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超가공식품에 대한 업계 대처
[기고] 超가공식품에 대한 업계 대처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7.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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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성분·특성 살리고 기호성 높이는 연구 이뤄져야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인간은 자기의 공복 상태에 따라 선택기준이 달라진다. 너무 배가 고프면 진 것, 마른 것 가리지 않는다. 일단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다. 그러다 허기가 가시고 여유가 생기면 좋은 것, 나쁜 것, 더 나아가서 맛을 따지게 된다.

태초 원시시대에는 거의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열매, 날 곡류 그리고 땅에서 자연스럽게 자생하는 채소류를 날것으로 먹었다. 그 기간은 실로 긴 여정이었다. 이 시간 동안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들 먹이를 먹을 수 있게끔 유전자가 적응되었고 천연물을 소화할 수 있게 진화해왔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몸의 주요 장기인 소화기관은 잡식성으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물을, 독성이 없다면, 스스럼없이 그대로 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인간 지혜의 발달로 불을 이용하면서 천연물, 육류, 어류, 곡류 등을 열처리함으로써 맛이 크게 좋아지는 것을 알았고 때에 따라서는 농축물을 얻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지금 여러 형태로 가공된 식품이 일반화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식품점에는 실로 수백만 종류의 가공식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게 가공된 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한 것은 불과 수십 년도 되지 않는다. 젖소와 양에서 우유를 짜 먹는 역사도 오래되지 않았지만 우유에서 치즈나 버터,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은 최근래의 일이다. 고기는 어떤가. 원시인이나 인류 초기엔 사자나 호랑이처럼 날고기를 먹었고 그 이후 불에 익히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식품 가공 기술도 일취월장했다. 현재는 옛 선조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공식품들이 출현해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또 가공 기술이 도를 넘어 초가공 단계까지 이르렀고, 그 결과 가공된 식품이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식품 가공단계를 가공 정도에 따라 구분해 보면, 먼저 오랜 기간 인간은 날것과 비슷한 형태인 ‘최소 가공품’을 먹고 살았다. 물에 씻은 고구마나 감자, 왕겨 벗긴 현미, 간단히 바깥 껍질만 벗긴 보리나 귀리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이후 조금 더 먹기 쉽고 맛을 생각한 ‘거친 식품’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배추를 약간 절이고 여기에 고춧가루와 약간의 양념을 버무린 겉절이, 무를 간단히 잘라 최소의 양념으로 맛을 낸 무채, 햇볕을 이용한 건조식품들이다. 건조식품은 조금 형태가 쪼그라들었거나 조직이 변한 것 외에 원물과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런 거친 식품은 지금도 인간의 음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가공식품이 출현했다. 이들 가공제품은 원료의 특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나 맛과 조직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은 원료를 소금 혹은 당 절임하거나 그대로 상당 시간 둠으로써 미생물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나고 발효 후에는 원재료와는 상당히 차이 나는 조직과 맛이 나는 새로운 가공제품이 탄생한다. 간장, 된장 등 발효 제품은 원료의 원래 성분을 그대로 보존하여 사용하기보다는 미생물이 생산한 효소로 수용성 물질을 분리해내거나 분자가 큰 알맹이인 단백질을 조각내어 소화가 잘되게 가공단계를 거치고 있다.

육류제품인 햄이나 소시지는 어떤가. 고기의 결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제품에 따라서는 분쇄하거나 다져서 원래 육류가 가지고 있지 않은 풍미를 만들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다.

또 우유는 젖소나 양의 젖을 짜서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단백질을 분리해 치즈를 만들고, 유지방을 분리해 버터를 만듦으로써 원료인 우유와는 크게 다른 물성과 성질을 갖는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한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배추나 무를 적당히 염절임 해 조직을 부드럽게 한 다음 고춧가루, 마늘, 양파, 젓갈 등을 다양하게 혼합하여 일정 기간 발효과정을 거치면 원료인 배추나 무와는 조직, 맛에서 크게 달라진 ‘김치’라는 새로운 가공제품을 얻는다.

지금은 이러한 가공단계를 넘어선 초가공 단계의 제품도 많다.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는 설탕 등 당류뿐만 아니라 발효산물로 글루탐산이나 핵산 조미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들 제품이 초 가공제품에 들 것이다. 초 분쇄하여 외피와 씨눈을 완전히 제거하여 얻은 밀가루도 밀의 전분을 포함하고 있으나 전분과 일부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함유한 초 가공제품의 분류에 들 것이다.

또한 과실을 원료로 하여 얻는 맑은 주스류는 과실에 들어있는 펙틴 등 기능성 성분인 식이섬유류를 완전히 제거해 버리고 맑은 액만을 분리한 초 가공식품이다. 발효식초며 알코올음료 등도 당연히 이 범주에 들 수밖에 없다.

최근 이들 초 가공식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가공식품 섭취가 많아질수록 당뇨병 등 만성병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거친 음식에 적응되어 있다. 식품산업에서도 이제 초가공 원료보다는 원재료의 성분, 특성을 살리면서 기호성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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