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절임 식품과 발효 식품의 특성은 달라
[기고] 절임 식품과 발효 식품의 특성은 달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9.0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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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채소·과일…소금·식초 등으로 갈무리
김치 저농도 처리 후 발효…별도의 코덱스 규격
젖산균, 부패균 억제…장 건강·면역 기능 등 개선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 식생활은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경우, 신선한 식재료를 생산할 수 없는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갈무리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절임‧발효기법은 잘 알려진 대로 인간출현과 함께한 가장 오래되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가장 쉬운 식품저장 방법의 하나이다. 또한 절임‧발효를 통하여 원료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맛과 향, 그리고 조직이 새롭게 만들어져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절임‧발효의 주재료는 채소류와 과실이며 지역에 따라서는 육류가 되기도 한다. 이들 원료에 주로 소금을 넣어 절임 하거나 보존성이 뛰어난 식초를 기반으로 초절임을 할 수도 있다. 설탕이 우리 곁에 들어온 1950년대 이후 설탕도 절임의 매체로 이용되는 식재료로 추가되었다. 그래서 채소, 과실과 육류를 기초 원료로 하여 절임을 하는 경우 그 매체는 소금, 식초, 당류 또는 장류 등이 있다. 이 중 소금이 가장 흔하고 쉽게 활용되는 매개체이다.

소금은 삼투압 작용을 통해 원료에 함유된 수분을 조직으로부터 빼내 원료의 조직을 단단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유출된 액이 바로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원료에 함유된, 단단한 조직을 갖게 하는 섬유소를 부드럽게 하는 효소들의 작용을 억제하여 아삭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단무지나 깍두기가 오랫동안 조직감을 유지하는 것은 소금의 이런 독특한 역할의 한 부분이다.

고농도 절임과 전 처리목적으로 활용하는 저농도 절임은 최종산물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단무지와 김치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에서도 절임류와 조림류 항에서 김치류와 절임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국제식품규격(CODEX)에서도 Pickled vegetable과 Fermented vegetable로 구분하고 있다.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별도의 CODEX 규격을 갖고 있다.

김치 제조 시 소금첨가는 염절임 목적이 아닌 전 처리공정으로 이 과정에서 배추 등 원료의 조직 연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소금 등 절임 매체가 고농도인 경우 절임 그 자체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다르게 전 처리 매체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금은 그 농도가 높지 않은 경우 특이성이 있다. 즉 원료에 오염된 식중독균 등 유해 미생물과 부패원인균을 선택적으로 증식억제하고 유익균인 젖산균류를 선별적으로 증식을 촉진하는 기능을 보인다. 또한 김치 발효 주미생물인 젖산균증식으로 이 균류가 생성하는 젖산은 효과적으로 식중독과 함께 부패균의 증식을 더 확실히 억제한다.

저염 처리 후 이어서 진행되는 발효과정에서는 가장 특징적인 향기 성분인 에스테르와 상쾌한 맛을 주는 여러 유기산 등이 생성된다. 절임 후 발효가 진행되면 특징적인 상쾌하고 상큼한 풍미는 발효에 관여했던 미생물들이 증식하면서 만들어 내는 이차대사산물의 영향이다.

여러 발효에 관여하는 유익 미생물들은 품목별로 자세히 알려져 있으며 저염으로 전처리한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루코노스톡(Leuconostoc) 그리고 바이셀라(Weissella) 등이 주 발효균이며 이들 각각의 기능과 산물은 최종제품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

이들 미생물이 관여한 김치는 건강식품의 요인으로 인정받고 독특한 풍미를 더하여 세계 식품화되었다. 김치 발효 관여 미생물이 장 건강, 면역기능개선뿐만 아니라 항암효과 등도 여러 유수 학술논문을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코로나에 강한 이유를 면역기능개선 효과가 있는 김치에서 찾는 과학자도 있다.

절임‧발효식품은 한 국가나 지역이 발상지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소금이 생산 가능한 세계 어느 지역이나 관련 유사 식품이 개발, 이용되었고 지금도 전통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찍부터 소금이 식생활에 들어왔고 계절적 필요에 따라 여러 형태의 절임이 일찍 도입되었을 것이다. 기록된 역사는 없으나 기원전 사용되었던 토기를 통하여 절임‧발효식품을 유추하고 있다.

고염도 절임 식품인 경우 약한 발효가 일어날 수도 있으나 본 발효가 일어나지는 않고 김치는 채소류를 우선 약한 절임으로 전처리한 후 본격적인 발효가 진행된 전형적인 발효식품으로 일반 고농도 절임류와는 크게 다르다. 김치를 절임류로 분류하여 안전성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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