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鹽)의 가치와 짠맛의 오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8)
소금(鹽)의 가치와 짠맛의 오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0.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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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과잉 섭취 논란…정상인은 걱정할 필요 없어
식품 중 나트륨 함량 줄이기, 품질·안전성에 영향

요즘 온 세상이 소금 때문에 난리다. 짠 음식은 모두 나쁜 정크푸드로 취급당한다. 음식 짠맛의 주인공은 바로 소금(NaCl)인데, 이 소금의 40%는 나트륨이 차지하고 있다. 소금은 예로부터 육류와 채소 등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혈액의 0.85%를 차지하는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겐 필수물질이다. 나트륨(Na) 이온이 혀의 수용체에 닿는 순간 우리가 짠맛을 느끼게 돼 조미료 역할을 하며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해 음식을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저장해 주는 보존제 역할도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오래전 소금은 곧 칼이고 권력이었으며 부의 원천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금으로 노예를 사기도 했고 결혼 혼수로도 썼고 귀한 손님에게만 짠 음식을 대접했을 정도로 소금이 귀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시절 많은 사람은 나트륨 결핍으로 고통을 받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일일 소금 권장섭취량을 5g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g에 해당하는 양인데, 미국과 캐나다는 조금 높은 2.3g을 권장한다. 그러나 생존에 필요한 1일 최저 소금 섭취량은 0.5∼1g에 불과해 현대인들에게는 나트륨 결핍이 거의 없다.

오히려 요즘엔 소금의 과잉섭취가 문제시돼 세계적으로 소금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죽하면 소금세(salt tax)까지 물리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한다. 우리 국민은 평균적으로 매일 3.89g의 나트륨(Na)을 먹는다. 소금(NaCl)으로 따지면 9.72g인데, 일본 10.7g, 영국 9.0g, 미국 8.6g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꽤 많이 먹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의 약 80%는 찌개, 반찬 등 부식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식생활 특성상 장류, 젓갈, 김치 등 소금에 절인 고염식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고 간편식, 외식산업의 성장 등으로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소금은 과량 섭취 시 고혈압 등 인체에 해를 주고, 부족해도 체내 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물질이라 참 다루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트륨을 그리 무서워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의사인 앤드루 멘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트륨 과량 섭취 시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지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높이지 않아 정상인의 경우 소금을 많이 먹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멘트 교수는 나트륨 저감화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고혈압이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금은 소금 과잉섭취의 시대라 인류가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인류의 목표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지 ‘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소금을 죄악시해 반드시 꼭 써야만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되는 음식들까지 저감화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저염 급식 김치의 대규모 식중독 사태도 나트륨 저감화의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양(量)이 독(毒)을 만든다. 과식하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모든 음식이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싱겁게 먹는 것이 좋긴 하다. 그러나 짠맛 나는 음식이라고 해서 나트륨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은 오해다. 짠맛과 나트륨 함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짠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줄인 저염 간장, 저염 소금 등이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은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 함량을 높였기 때문에 신부전증 환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하는 단점도 있다.

궁극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마인드와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 스스로가 식품 구매 시 ‘나트륨 함량표시’를 보고 생활 속에서 나트륨 섭취를 조절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균형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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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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