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기한 대체 ‘소비기한’ 도입의 효과
[기고] 유통기한 대체 ‘소비기한’ 도입의 효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09.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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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어느 식품도 영원히 신선도와 안정성을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통조림 식품이나 동결 식품도 변화가 일어나 유통기한을 정하여 표시하게 되어 있다.

식품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식용하는데 부적합한 상태가 된다. 그 시점은 식품마다 다르다. 가정 내 조리식품을 제외하고 식품을 상품화하며 타인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생산하는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나 저장, 유통조건을 법으로 정하고 식용 가능한 기한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식품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나라가 상품화한 식품을 언제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유통기한을 표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 후 소비 기간을 감안한 유통기간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이 기간을 폐기 시점으로 오해하여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식품이 많이 발생하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매한 소비자가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가를 규정한 소비기한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후 2022년까지 이 제도를 운용하다가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올해 1월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도록 하였다. 잠정적으로 상하기 쉬운 우유 등 일부 품목은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고 모든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법적 효력이 발효되었고 업계가 이를 따르고 있다.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CODEX에서는 이미 2018년 식품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 표시를 삭제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소비기한을 도입하였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구매하지 않고 구매한 후에도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을 폐기해버리는 경우가 소비자의 56.4%에 이른다. 또 2021년 식품안전정보원 통계에서는 유통기한 경과 등의 이유로 폐기되는 식품이 하루에 약 1만5000톤, 연간 547만 5000톤에 이른다.

이렇게 폐기되는 음식물 처리비용은 톤당 20만 원이 소요된다. 더 심각한 것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 가스 발생의 상당 부분은 식품 폐기물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정된 계산에 의하면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할 시 식품 폐기물 감소분은 전체 폐기물 중 1.51%에 이르고 이에 따른 비용 감소분은 165억3500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한 것은 국가적으로 손익계산상 이익을 주는 제도로 부족한 식량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 제도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각 기업은 표기 방법 변경에 따른 포장재 교체 비용을 약 1억6064만 정도로 추정하였으나 유통기한 초과에 의한 회수, 폐기 비율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 여겨진다. 즉 아직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제 이 제도 도입에 따른 손익을 더 정확히 계산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소비기한 도입에 따른 효과분석을 정확하게 시행하며 국가적인 손익을 계산해야 하고 이 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식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이 제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소비기한이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지 9개월이 지났으니 소비자 인식도를 정확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른 홍보계획도 세워 그 취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판매업체에서는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당연히 폐기해야 하나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할인행사를 상시 실시하면 한다. 남은 날짜에 따라 가격을 차등하고 소비자에게도 홍보해야 한다. 못난이 과채류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을 좋은 예로 참고하면 한다.

아울러 이 제도가 실행된 후 실제 폐기량이 얼마나 줄었고 그 효과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부패하기 쉬운 우유 등 소비기한 표기 유예제품에 대한 계획도 예측할 수 있게 실시 시기를 제시,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가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소비자 단체의 힘을 빌려 홍보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그리고 소비기한까지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 폐기되는 식품의 양을 줄여야 한다.

식품은 인간의 생명줄이지만 잘못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지구에 굶고 있는 사람이 수억 명에 이른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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