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식 소주 ‘코리언 위스키’로 1000억 성장
증류식 소주 ‘코리언 위스키’로 1000억 성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8.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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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2.5배 확대 힘입어 ‘나무통 숙성’으로 고급화…신제품 속속 시장 도전
하이트 ‘일품진로 23년산’ 8000병 한정 판매…최고가
화요, 오크 숙성 원조 곡물 위스키…작년 매출 500억대
투명한 색, 하이볼 등 조합에 적당…젊은 층 기호 부합
‘미르40’ 등도 인기…롯데칠성·신세계L&B 신상품 준비

작년 증류식 소주가 불을 붙인 국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올해 ‘나무통 숙성 소주’로 타오르고 있다.

나무통에서 소주를 넣어 수개월 이상 숙성하면 나무 향과 색을 머금으면서 위스키 못지 않은 풍미를 띈다. 이런 프리미엄 과정을 겪은 소주 제품들이 올해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라는 새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전망이다.

증류식 소주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2019년 국세청이 발표한 증류식 소주 출고액은 384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집계된 2021년 통계에는 64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2000억 원가량 출고액이 줄어든 희석식 소주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작년 증류식 소주 시장은 출고액 기준으로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올해 ‘나무통 숙성 소주’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이 뜨겁다. 사진은 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22년산과 오크43, 광주요의 화요 시리즈. (사진=각 사)
올해 ‘나무통 숙성 소주’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이 뜨겁다. 사진은 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22년산과 오크43, 광주요의 화요 시리즈. (사진=각 사)

하이트진로는 내달 나무통에서 숙성한 초고가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 23년산’을 선보인다. 하이트진로는 2007년 일품진로를 출시해 국내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일품진로의 2022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6% 증가하며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품진로는 우리나라서 시판하는 소주 가운데 가장 오래 숙성한 제품이다. 제일 비싼 소주기도 하다. 일품진로 한정판은 세계 유명 주류품평회인 ‘2019, 2020, 2021, 2022 몽드셀렉션’에서 증류주 부문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경기도 이천공장 원액 창고에서 풍미가 가장 뛰어난 원액을 선별해 이 제품을 매년 8000병만 만든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 가운데 대부분은 오래 거래한 식당 같은 유흥채널에 공급한다. 시중에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물량은 극히 일부분이다. 이 때문에 매년 출시 때마다 순식간에 매진 행렬을 빚는다. 가격도 매년 오르고 있다. 2018년 일품진로 18년산 출고가는 6만5000원이었으나 작년 일품진로 22년산은 18만원으로 5년 사이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작년 가격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그동안 매년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일품진로 고연산 제품을 내놨지만 올해는 ‘일품진로 오크 43’ 제품 출시에 맞춰 발매 시기를 미뤘다. 지난달 10일 창사 99주년을 맞아 ‘일품진로 오크 43’을 출시했고, 다음 달엔 ‘일품진로 23년산’을 선보인다.

일품진로 오크 43는 ’로열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나무통에서 12년 동안 숙성한 소주 원액을 8% 섞어 만들었다. 일품진로 22년산이나 23년산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나무통 숙성 풍미를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 이로써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알코올 도수 25도)’ ‘진로1924헤리티지(30도)’ ‘일품진로 고연산(31도)’ ‘일품진로 오크43(43도)’까지 고도수 증류주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일품진로 23년산’은 22년 목통 숙성 원액 100%의 증류소주로, 풍미가 가장 뛰어난 중간층 원액만 선별해 긴 시간 동안 최적의 온습도를 맞춰 탄생했다. 한정판매되는 8000병 제품마다 한정판 번호를 부여했으며, 희소가치를 높여 한정된 레스토랑과 업소, 고급 호텔 등에서 판매된다.

광주요의 화요는 2011년부터 나무통에서 숙성한 화요 XP(extra premium, 41도)를 내놨다. 오크 숙성 쌀소주의 원조격이다. 화요 XP는 나무통에서 5년을 익혀야 빛을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는 2020년 우리나라에서 만든 나무통 숙성 증류주 가운데 최초로 이 술을 ‘위스키’라고 인정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위스키를 선정하는 ‘월드 위스키 어워즈(2023)’에서 ‘곡물 위스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덕분에 화요XP는 ‘쌀베니(쌀+발베니 위스키)’라는 별칭을 얻으며 품귀현상을 빚으며 2015년 매출이 109억 원에서 2020년 225억 원까지 5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다. 작년 매출은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화요는 하이볼을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해 편의점GS25와 손잡고 하이볼 타입 제품인 ‘화요 버블리’를 내놓기도.

이밖에 배상면주가에서 내놓은 ‘느린마을증류주’, 미국 뉴욕 한식당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다 국내에도 역수출된 ‘토끼소주’, 조선 3대 명주로 불려온 ‘이강주’,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미르40’ 등도 널리 알려진 증류식 소주로 인기몰이 중이다.

새로운 도전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2021년 생산을 중단했던 ‘대장부’ 이후 증류식 소주 시장에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증류식 소주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여울, 오화, 백아 등 상표를 출원하고 증류식 소주 브랜드명을 검토 중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도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중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는 향이 강하지 않고 색이 투명해 다른 음료나 시럽과 섞어 마시기 좋은 특징을 지녔다. 위스키 대신 증류식 소주로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식”이라며 “기호에 따라 여러 술이나 음료와 조합해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수요에 딱 부합해 앞으로도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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