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살 덜 찌는 ‘저당질 식품’ 단기간 시장 급성장
일본, 살 덜 찌는 ‘저당질 식품’ 단기간 시장 급성장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7.0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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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먹으면서 체중 조절 바라…‘당질제한식’ 부상
코로나 이후 몸무게 늘어난 사람 많아 수요 급증
점포당 매출 1년 만에 9배…제품도 700종 넘어
저당질 빵·라면·시리얼서 맥주·디저트 등 다양화
가격대 높아…대중화 위해 적정 범위서 소비 유도

요즘 병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살 빼라‘는 이야기다. 특히 비만, 당뇨나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이 말을 듣는다. 그래서 작심하고 ‘먹는 양’부터 줄이고, 지방 섭취도 최대한 자제한다. 하지만 중도 포기가 다반사다. 맛에 대한 유혹이 너무 많다. 그래서 금연보다 어려운 것이 ‘다이어트’라고 한다.

요즘은 다이어트에 관한 생각과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무조건 굶어 칼로리를 줄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충분히 먹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또 지방보다 ‘탄수화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최근 유행한 저탄고지나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다. 현대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너무 많아 이를 줄이는 대신 지방과 단백질로 하루 총섭취량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 속에 있는 ‘당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에 당질제한식을 대중화시킨 다카오 병원의 내과 의사 에베코지는 당질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생활습관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향 탓에 최근 일본의 다이어트 식품은 지방보다는 당질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코트라 나고야무역관도 현재 일본 식료품 시장은 기능성 식품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기능성 식품은 지방흡수 예방, 저당질, 저지방, 비건 식품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저당질 시장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고 말했다. 무역관이 최근 전한 일본 저당질 식품 시장을 재정리했다.

▨ 1년 만에 9배 성장한 저당질 제품 시장

일본의 저당질 제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식미래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100종에 불과하던 저당질 제품의 종류는 2021년 기준 700종을 넘어서 7배 이상 증가했다. 점포당 매출도 2020년 연간 450만 원 수준에서 2021년에는 4000여만 원으로 불과 1년 만에 9배가량 성장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유명 드러그스토어인 웰시아는 저당질 제품을 포함한 건강지향 PB상품의 라인업을 2026년 2월까지 현재의 2배인 400품목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로손은 2012년부터 저당질 빵 제품을 출시하고 자사 PB상품에 당질 함유량을 표기하는 등 건강지향 라인업을 늘리며 저당질 제품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지 기업들은 시장 활성화와 함께 다양한 저당질 제품군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자료: 식미래연구소
자료: 식미래연구소

▨ 왜 저(低)당질일까?

인간에게 필요한 주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은 크게 당질과 식이섬유로 구성돼 있는데,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다른 노폐물과 함께 배설되기 때문에 혈당 조절과 콜레스테롤 감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방이 쌓이는 것도 예방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질은 우리 몸에 축적되기 쉬운 성분으로, 다이어트에 해가 되는 주요 원인은 탄수화물의 식이섬유가 아니라 ‘당질’이다. 당질은 인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물질로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포도당은 뇌의 에너지원이 된다. 몸의 에너지원 중 하나지만 많이 섭취할 땐 문제가 된다. 즉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인슐린을 대량으로 분비해 중성 지방 등을 많이 생성하게 되므로 살찌기 쉬워진다.

당류와 당질은 의미가 좀 다르다. 당질은 쉽게 말해 당으로 된 물질로 대표적인 것이 탄수화물이다. 당류는 당질의 일부를 가리키는 것으로써 연결된 사슬고리 형태의 분자 크기에 따라 단당류, 이당류, 올리고당, 다당류로 나뉜다. 당질과 당류는 혈당 수치를 증가시켜 체지방 증가에 영향을 주는 면에서 동일하나 당류의 혈당 증가 속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 식료품을 고를 때에 당질과 당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 ‘당류 제로’는 설탕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다른 당질이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당뇨병 환자는 이를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한다. 당질 제로는 당류 제로도 겸하고 있으며 몸에 저장될 탄수화물이 없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고 당뇨병 환자도 섭취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최근엔 급격한 당질 제한은 근육 약화와 골다공증, 집중력 저하, 피로 증가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고 각자의 몸과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 이후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본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보다는 당질을 줄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저당질 맥주와 빵, 라면, 시리얼 등 제품 종류도 대폭 늘고 있다. (사진=각 사)
△코로나 이후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본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보다는 당질을 줄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저당질 맥주와 빵, 라면, 시리얼 등 제품 종류도 대폭 늘고 있다. (사진=각 사)

▨ 분야별 라인업 현황

○ 주류

일본의 대표적인 저당질 제품은 맥주이다. 일본 주류시장에서 맥주의 위치는 독보적이기 때문에 기능성 맥주 시장 또한 활성화돼 있다. 논알코올 맥주는 물론이고 저당질 맥주의 라인업도 다양하게 구축돼 있어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저당질 맥주를 고를 수 있다. 또한 맥주 외에도 다양한 주류에서 저당질 제품을 찾아볼 수 있어 다이어트 중에도 음주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줄여준다.

○ 식품류

일반 식품 분야에서도 저당질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당질 식품의 경우 설탕을 0칼로리 감미료로 대체하거나 포만감을 곤약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있어, 가공식품에도 이러한 방식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저당질 식품 트렌드는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부분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 저당질 식품은 가공식품이 아닌 주식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이 생겨나고 있다.

일반적인 쌀은 물론 즉석밥에서도 저당질 식품이 있으며, 스파게티와 소면, 우동, 메밀면, 빵 등 다양한 주식 부분에서도 저당질 제품이 존재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식품 업계 1위 업체인 닛신에서도 저당질을 강조한 컵라면, 시리얼 라인업을 구축했고 다른 업체들도 저당질 제품 개발의 개발과 출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당질이 자리하던 부분을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적인 부분에서도 손색이 없으며, 일반 식품의 맛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 디저트류

디저트류는 여러 식품류 중에서도 단맛을 가장 강조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설탕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디저트류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꺼린다. 하지만 저당질 디저트류는 단맛을 유지하면서도 당질을 줄여 체중 감량 중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또 디저트의 주성분인 당질을 단백질, 식이섬유, 감미료로 대체해 먹어도 다이어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 디저트 전문업체들의 제품 개발 노력과 함께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별도의 코너를 두고 있는 때도 있으며, 편의점에서도 저당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는 등 저당질 디저트의 제품 라인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관련 업계 담당자도 이에 대해 “유통 의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으며, 과자 매장에서는 건강 과자 상품 진열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디저트 프랜차이즈 중 저당질 라인업에 가장 힘을 쓰고 있는 업체는 ‘샤토레제’이다. 샤토레제에서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생초콜릿, 피자 등 저당질 제품의 구성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당질 제한을 원하는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 저당질 제품의 가격대

저당질 시장이 대중에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는 ‘부담 없는 가격대’일 것이다. 당질이 없고 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면 시장의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저당질 제품의 가격대는 대체로 동종 제품과 비교하여 0~30%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저당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닛신의 컵라면 제품은 일반 제품이 254엔인데 반해 저당질 제품인 PRO 컵라면은 280엔으로, 약 10%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또 닛신의 시리얼 제품은 일반 제품과 저당질 제품 모두 625엔이지만 중량이 각각 360g, 300g으로 다르므로 동일 중량으로 환산하면 저당질 제품이 20% 더 비싼 셈이다. 하지만 주류시장에서는 일반 제품과 저당질 제품의 가격 차이는 없다.

이처럼 저당질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를 제공하면서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설정해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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