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산물 비브리오 패혈증 식중독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7)
미국 수산물 비브리오 패혈증 식중독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5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10.16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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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염성 해수 세균…오징어 등 날것 섭취하면 발생
미국 사망률 20%…생식 피하고 2차 오염 방지를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사는 40대 한 여성이 덜 익힌 생선을 먹고 균에 감염돼 사지를 절단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지난 7월 인근 시장에서 틸라피아 생선을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려 사망했는데, 손가락, 발, 아랫입술이 모두 검게 변했고 사지 네 개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50~200건의 비브리오패혈증 감염 사례가 보고되며, 감염자 5명 중 1명은 사망했다고 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덜 익힌 생선을 먹거나 상처가 난 피부에 오염된 바닷물이 접촉되면 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에 있어 세계 최고다. 수산 강국인 노르웨이, 일본인보다도 많이 먹는다. 2019년 기준 포르투갈(57.2kg)과 한국(56.6kg)이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고, 중국(46.6kg), 스페인(39.5kg), 일본(37.8kg)이 뒤를 잇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약 20년 전인 2002년도 소비량 36.8㎏보다 거의 65%나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수입 수산물 증가율도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생선을 좋아하는 나라다. 특히 횟감 생식(生食)을 좋아해 어패류를 통한 병원성 미생물의 위해 노출 확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수산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병원성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생물학적 요인과 항생제, 중금속, 잔류화학물질, 자연독, 방사능물질 등 화학적 요인, 이물, 미세플라스틱 등 물리적 요인이 있다. 지금 방사능 물질이 뜨거운 감자인데, 사실 위해성으로 볼 때 더 무서운 건 병원성 생물체다. 우리나라 연안도 더 이상 생물학적 위해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전라남도 광양 해변에서 채수한 해수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확인된 바 있고 남해안 생굴에서 노로바이러스 오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염비브리오균(Vibrio parahaemolyticus)과 유사한 Vibrio vulnificus균은 비브리오패혈증의 원인균으로 1970년 New England 해안에서 해수욕이나 조개를 줍던 사람의 피부 상처로 침입해 괴저병을 유발해 처음 보고되었다. 사람에게 창상(wound=vulnus)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Benekea vulnificus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의 V. vulnificus로 명명되었다. 이후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에서 장염비브리오와 다른 특징인 젖당을 분해한다는 점에서 V. vulnificus를 lactose-positive vibrio로 칭했다. V. vulnificus균은 장염비브리오와 같이 바닷물에 사는 호염성 해수세균으로 4℃ 이하나 45℃ 이상에서는 증식하지 못하고 가열에도 매우 약한 편이라 익힌 음식을 통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염경로는 오염된 어패류 섭취로 발병하는 ‘경구감염’과 오염된 해수가 피부 상처에 접촉함으로써 균이 침입해 발병하는 ‘창상감염’의 두 가지가 있다. 경구감염의 잠복기는 12~72시간이고, 증상으로는 오한, 발열, 저혈압, 피로감, 위장 증상 외에도 사지의 경미한 통증, 수포 등 창상감염과 유사한 피부병변 등 패혈증 특유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당뇨병, 간질환, 알코올중독 등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진 만성질환자에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발병 후 치사율은 5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창상감염은 해수에 접촉된 창상 부위에 발적과 홍반이 나타나고, 심한 통증이 수반되며 수포와 괴사가 형성되는데 예후는 양호하고 치사율은 약 25%로 패혈증보다는 낮다.

국내에서는 V. vulnificus균에 의한 패혈증 환자가 1979년에 처음 발생했다. 그러나 원인을 알지 못하다가 1981년에야 밝혀졌다. 비브리오 식중독의 원인 식품은 주로 어패류다. 해수의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증식이 활발해 여름철 근해산 고등어, 문어, 오징어, 피조개 등의 표피, 내장, 아가미 등에 부착하고, 이들을 날 것으로 섭취 시 식중독이 발생한다. 이들 식품을 장시간 실온에 방치한 후 날 것으로 섭취 시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고 어패류를 다룬 칼, 도마, 행주 등 조리기구에 의한 교차오염도 중요한 오염경로가 된다. 특히 비브리오패혈증은 강과 바다가 합쳐지는 특수지역에서 수온이 18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5~6월부터 여름철까지 주로 문제가 되므로 이런 지역에서 생산된 해산물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어패류의 취급에 주의해야 하며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해산물을 조리할 때나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 바닷물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어패류를 저온에 저장해 균의 증식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담수(수돗물 등)에 일정 시간 담가 두었다가 먹는 것도 호염균인 비브리오균의 제거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활 어패류를 취급할 때 전용 칼이나 도마를 사용해 2차 오염을 방지하며,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어패류 취급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균은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어패류 생식을 피하고 가열 조리해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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