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0)
라면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5.23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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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파동, 라면 등 면류 가치 재조명
한국산 해외서도 인기…라면 帝國 가능성

요즘 밀가루 파동으로 면 같은 밀가루 음식이 제철을 맞았다. 요즘 밀가루가 귀한 몸이 되다보니 신토불이, 쌀(米)이 최고라는 말이 쑥 들어갔고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라면에 푹 빠져있다. 라면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80개나 먹었다고 한다. 우리 다음으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는 베트남인데 1인당 73개였고 네팔이 53개로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총 소비량으로 보면 단연 인구가 많은 중국이 463억5천만 개로 부동의 1위다.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126억 4천만 개), 베트남(70억3천만 개) 인도(67억3천만 개), 일본(59억7천만 개), 미국(50억5천만 개), 필리핀(44억7천만 개), 한국(41억3천만 개) 순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최근 코로나19 여파와 K-Food 한류 확산으로 해외에서 한국산 라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우리 라면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대만, 호주 순인데,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27.3% 늘었으며, 대만은 23.8%, 말레이시아는 27.0% 증가했을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미국 라면시장은 그간 일본이 꽉 잡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라면이 최근 급성장중이라 한다. 점유율은 봉지라면이 2/3로 대부분이나 용기면(컵라면)도 1/3을 차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라면(Ramen, 拉面)‘은 밀가루(小麥粉)와 계란으로 면을 뽑고 삶고 튀겨서 향신료 등 첨가물을 넣어 만든 식품이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쟁 중 비상식량으로 사용했었고, 이를 일본이 중일(中日)전쟁 때 배워 갔다고 한다. 현재의 유탕면이 주를 이루는 건라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상품화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군 구호품 중 밀가루가 많아 이를 활용한 식품을 고안한 것이라 한다. 최초의 즉석라면은 1958년 일본서 생산된 치킨라면이다. 이후 1962년부터 스프를 분말로 만들어 삽입한 봉지면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전자렌지용 용기면을 필두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한 신기술을 앞세운 아이디어 상품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찢어지게 가난해 식량이 부족했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정부의 권유로 삼양식품이 일본기술을 도입해 치킨라면을 처음 선보였고, 2년 뒤 롯데라면이 출시되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9년 우지라면사건으로 위기를 맞은 이후 라면업계의 판도가 재편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농심이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고, 오뚜기(26.4%), 삼양식품(10.2%), 팔도(8.2%) 순이다. 풀무원(0.8%) 등 후발 주자들은 건강한 라면 이미지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건라면의 등장과 기세도 매섭다. 라면에서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영양성분 조차 배제한 100% 식물성 라면도 나오고 있는데, 최근의 식물성 트렌드에 맞춰 건강, 자연 친화를 추구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동안 정크푸드의 대명사, 건강을 잃은 원흉으로 라면이 지목돼 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히 밀가루가 몸에 나쁘다는 루머와 나트륨 과다 섭취의 원인 식품으로 라면을 원망하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라면 입장에선 억울할만하다. 밀가루도 쌀과 마찬가지로 좋은 점과 나쁜 점 다 갖고 있는 인류의 영원한 주식이다. 이미 지구의 절반이 밀가루를 주식으로 먹고 있어 우리가 애써 피해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전혀 없다.

게다가 라면에 존재하는 나트륨의 80%는 스프를 통해 국물에 들어 있어 면을 다 먹고 국물을 좀 남기면 나트륨 과잉섭취 문제를 피해갈 수가 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괜히 라면스프의 소금함량을 줄여 맛없는 라면을 만들어 먹게 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소비자들이 국물을 조금 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간단하고 이익이다. 덧붙여 라면은 영양적으로 매우 균형 잡힌 식품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이상적 영양소 섭취 기준(열량비)이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방 15~30%인데, 이는 라면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62:8:30)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라면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로서 라면이 시작된 나라는 아니지만 끝은 우리나라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건강을 잃은 원인을 라면, 패스트푸드 등 음식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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