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의 위험성-C.S 칼럼(403)
조급함의 위험성-C.S 칼럼(403)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2.06.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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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위기에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 발굴해야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정 기간 살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바로 ‘빨리빨리’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가 전후(戰後)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가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올해 초 발생한 광주 화정지구 신축 아파트공사장 외벽 붕괴사고 등이다.

요즈음 신선식품이나 가정간편식 등을 밤늦은 시간에 주문하면 새벽에 문 앞에 배달이 되는 초고속 배송 또는 로켓배송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용량 영화도 몇 분이면 한편을 내려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어느 강연에서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서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국민의 역동성일 수도 있지만, 조급성의 일면일 수도 있다. 조급함은 대부분 경쟁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나오는 일종의 정신 병리적 현상으로, 경쟁자보다 뒤처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일할 때는 집중해서 일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충분히 쉬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항상 긴장된 상태로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늘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일종의 ‘일중독 증세’가 발생한다고 한다.

각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도 조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어 중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프란츠 카프카는 “인간은 성급하기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태만했기 때문에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정권 초기마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빠르게 부각하려 하는지 적폐 청산이니, 부정부패 척결이니 하며 국민의 관심과는 상반된 명분들을 내세워 여론몰이와 국력을 집중해 정권 안정화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은 국내외적으로 외환위기 직전 수준을 능가하는 경제금융 위기에 국제유가 인상, 고금리, 식량자원 공급망의 붕괴 등이 겹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 눈앞에 닥친 위기관리의 시급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발 진영논리와 정권 수호 차원을 넘어 정부와 정치권은 조급증 현상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적 위기 대처에 온 국력을 다 쏟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선거 때만 “국민을 하늘같이 떠받들겠습니다” 할 것이 아니라, 조급증에서 벗어나 진정한 시대적 필요에 맞게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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