개 곡물 메이저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형 국제 곡물유통회사의 설립을 통해 안정적인 해외 농산물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 해외농업개발에 관심이 큰 삼성물산, 현대중공업이나 상당량의 해외곡물을 실수요 하는 농협, CJ, 풀무원 등 국내 식품 및 사료관련 기업 등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형식으로 한국형 국제곡물유통회사를 육성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효과적 식량 재고 비축 제도 운용을 위해서는 공공재고 비축대상 품목과 물량의 확대가 필요하다. 쌀, 보리, 밀 귀리호밀 등의 맥류, 콩을 포함한 두류와 옥수수 등 식용 곡물이외 사료용 곡물까지 재고비축대상 품목을 확대해 나가고 충분한 물량도 비축해야 할 것이다. 또 민간부문(수입 곡물 이용도가 높은 식품이나 사료 제조기업) 재고 비축 지원제도의 도입을 통해 재정부담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공급선 다변화?…조건 좋은 메이저 영향력 벗어나긴 어려워
식량 비축 통일 시 120만 톤 부족…물량 늘리고 증산 서둘러야 

◇풀무원USA 하병근 과장=식량안보 개념이 유형에 상관없이 먹고 살기 위한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속에서 확보돼야 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냐, 애그플레이션 등 불안정한 가격변동성에 의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구분해야 한다.

그동안 식량안보 방안은 이 두 가지 측면이 혼재돼 제기됐고,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방안은 공급선 다변화, 곡물터미널 확보, 식량 자급률 향상 등이다. 식량사업에 처음 발을 들여놨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됐던 아젠다였고, 지금도 같은 내용이 반복 주장되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를 보게 되면 현재 전세계 곡물 공급의 8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는 곡물대기업들을 대체할 방안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라인을 찾을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들고 있다. 사료용은 그나마 유용할 수 있지만 식품용의 경우에는 물량은 차치하더라도 품질이나 스펙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경험한 이런 식품기업들은 보수적이었고, 카르텔화돼 있어 기존 카르텔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모험해서 다른 공급선을 통해 구매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관계가 깨어지지 않는 한 공급선 다변화 문제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곡물 터미널을 비롯한 곡물 유통과정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를 확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사일로와 물류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에서 곡물 터미널까지 여러 단계의 유통구조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이나 위기 시 어느 한쪽만 막혀도 이 곡물 터미널이라는 자체는 빈 깡통에 불과하다. 유통구조의 풀세팅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철도도 민간 기업들이 유통경로의 중요한 축을 쥐고 있다. 이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아무리 많은 사일로를 확보하고 있어도 무용하다. 사일로와 물류를 함께 이해하고 전체 흐름에 대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곡물 대기업들을 능가하는 농가들과의 계약 기술이 필요하다. 곡물 대기업의 경우 사일로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3~4년 전에 미리 계약을 한다. 그리고 생산량의 50%만 구매계약을 하고 나머지는 농가들이 직접 판매하게 해 기업과 강한 유대감을 가지는 동시에 생산관리에 소홀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식량 자급률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해야 하고 농민의 수익을 보장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 어떤 품목을 할 것인가, 식량안보에 걸맞는 필수 품목의 자급률을 향상시켜야만 의미가 있다. 생산 시에도 국제 가격 대비 경쟁력을 가지는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지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식량안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위기 시 식량 확보의 문제와 애그플레이션 시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수출금지라는 자국 중심의 정치적 판단이 이뤄지고나면 스스로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만 남게 된다. 앞서 말한 자급률 향상 이외에는 답이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술력 지원 △곡물정보 인프라 구축 △트레이딩 지원 △곡물투자기업 지원 등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산업계는 20년 이상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워 독립적인 곡물기업으로서 스핀아웃을 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식량 생산·유통의 전 과정을 관리 가능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 식량안보 개념 변화에 따라 곡물보다 영양 성분에 집중해야 한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 성분 확보에 주력해 영양 성분 조합으로 다양한 식품생산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이에 대체 식품생산 기술력과 기초 영양 성분 대량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영양성분 원천 확보 기술력과 대량 생산 기술력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안정적으로 경작하고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한 법적 제도와 주요 영양성분에 의한 식량 확보에 있어 앞서가길 바란다.

◇식량안보재단 이철호 명예이사장=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을 40%로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수치다. 식량 자급률을 추정하기 위해선 에너지 자급률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20~30%에 불과하다. 결국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치일 뿐 사실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식량 자급률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쌀이 남아돈다’는 착시현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이 어떻게 하면 쌀을 줄일 것인가를 농업 생산을 줄일 것인가로 생각을 귀결토록 하고 있다. 이는 식량 확보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것이다. 1970~80년대에 쌀이 기여한 것은 식량 에너지에 50% 이상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50%도 안 된다. 쌀이 남으면 식량이 남아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 식량자급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 낮은 수치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농업 정책 전반을 식량 증산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량 비축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비축량을 국가적으로 어떻게 늘릴 것인가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재단은 지난 10여 년동안 통일 비축미 120만톤을 항시 유지하자는 주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통일 시 120만톤이 부족하다. 120만톤을 항시 비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년 60만톤의 쌀을 2년 동안 저장했다가 2년 후 쌀가공산업으로 원료를 방출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면 쌀가공식품산업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으로 안정화되고 쌀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또한 식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동북아 식량허브인 ‘식량 콤비나트’를 구축하자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를 바탕으로 인수위가 식량 콤비나트 건설 사업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를 지속해 식량위기를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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