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간편조리식 고성장…맛 현지화에 편의점 노려야
베트남 간편조리식 고성장…맛 현지화에 편의점 노려야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7.1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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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등 간편식 전통…연간 18% 신장 2000억대
한국계 편의점 좋은 플랫폼…떡볶이·호빵 등 즐겨
맛 현지화 필수…레시피 팀, 비용 절감에 단가 조정

베트남의 간편조리식(RT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등을 통한 한식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생활 수준 개선으로 식문화에 대한 의식과 선호도가 급변하고 있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이 뒤따른다면 시장 진출 가능성은 아직 충분해 보인다.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RTE 제품 시장 중 하나로, 2008~2022년 평균 성장률은 아시아 평균 3.9%의 약 4배 이상인 18%를 기록했다. 또 2022년 시장 규모는 1억7334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후 9%의 연평균성장률을 보여 2027년에는 2억7195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성장에는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먼저 현지 식문화와 부합한다. 베트남 사람들의 가정식은 넓은 그릇에 밥과 2~3가지 반찬을 두는 한 그릇 음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식사 방식은 베트남의 농업 사회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농부들은 휴식 시간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는 식문화는 현대까지 유지되어 간편식에 대한 발전을 가져왔다. 그 예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같은 음식이다. 이처럼 현지에서는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었고, 이는 RTE 제품이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베트남 여성의 높은 노동참여율이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여성이 가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높아져 여성이 가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끼니를 해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베트남은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전 세계 평균인 65.1%보다 14%P 높은 79%에 달한다. 이 같은 베트남 여성의 높은 노동참여율은 간편조리식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세 번째는 코로나의 영향이다. 베트남에서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간편식이 더 다양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간편식은 인스턴트 컵라면, 통조림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 영양, 천연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 의식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간편조리식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거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옵션을 제공하는 간편조리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의 RTE 제품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베트남 RT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해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가격 장벽을 낮춘다면 시장 진출 기회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편의점의 즉석 조리대 모습. (사진=GS25 베트남)
△베트남 RT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해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가격 장벽을 낮춘다면 시장 진출 기회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편의점의 즉석 조리대 모습. (사진=GS25 베트남)

◇RTE 플랫폼 ‘편의점’

베트남의 편의점은 다양한 즉석 조리식품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큐앤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점심시간인 12~13시에 가장 높은 방문율을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18~19시의 저녁 시간대가 잇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편의점에서는 한식 즉석조리 코너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떡볶이, 라볶이, 호빵 등을 상시 조리하고 있어 현지인들은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즉석조리식품을 먹을 수 있다. 인기도 대단하다. 떡볶이를 필두로 한 한국 제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따라서 현지 편의점은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제품의 소개지로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맛의 현지화는 필수

한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편의점 관계자는 무역관을 통해 경쟁이 치열한 현지 시장의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맞추는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계 편의점을 예로 들었다. 이곳에서는 한식의 현지화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레시피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레시피 팀은 한국의 전통 음식을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재료, 조리법, 맛 등을 연구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해당 편의점에서 떡볶이나 김밥 등 한식을 맛보면 한국 사람들 입에는 어딘가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베트남 시장에 맞게 음식을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레시피 팀은 현지화 작업을 할 때, 단가 조정작업도 함께 수행한다. 즉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바꾸거나 양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은 현지인들이 구매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장벽이다. 맛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장벽을 낮추는 것이 현지 진출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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