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시장의 위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6)
유기농 시장의 위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0.10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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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식품 선진국서 코로나 이후 타격
높은 가격 부담…냉동 과채·PB식품에 눈 돌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최근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기농식품의 인기가 줄고 오히려 일반 농식품의 반가공, 냉동 과채류 식품시장이 커지고 있다. 건강과 가치 소비 등이 강조되면서 큰 관심을 끌던 유기농 식품시장이 최근 계속되는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농식품부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면적 비율을 현재 4.5%(7만5000ha)에서 8%(13만3000ha)로 확대하고, 그 시장 규모를 현재 1조4천억 원에서 2조5천억 원 수준으로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그간 친환경 농산물은 웰빙 붐과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부실 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저하, 코로나 이후의 인플레이션과 불경기라는 복병을 만나 차질을 빚게 된 것도 사실이다.

유기농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보면, ‘유기농산물’이란 최소 2∼3년 동안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농약, 생장조절제, 제초제), 가축사료첨가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 광석, 미생물 등과 같은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는 농법을 말한다. ‘유기가공식품’은 유기적으로 생산된 원료를 유기적인 방법으로 가공한 식품이라고 한다.

2022년 프랑스 유기농식품 유통업의 전체 매출은 2021년에 비해 12% 감소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유기농에 대한 실망감이라기보단 높은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유기농에 대해 환경 보존과 공정거래 측면에서 선호하고 있으나, 최근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높은 가격 탓에 소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미국식품산업협회(FMI)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편의성 등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통조림과 냉동 과채류로 눈을 돌리며 유기농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세척과 절단 등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매켄지의 설문 결과에서도 불경기가 느껴진다. 유럽 소비자의 50%는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PB제품을 찾고 있으며, 전체 소비자의 35%는 기존에 이용하던 프리미엄 브랜드를 바꿨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2년 유럽 PB제품의 총매출이 2021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사실 세계 유기농 면적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해 왔고, 유기식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왔었다. 우리나라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3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가 끝나면서 물가 상승, 불경기, 인플레의 영향 등으로 유기농 같은 프리미엄 식품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리고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두 가지 농산물은 과학적으로 시험, 검사를 통해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실시한 시판 중인 유기농과 일반 우유제품의 영양소와 유용성분 분석 결과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유기농은 화학비료, 화학농약, 합성첨가물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학적 안전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생물학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취약하다. 그 이유는 바로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 등 유기비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기농의 생물학적 위해의 노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학이나 물리적 위해요소와는 달리 살아있는 생물이라 잘못된 온도나 환경 노출 시 시간 경과에 따라 증식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유기농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지나친 맹신 또한 소비 시 부주의로 이어져 최근 잇따른 대형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해한 미생물에 오염된 유기농 제품은 육안이나 감각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매 시 판별해내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소비자는 유기농산물의 안전을 과신해 세척과 소독을 소홀히 하며, 부주의한 보관으로 오염된 미생물의 증식을 유발해 그 위험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일반제품이었다면 세척을 철저히 하고 껍질과 상처 난 부위를 제거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섭취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소비자 스스로가 유기농산물은 무조건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유기농산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소시모는 안전한 유기농 제품 구입 및 섭취 요령으로 공인된 인증마크 확인, 유기농 전문매장이나 믿을 만한 생산‧유통업체에서 제품 구입, 유기농 과일‧채소라도 꼭 세척해 섭취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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