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합 식품박물관 건립 고려할 때
[기고] 종합 식품박물관 건립 고려할 때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6.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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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사 한눈에 볼 수 있게 연도별·산업별 분류를
일부 대기업 전시관 시대별 상품 변화 담아 감명
산업 이해 병행 미래 청사진 제시 땐 국민 자긍심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인간은 자기 자취를 남기기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렵게 암벽에도 그림을 그렸고, 오래된 동굴에서도 살았던 여러 흔적을 남겼다. 지나온 자취인 역사로 따지자면 사람이 먹는 음식과 식품보다 더 오래된 것이 있을까.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이후 먹을 것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었으니 당연히 음식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한다. 지금 남아있는 인류 초기의 유물은 자연에서 썩지 않는 돌이나 토기, 뼛조각이나 쇠붙이 등이며 부패해 형태가 없어지는 음식이나 목재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극히 드물다.

인류 출현과 함께한 식품에 대한 역사와 기록, 그 흔적들을 한곳에 모아 비교하고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박물관을 건립하여 이 세대는 물론 앞으로 이어오는 우리 후손에게도 흔적을 남기고 조상들이 물질에 품었던 정신을 같이 공유했으면 한다.

식품박물관은 국내외를 포함하는 장기계획과 국내에 한정하는 단기계획으로 식품의 발전역사와 발자취를 연도별로, 지역별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특히 산업별로 분류하여 이들 산업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국립박물관이 있고 각 지방에 나름의 지역 특색을 갖춘 박물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이들 박물관에서 식품에 대한 유물이나 흔적 등을 찾아보기 극히 어렵다. 다만, 경복궁 옆에 있는 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농기구와 생활용품, 의류 등을 폭넓게 전시하고 있고 한상차림 등 음식도 전시하고 있어 일부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민속으로서 식품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변천 과정을 조명해 보는 것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일부 대기업 전시관에는 나름대로 자기 회사의 역사와 시대별 변화를 비교적 자세히 전시하고 있다. 당시 판매했던 상품까지 전시해 깊은 감명을 받으면서도 그 회사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아가 창립 시 사용했던 굴뚝을 그대로 뜯어다 전시 공간에 배치해 놓은 것은 압권이었다.

오래전 우리나라 식품 산업의 효시인 발효 분야 제조공장이 현대화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 오래된 발효탱크와 제조 기계 등을 보고 책임자에게 이들 역사적 산물을 보존, 관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이윤 창출과 기업 운영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귓전에 흘러가 버린 제안이 되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초기 발효에서 주로 사용한 탱크들과 원시 형태의 압착기는 어찌 지금 다시 재현할 수 없는가. 이러한 기계를 바탕으로 지금의 앞선 장비가 도입되었다. 특히 산 분해 장류 생산시설은 우리 간장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획기적인 공정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장류 산업이 세계와 어깨를 겨누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는가.

또한 플루탐산이나 핵산 발효과정을 초기부터 현대까지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한다면 일반인은 물론 다음에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에게도 식품을 이해하고 애착을 갖도록 하는 큰 동기가 될 것이다.

1960년대 시작한 우리 라면은 이제 세계식품이 되었고 그 위상도 원조였던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우리 라면의 초기 발전 양상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발전해 나갈 청사진을 박물관에서 전시하면 국민적 자긍심과 함께 회사의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지역에 콩 박물관과 김치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대표 주자, 김치를 종합식품박물관으로 연합해 공동 운영하면 훨씬 더 전시효과를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식품 산업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제과 분야는 초기 외국의 기술을 도입해 발전하였지만 이제 우리 기술을 가지고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초기 제품과 가공식품, 그리고 이들 설비와 제품들의 변천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실을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회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수 식품 산업에서 사용하는 주원료인 밀가루와 옥수숫가루, 콩기름들은 소비자가 직접 접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이들의 가공, 원리공정을 설명하고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하면 일반 소비자나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우리 식품 산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추억이 어린 옛 식품을 재현해 전시하고 이런 식품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알리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식품 산업은 앞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첨단산업 기술과 식품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용할 것인가를 알려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여 식품을 잘 안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이런 전시관을 통하여 식품가공기술과 생산되는 제품, 그리고 이들이 지금 우리 눈에 보이도록 발전해 온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소비자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식품과 건강을 연계시키는 것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좋은 추진제다.

식품 산업계와 정부 기관이 연계하여 우리나라 종합식품박물관 건립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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