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 산업 육성, 정책의 대전환 필요
[기고] 식품 산업 육성, 정책의 대전환 필요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8.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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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규모 10위권 불구 식품 세계 시장서 15위 그쳐
식품 대기업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놔야 中企도 성장
수출 물량 확대 통한 국산 원료 사용 증대 모색해야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정부는 식품산업진흥법(08.3. 제정) 제4조를 근거로 매 5년 단위로 식품산업진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28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4차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식품산업 규모는 제조 149조 원, 유통 356조 원, 외식 151조 원 등으로 관련 산업 총 시장 규모는 656조 원에 이른다. 또 2018~2021년간 연평균 8.0% 성장해 전체 산업 비중의 7.4%를 차지하는데, 이는 자동차 4.6%, 기계 3.2%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2021년 기준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8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은 2.1%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순위로는 15위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 규모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로서 식품의 위치는 다른 산업의 비중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기반이 되는 원료의 확보에서 큰 제약요인을 안고 있다. 특히 식품산업의 주된 원료인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은 자급률이 2021년 기준 22.7%에 머무르고 있고, 부족분을 매년 1800만 톤 내외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우 자급이 가능한 쌀은 여러 이유로 전량 국내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육류와 수산물도 자급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입한 원료를 기반으로 가공해 판매해야 할 불리한 여건에서도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역대 최고로 88억2천만 불을 달성하였고 매년 6.0%대 수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산업 평균이 3.1%(철강 3.6%, 반도체 0.5%, 기계류 0.5%)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원료와 인건비 등 불리한 여건을 안고도 우리 식품산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제4차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은 현황 파악과 앞으로 계획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제3차 관련 계획에 대한 평가와 성과에 대해 더 자세한 비교와 의견제시가 있었으면 한다. 제3차 계획 대비 실적을 우선 심도 있게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제4차 계획을 수집해야 설득력 있는 계획이 될 것이다.

모든 계획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집중해야 할 업무를 제시하는 것이다. 어느 계획도 과거의 실적과 수행내용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제4차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볼 때 큰 흐름에서는 대부분 동의할 수 있으나 향후 5년간 국내 식품산업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방안 제시는 미흡했다고 여겨진다.

이제 큰 방향에서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기존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하였다고 여겨진다. 모두 공감하고 있는 사실로 국내 식품시장은 포화상태다. 또 인구감소, 주 소비층인 젊은이들의 식생활 형태 변화와 출생률 저하는 국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세계시장을 향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구 중 51%를 차지하고 소득증가율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수출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첫째 식품산업이 국내 농업과 연계하여 원료를 국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미 수입 곡류를 원료로 한 수출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라면 등 수출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품목은 거의 수입 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산 농축수산물의 사용 촉진을 넘어 수출물량 확대로 자연스럽게 국산 원료의 소비가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가공 김치의 원가는 배추와 고춧가루가 주된 항목이다. 이것을 국산으로 한정 지으면 수출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국산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쌀의 경우도 이제 자국민의 소비 확대로 남아도는 쌀을 소비하려는 정책은 한계에 이르렀다. 기술 투여로 차별화된 제품으로 수출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 식품, 즉 ‘K-food’가 세계에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식품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도록 국내 농업과 연계시키는 제한된 개념을 탈피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수출 확대로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내 농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정된 국내 농수산물 우선 사용에 기반한 식품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정책당국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그리고 세계 일류기업 매출액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1~2위 기업을 국제적으로 앞서도록 해서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선도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가는 기업이 있어야 중소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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