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연보존제, 새로운 영역이다
[기고] 천연보존제, 새로운 영역이다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12.0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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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맛·냄새·조직에 긍정적 영향…항균·항산화 기능도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인류 역사와 함께한 먹을거리, 식품은 생명 줄이면서 이 먹거리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도 불사하였다. 지금의 전쟁도 깊이 그 원인을 찾아가면 인간의 끝없는 욕심, 더 많이 먹을 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본능과 만난다.

식품은 근본적으로 자연이 마련해준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며 이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꾸준히 개발, 발전시켜왔다. 특히 변질이 쉽게 일어나는 식품의 경우 이들을 어떻게 오래 저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건조와 염장, 조림 등의 방법을 활용하였다. 이후 미생물이나 효소가 변질, 부패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들 미생물 등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보존제(일부 방부제라 하나 식품에 사용은 부적절한 용어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과학의 발전으로 제일 먼저 검토된 대상이 다양한 화학물질을 이용한 식품의 장기 보존이었다. 이런 유의 제품을 인공합성보존제로 분류하고 있는데 부패 관여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살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화학물질을 일컫는다. 가장 흔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솔빈산, 안식향산류, 프로피온산 등의 염류가 있으며 이들의 사용은 대상 식품이나 사용량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하는 이유는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인데, 소비자들은 이를 우려해 인공합성보존료에 대하여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생산자들도 이를 참작해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대체할 방법을 찾아왔다.

통조림이나 레토르트식품 등 완전 살균제품의 경우 장기저장의 문제에서 자유로우나 냉장이나 그 외 상온유통제품은 항상 장기 보존에 따른 위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따라 소비자의 거부반응이 덜하면서 항균, 또는 정균(미생물의 성장 중지) 기능이 있는 천연보존제에 대하여 많은 학자와 식품 산업체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천연보존제를 크게 나눠보면 식물, 동물, 미생물 기원이 있다. 이들 물질은 세균, 효모, 곰팡이의 증식 억제 능력이 있거나 혹은 증식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식물류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천연보존제를 얻을 수 있는데, 정유와 허브, 향신료 등이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식물의 잎, 꽃, 씨 등이 천연보존제를 얻을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오리가노와 타임, 로즈마리, 계피, 정향 등의 추출물이나 정유가 좋은 소재가 되고 있으며 향신조미료인 마늘과 생강, 울금 등은 가공식품 조합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

동물 기원 천연보존제로는 박테리오신(bacteriocin)이 대표적이고 주로 미생물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이들은 발효식품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니신(nisin)도 여기에 속한다. 동물단백질 분해 산물인 defensin, cathelicidins 등은 폭넓게 위해미생물 증식 억제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이 생산하는 bacteriophage 등은 천연 항균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식물과 동물, 미생물로부터 얻는 항균물질은 충분히 새로운 천연보존제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이런 유의 천연보존제는 인공합성보존제와는 다르게 식품의 맛과 냄새,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또한 상당수의 천연보존제는 항균 활성뿐만 아니라 항산화 기능을 같이 갖고 있어 산패를 지연시켜 품위유지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아울러 염증성 질환 발생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강 기능성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천연보존제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검토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천연보존제들은 광범위하나 특정 식품에만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육가공 제품에 어울리는 정향, 로즈마리, 오리가노 등은 향미 면에서 최종 제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지만 천연보존제를 사용한 경우, 대상 식품의 성분과 반응 여부도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탕물질과 작용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향미를 내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관능성에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인공합성보존제의 경우 대부분 향이나 맛이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천연보존제는 고유의 향이나 맛이 있어 이들이 사용되는 식품에 어울려 상승효과를 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역의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용하는 식품에 따라서 향과 맛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천연보존제는 법적으로 허가된 것도 있으나 bacteriophage 등 특정 미생물에 효과가 뚜렷하나 법적으로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첨가물공전에는 인공합성과 천연보존제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으나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어 천연보존제의 사용범위가 넓혀지기를 기대한다.

천연보존제의 또 하나 제약 요인은 인공합성보존제보다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천연보존제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경제성을 더 앞세우기보다는 소비자가 건강하고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연보존제 연구가 활성화되어 세계시장에서도 우리 제품이 더 넓게 선택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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