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식품안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5)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식품안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5.02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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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평소보다 4배 많은 먼지 건강에 치명적
식재료 야외 저장 피하고 위생 용기에 밀봉을

지난 4월 초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만주 쪽에서 발원했던 황사가 우리나라로 유입됨에 따라 당국이 황사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올렸다. 미세먼지(PM10)의 시간당 평균농도가 300㎍/㎥ 이상으로 2시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4월말까지 황사에 의한 미세먼지 경보가 계속되는데, 꽃가루까지 날리며 미세먼지는 사람들의 호흡기를 괴롭히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황사(黃砂, yellow dust)’라는 불청객은 봄바람을 타고 어김없이 찾아온다. 봄이면 늘 한파가 물러가고 중국과 몽골에서 일어난 황사가 북서풍에 실려 남동쪽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등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사막이나 황토지대의 작은 모래나 황토, 먼지 등이 하늘에 떠다니다가 상층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겨울 동안 얼어있던 건조한 땅이 봄이 되어 녹으면서 20㎛ 이하의 작은 먼지로 변해 저기압의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3000∼5000 미터 상공으로 올라간 뒤 초속 30 미터의 편서풍과 제트류를 타고 이동한다. 이후 풍속이 느려지는 한국과 일본에서 하강하는 일종의 흙먼지다.

황사 위기경보는 4단계로 나뉜다. 관심(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 150㎍/㎥ 초과 예보 시), 주의(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타날 때), 경계(황사경보가 발령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할 때), 심각(황사경보가 발령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때) 단계다. 중국 북경에서도 황사가 덮친 지난 4월 22일 공기질지수(AQI)는 최악인 6급 '엄중 오염' 상태를 기록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줘 침묵의 암살자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황사가 발생하면 평소보다 4배 이상의 먼지가 대기에 가득 차게 되는데, 여기에는 석영, 카드뮴, 납, 구리 등 유해 화학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대기 오염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오염된 공기로 인해 피부에도 따가움과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등의 안구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미세(微細)먼지’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액체나 고체 형태의 작은 입자를 뜻하며, 지름 10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것을 말한다. 100 ㎍/㎥의 초미세먼지 농도 오염수준은 하루 5개비 정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다. 담배 1개비 흡연은 22㎍/㎥의 초미세먼지에 하루 동안 노출된 것과 같다고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2.5 ㎛ 크기로 미세먼지보다 4배 이상 작은 입자를 말하는데, 건강에는 미세먼지보다 더 나쁘다. 이는 담배 연기 또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연료가 연소할 때 생성되는데, 구성 성분인 금속 성분들이 인체에 독성을 일으킨다. 사람이 흡입하면 폐에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데,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 ㎥당 50 ㎍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8%씩 증가한다고 한다.

게다가 초미세먼지가 음식에 오염돼 우리 몸에 들어오면 침, 위액, 소화액 등으로 희석되긴 하지만 결국엔 위나 장 점막에서 흡수돼 혈액을 따라 온몸을 타고 돌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연간 1만 명을 넘는데, 심질환 및 뇌졸중이 58%로 가장 많고, 급성 호흡기감염과 만성 폐질환이 각각 18%, 폐암이 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흡입 시 코의 점막이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 초미세먼지는 절반 이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긴 미세먼지인 황사, 꽃가루 등은 비교적 크기가 큰 편이지만 버스·트럭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이나 질소화합물, 동물이 배출하는 암모니아 등은 입자 크기가 아주 작아 초미세먼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등 공장에서 23%, 노후경유차 등 자동차에서 21%, 사람이나 가축에서 14%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추워지면서 난방을 많이 하면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늘어나는데, 특히 석탄, 나무 등 화력발전을 많이 하는 중국과 몽고에서 유입된 것이 주원인일 것이다.

시중에 몸에 쌓인 미세먼지를 제거한다고 하는 건강식품들은 모두 이론적인 것이지 실제 인체 내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역, 삼겹살, 미나리, 도라지, 건강기능식품 등이 해독작용을 해 몸에 싸인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기사도 많은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이미 우리 몸에 흡수돼 축적된 미세먼지 등 유해한 물질들을 다시 흡착, 배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호흡기인 코로 마신 미세먼지는 폐를 통해 체내 혈관으로 바로 흡수되므로 소화기를 통해 먹는 음식들로는 미세먼지의 흡수율을 줄여줄 수도 없고 제거시킬 수도 없다. 삼겹살이나 미역과 함께 우리 몸에 들어오는 미세먼지의 경우 흡착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마저도 장에서 소화, 흡수 안 되고 배변으로 빠져 나가야만 제거되니 그 효과는 너무나 미미하다고 보면 된다.

식약처도 국내 허가된 건강기능식품 중에는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거나 이를 예방하는 것은 없다고 한다. 황사가 발생하면 ‘황사 발생 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는 외출과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반드시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한 뒤에는 잘 씻고 옷도 황사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식약처가 제시한 ‘미세먼지·황사 대비 식품보관 및 섭취 주의사항’을 살펴보면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 등을 보관할 때에는 플라스틱 봉투 혹은 덮개가 있는 위생용기에 밀봉해 보관하며, 야외 저장·보관을 피할 것, 식품 조리 시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과일이나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사용할 것, 손 세척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 조리 기구 등을 세척·살균 소독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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