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산업의 혁신을 위한 통섭의 필요성
[기고] 식품산업의 혁신을 위한 통섭의 필요성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11.07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드테크 새로운 길 개척…이종기술 결합 통한 혁신 필수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전으로 AI(인공지능) 등 SW 기술과 무선네트워크, IoT(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모든 분야에서 상호 연결되어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첨단기술 통합의 개념인 푸드테크(FoodTech)가 새로운 문을 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 동력으로 이미 삼성은 바이오와 의료기술에 IT 기술을 접목하고 있고, 현대자동차에서는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이 융합된 자동차를, SK에서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신에너지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산업계와 사회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학문과 산업, 기술 간 이종 결합을 통해 혁신은 필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 되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자연을 배워 응용하려면 기존의 지식체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융합(convergence) 또는 통섭(consilience)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기업과 사회는 이미 컨버전스, 퓨전, 하이브리드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 예로서 미국 스탠퍼드대학 기계공학과에서는 열대지방의 건물 벽을 자유자재로 기어 다니는 도마뱀의 일종인 도마뱀붙이의 발 구조를 모방하여 발바닥에 수백 개의 인공 미세섬모를 가진 ‘끈끈이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작은 로봇은 1초에 4㎝의 속도로 유리와 타일 등 미끄러운 벽면을 유유히 기어 다닐 수 있는데 이 발명품은 동물행동학이 접목된 사례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전자 회사에서는 휴대폰 시장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까치, 말벌, 귀뚜라미, 소금쟁이를 비롯한 온갖 동물들의 의사소통 메커니즘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통섭이란 이미 의학 분야에서도 의생학, 즉 자연이 이미 고안해놓은 구조, 기능, 섭리 등을 인간의 삶에 응용하려는 노력을 하나의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하기 위해 최재천 교수가 만든 말이다.

식품도 전통적인 식품산업의 기반 위에 IT, BT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되어 기능성과 편의성이 더 높아진 가공식품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식품의 속성 중의 하나는 오랜 기간 우리들의 몸에 익은 식습관을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식생활의 패턴이 양에서 질로 바뀌면서 외식산업 또는 외식 형태의 식품이 일상 식생활에도 널리 사용되면서 다양한 가공식품이 개발, 유통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1인 가구의 수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정조리에 의한 의존도는 급속히 감소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공장에서 가공 처리되고 편의화된 식품의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식품의 경우 현재의 기술 상태 하에서는 열 의존형인 레토르트 식품이 가장 보편화된 살균 기술의 하나이지만 전통 식품의 편의화, 현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하나의 문제가 있다.

즉 장기 보존을 위해 채택되고 있는 고압 가열살균으로 인하여 원료가 갖고 있던 신선미의 상실, 가열취의 발생, 갈변현상의 발생, 조직감의 붕괴 등이 일어나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주력해야 할 분야는 바로 열 의존형 살균방식이 아니라 열을 가하지 않고서도 미생물이나 식품을 변질시키는 효소를 불활성화 시킬 수 있는 비가열 살균 기술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1988년 일본에서 고압 식품에 대한 최초의 심포지엄이 개최된 이래 1990년 4월 일본에서 가압식품 제1호인 가압처리잼이 개발되어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되어 시판되기도 하였으나 큰 시장을 형성하지는 못하였다.

고압 처리기술은 열을 가하지 않고서도 실온에서 4000~6000기압 정도의 높은 압력을 10~30분 정도 유지하면 원료 과실의 색, 향, 비타민C 등과 같이 열분해를 받기 쉬운 식품 성분에는 손실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상업적 살균이 가능한 첨단가공기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소의 불활성화는 이루지 못한 기술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어미 말벌은 자기 자식들의 먹이가 될 곤충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만 부분적으로 마비시켜 자식들에게 늘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만든다고 하는데 이 같은 동물행동은 식품 분야에 있어 저장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로서 깊이 새겨볼 만한 자연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까지 가공식품의 발달은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이어지며, 식품 재료는 가공단계를 거치면 재료의 순수성은 저하되지만 전체적인 가치는 상승한다. 식품 가공의 목적은 위생적인 면에서의 안전성, 기호성, 영양성, 경제성, 편의성 그리고 먹는 즐거움과 함께 각종 만성질병의 예방을 도모코자 하는 기능성 등 여러 가지 특성을 부여하고 향상시키는 것인바 향후의 식품개발 방향은 이와 같은 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고 발전되어져 갈 것이다.

한편 일개미나 여왕개미나 유전적으로 볼 때는 전혀 차이가 없는 똑같은 암컷들이지만 다만 어려서 차세대 여왕 감으로 선택된 개미는 다른 일개미보다 훨씬 양질의 그리고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받아 크고 강하게 자랄 뿐이라고 하는 동물학적 관점에서의 시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아이디어는 전혀 관련 없는 지식에서 터진다고 기사화하고 있다. 영국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를 외과 수술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신속하게 옮기는 방법을 카레이싱 정비팀의 작업절차와 협업방식을 분석해 외과 병동에 도입했다. 그 결과, 환자를 수술하고 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는데 이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혁신을 이룬 것이라 한다.

효과적으로 혁신을 이루려면 메디치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즉 각기 다른 산업과 기능, 문화, 지식이 만나는 교차점(intersection)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결합하면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데, 핵심은 다양성이라 한다.

메디치효과(Medici effect)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결합해 혁신이 일어나는 현상을 경영학에서 말하는 것으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지였던 메디치 가문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는 메디치 가문이 여러 방면의 예술가들을 모았는데,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만나게 되면서 르네상스라는 큰 물결이 일어났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래의 식량 사슬은 사물인터넷으로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주요 정보가 서로 연결되고 조합,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즉 식량 사슬 단계마다 설치된 전자 감지장치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고 스마트기기에 프로그램된 대로 제어되고 통제되어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식량 낭비 저감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개발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이 과일의 익은 정도를 파악하며, 농산물의 종류와 출하를 사전에 기획하고 생산·유통·소비할 수 있는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매트릭스인 식품을 종합적으로 과학화하는 식품산업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은 원료의 신선미를 가공 후에도 최대한 오래 발현되게 하는 것이며 이와 더불어 식품의 생리 기능성이 해명되고 ‘꿈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냉살균기술(비가열살균 기술)이 전통 식품을 비롯하여 모든 가공식품에 접목되고 실용화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 분야에서도 메디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