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승인 LMO ‘주키니 호박’ 유통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2)
미승인 LMO ‘주키니 호박’ 유통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4.10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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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승인된 LMO 생산물 11종…종자용은 전무
미국 등 안전성 공언…생명공학기술 연구는 필요

올 3월 26일 한 기업이 미승인 주키니 호박 LMO 종자 2종을 수입해 국내에서 검역절차를 밟지 않고 육종(育種)해 판매한 것이 확인되면서 난리가 났다. 이 사실은 국립종자원이 신품종 등록을 위해 주키니호박 종자(121종)와 애호박 종자(126종)에 대해 LMO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따라 해당 종자의 판매가 금지됐고 국내산 주키니 호박이 전량 회수 조치됐다. 문제의 주키니 호박은 미국에서 승인된 것이긴 하나 국내 유통된 지 8년이 지나서야 미승인 LMO 종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우리나라 LMO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키니호박이 반품되는 사이, 애호박 가격이 38%나 급등하는 등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LMO란 ‘살아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를 말하는데,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얻어진 유전적 물질의 고유한 조합을 함유하는 모든 생물체(카르타헤나 의정서)를 일컫는다. 즉, L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넣거나 빼거나 바꾼)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말하는데,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일종이다. GMO가 좀 더 광의로 해석되나 LMO는 유전자를 삽입 또는 변형하는 ‘GMO기술’과 유전자를 절단해 제거하는 ‘유전자가위기술’을 모두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주키니 호박은 살아 있는 GMO 즉, LMO인데, 콩이나 옥수수기름처럼 가공 처리된 GMO는 LMO에 포함되지 않는다.

LMO 작물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추위와 병충해, 가뭄 등에 잘 견딜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농산물이다. 이들 LMO의 안전성은 과학계와 소비자·환경단체 등에서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나 현재 대부분의 나라 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MO는 전 세계적으로 콩(50%), 옥수수(31%), 면화(14%), 캐놀라(유채, 5%) 등 4가지 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돼지 호박’으로도 불리는 주키니 호박은 국내 총 호박 생산량의 4%에 불과한데 비슷한 품종인 애호박보다 과육이 단단하고 가격도 15% 정도 저렴해 학교, 식당 등 집단급식용으로 많이 팔린다고 한다. 문제의 주키니 호박 LMO 종자 2종은 2015년부터 약 8년 동안이나 시중에 유통되다가 갑작스런 당국의 회수 조치에 소비자도, 재배 농민도 당혹스런 상황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따라 LMO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위해성평가 등 정부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수입이 승인된 LMO는 농업용(사료용) 콩·옥수수 등 5개 품목과 식품 가공용으로 들어오는 콩, 옥수수, 유채(캐놀라), 면화, 사탕무, 알팔파 등 6개 품목이 있다. 게다가 모두 종자가 아닌 최종 생산물로 수입 승인돼 현재 종자용으로 국내 재배가 허용된 LMO는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이번 이슈는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이지 LMO 주키니 호박의 안전성 이슈가 아니다. 해당 호박은 美 식약청(FDA)과 동식물검역국(APHIS), 캐나다의 보건부(Health Canada) 등에서 이미 식용으로 승인된 것이고, 이들 정부가 이미 “주키니 호박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이다.”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LMO 종자가 정부의 검역절차를 뚫고 국내로 바로 들어온 것이 문제인데, 아마 우편이나 항공 또는 배편 개인 물품으로 들어왔을 걸로 추측된다. 종자 자체가 워낙 작고 소량이다 보니 엑스레이로는 적발되기도 어렵고 세관을 통과할 때 정식적인 수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검역으로 걸러 낼 방법이 없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LMO는 농업용·식품가공용 품목을 합쳐 현재 2,040만t(톤)에 이르는데, 정부는 개발·유통되고 있는 농산물 품목 30여 개 종자 전체에 대한 LMO 검사에 나선 상태다. 이런 허위 신고 또는 연구용으로 개발됐다가 국내에서 재배되는 종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수입 종자 뿐 아니라 국내산 농산물도 다수 GMO로 변형됐을 가능성이 이미 알려져 있어 우리나라도 더 이상 ‘GMO-free 청정지역’이라고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태백산 유채꽃 축제장에서 GMO 양성반응을 보인 유채가 발견돼 축제가 취소된 사례가 있었고, 충남 예산군 국도변에서 GMO 유채의 자연개화가 발견되기도 했었다. 수입 낙곡 등으로 인한 노지재배 과정에서의 GMO 외부 유출이나 지난 20년 동안 해왔던 GMO연구로 우리나라 농산물도 GMO에 비의도적으로 오염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이런 사실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식량 자원을 국가의 최우선 정책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곰팡이 병에 강한 포도와 사과 등 질병 저항 작물, 상추, 벼 등 품종 개발, 근육을 늘린 돼지 개발 등 미래형 생명공학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기술수준에 도달했다고 자평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단 한건도 허가를 받았거나 실용화된 적이 없다. 게다가 글로벌 미래 먹거리인 생명공학기술을 당연히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에 밀려 농촌진흥청마저 2017년 GMO 실용화 연구의 중단을 선언한 것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라 생각된다.

올 2월 24일 발표된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소비자와 농업인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육종’ 등 신기술을 활용한 농업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인 역시 국내 농업생명공학작물의 상업화에 대해 찬성(43.4%)하는 응답이 반대(8.0%)보다 높았고, 판단을 보류하는 중립적 응답도 절반(48.6%) 정도라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다.

다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GMO, LMO 이슈가 과거의 ‘먹지 말자’는 안전성 논란을 이미 극복하고 ‘알고 먹자’는 표시 이슈로 넘어가는 중이라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국내 재배 허용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제 국가 차원의 LMO, GMO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 정부는 성가신 여론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전략적 선택’을 해 글로벌 미래 과학기술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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