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식량 개발의 재점검 필요성-C.S 칼럼(459)
전투식량 개발의 재점검 필요성-C.S 칼럼(459)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3.10.3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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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전쟁의 돌발성 상기시켜
잘 먹어야 승리…장기 보관·섭취 쉬운 제품 개발을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러-우 사태와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으로 인해 전 세계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으며, 3차 대전 촉발 가능성에 대해 민감해져 가고 있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참전용사들에게 보급되는 전투식량은 정말 중요하다. 나폴레옹은 “군대는 위장(胃腸)으로 행군한다”라고 말했다. 즉 “잘 먹어야 잘 싸운다”라는 뜻이다. 나폴레옹의 말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터에 안전하고 영양 보충이 충분한 전투식량을 제때 잘 공급하는 것은 전투의 승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전쟁이 발발하면 적군의 보급로 차단을 통해 식량이 제때 공급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통적인 전법 중 하나이다. 실제 사례들이 많지만, 고려가 거란족과 싸울 때 고려군이 내륙으로 퇴각하면서 거란족을 내륙 깊숙이 유인해 끌어들이고, 퇴각의 길목에서 모든 보급 물품이나 식량을 없애버려 적들을 굶주리게 한 귀주에서의 일전은 유명하다. 반면 6‧25 전쟁 당시 다부동 지역 전투에서 치열한 공방으로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던 국군 제1사단이 개전 시 충분한 양의 식량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초기 철수작전의 실패로 많은 양의 양곡을 망실했고, 거기에 북한군이 보급로를 차단하여 군수보급에 어려움이 발생해 이후 작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실이 있다.

사실 전투식량은 보존식과 함께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에서 찾아보면 438년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 때 편찬된 ‘테오도시우스 법전’에 전투식량에 대한 첫 기록이 나온다. 부첼라툼과 빵, 와인과 식초, 베이컨, 양고기 등을 원정을 나가는 병사들에게 반드시 제공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부첼라툼은 로마인들이 먹던 보존식 빵인데, 건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보존식의 발전은 소강상태였다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면서 보존식의 필요가 대두되었다. 15세기 신항로 개척으로 열강들이 장거리 항해에 나서면서 앞다투어 바다로 진출했고, 그에 따라 오랜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보존식이 발달해 갔던 것이다. 당시는 대부분 목재를 사용해 건조된 배였기 때문에 배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기가 힘들었다.

이는 각국의 해군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개발된 것이 쉽비스켓이다. 네 번 이상 구워 아주 딱딱해 물에 불려먹기 일쑤였다고 한다. 또 바다 생선을 찬바람에 말려 요즘 북어포와 같은 것들을 먹기도 했다.

18세기 말 나폴레옹은 정복 전쟁을 준비하면서 식량 보급을 개선하고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1200프랑(현재 2억 원의 가치)을 걸고 조리된 채로 장기 보관할 방법에 대한 공모전을 열었다. 1804년 제과업자인 니콜라 아페르가 음식물을 병 속에 담아 3주 이상 보관하는 데 성공하여 이 상금을 수상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때 무사들이 삶은 콩을 말안장 밑에 보관해 말의 체온을 이용하여 콩을 발효시켜 먹었는데, 그 이름을 ‘전국장(戰國醬)이라고 하였고 지금 우리가 먹는 청국장의 기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로 정전협정을 맺은 휴전 중인 나라이다. 언제든지 국지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 대응 여하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처지이다. 그런 점에서 접경지역에서 돌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국군통수권자와 군지휘관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다.

또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하면서도 병사들의 영양 섭취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장기 보존이 가능한 전투식량 개발이 아주 중요해 보인다. 평상시 병사들의 급식 식단관리도 잘해야 하겠지만 유사시 전투 현장에 보급이 용이하고,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투식량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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