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산업의 태생적 책무
[기고] 식품산업의 태생적 책무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3.12.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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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산업으로 무거운 책임…자동화율 높이는 데 한계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소비자는 먹는 식품에 가장 예민하다. 이는 영양공급을 위한 건강상의 이유와 먹는 즐거움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못 섭취하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 제조업체에서도 한 번의 실수로 사업의 사활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위생, 안전 문제와 함께 품질 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관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지만, 안전 관리가 허술한 나라에서 수입한 제품은 믿기 어려워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중국산 제품은 수입량이 많고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관심이 높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선호도가 떨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벌어진 알몸 김치 사건과 맥주 공장 방뇨 사건 등이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중국 김치 수입량이 급감했고 맥주 판매량이 많이 감소하였다. 외국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자국 판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 실적을 하루아침에 까먹어 버린 결과를 낳았다. 식품업체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공산품과는 다르게 식품은 우리가 직접 먹고 있고, 생명과 직결되는 품목이므로 누구나 큰 관심을 둔다. 사실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하루에도 수십만 개에 이른다. 또 사용하는 원료는 농‧축‧수산물과 향신료 등 부재료까지 합하면 적게는 10여 종목, 더 복잡한 제품은 수십 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제품이 다양하다고 해서 개별 품목관리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오염빈도가 높은 토양이나 해수와 관계있고 생산, 유통, 저장 중 이들 원료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공 중에 아무리 철저한 관리를 하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다.

또한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계화가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관련 산업과는 다르게 식품공장은 기계화나 자동화 비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계가 하지 않으면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사람은 기계에 비하면 비의도적인 범실을 범할 기회가 훨씬 높다.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경우 개개인에 대한 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우 촬영되어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사건으로 비화하였지만, 전파매체가 없었다면 그냥 묻혀버릴 일이었다.

식품의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또 식중독 미생물 오염이나 중금속 등 독극물처럼 치명적 피해로 번질 수도 있지만, 이물이나 비위생적인 물질처럼 한정된 범위에서 소비자 피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이번에 벌어진 김치의 알몸 세척이나 맥주 방뇨 사건 등은 직접적인 위해보다는 감정적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 사고로 인한 위해는 크고 작을 수 있지만, 문제는 사고의 종류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해당 식품을 구매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손님들이 조리과정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식당 주방을 개방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 내가 주문해 먹을 음식이 주방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보면서 그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다시 찾고 싶은 업소가 된다. 이러한 효과 차원에서 기업 이미지 개선과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식품업계의 공장견학 프로그램도 적극적 활성화해야 한다.

한 식품공장에서 아무리 많은 제품을 생산해도 소비자는 자기가 지금 먹고 있는 제품 하나로 해당 제조를 평가하게 된다. 수만 개 제품이 매일 생산되어 유통되어도 한 개의 제품이 그 공장을 대표하는 것이다. 식품제조업 관계자는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산업이면서 인류의 발원부터 시작해 언제일지 모를 종말까지 함께할 산업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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