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효식품의 또 다른 역할
[기고] 발효식품의 또 다른 역할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01.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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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장내 건강에 영향…포스트바이오틱 새로운 영역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장내 미생물(microbiome)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사이 온 지구인에게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으며 식품, 특히 발효식품이 그 핵심에 있다.

발효식품 생산에서 주된 기능을 하는 미생물이 관련 식품을 만드는 역할 외에 미생물 자체나 발효과정에서 만든 여러 산물은 물론 생을 마감한 미생물도 우리 장내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Probiotic)이 장 건강에서 인체 건강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일반론이 되었다.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비옴은 장 건강에 크게 관여함은 물론 면역, 뇌 건강, 인간의 감정까지 영향을 끼친다. 실로 인체 생리기능에 폭넓게 상관관계가 있음이 속속 알려지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영역에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장내세균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기능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발효식품의 종주국인 우리 식단의 우수성을 다시 조명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세계 여러 나라는 살고 있는 여건과 기후 풍토, 산물에 따라 다양한 발효식품을 즐기고 있다. 발효식품을 먹은 역사는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시기와 같이하고 있으나 발효의 원인과 관리 방법을 알아내기는 겨우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효식품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고 지금도 세계 많은 나라는 자국의 전통 발효식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자연 발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미생물을 관리해 품질 균질화, 제품의 안정적 생산, 보존성의 향상 등을 꾀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얻은 전통 발효식품은 미생물을 관리하는 순수 발효제품과는 다르게 다양한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하고 있으며 생산지나 생산 시기에 따라 다른 미생물이 작용하고 있다. 미생물의 다양성으로 품질 차이가 나며 맛이 달라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순수 미생물을 이용한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요구르트와 발효 치즈를 들 수 있으며, 주로 서양에서 시작해 국내의 모든 요구르트 생산 업체도 손수 발효를 하고 있다. 자연 발효에 의존하는 경우는 우리 김치가 대표적이다. 오랜 기간 자연 발효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원료와 시기, 그리고 자연 여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저장기간도 같지 않다.

따라서 관여하는 미생물은 다양성이 있고 이들 미생물은 각기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많은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하고 있어 전통 발효식품은 새로운 미생물을 탐색하는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주요 식품 대기업에서는 선발된 우수 균을 이용하여 김치 발효를 관리하고 있으며 품위의 다양화, 저장기간의 연장, 가스 발생 억제 등 이점이 있다고 알려졌다. 수출 제품의 대부분은 균주를 관리한 제품들이다. 그 외 장류 제품에서도 전통 방식의 발효를 도입한 제품의 경우 자연 발효에 의존하여 관여 균의 관리가 되지 않으나 대량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대부분 선발된 균을 접종하여 발효관리를 하고 있다.

자연 발효에 의존한 전통 장류의 경우 관여 미생물의 다양성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발효 여건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다. 전통 발효식품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이 프로바이오틱으로 그 기능이 알려지고 있으며, 기능성을 갖는 프로바이오틱을 분리, 이용할 때 좋은 분리원이 되고 있다.

장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작용을 크게 미생물 자체가 영향을 주는 프로바이오틱, 이들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prebiotic), 그리고 이들 장내 유익균이 증식하면서 생산하는 다양한 대사산물인 단백질, 펩타이드, 항산화물질, 뉴클레오타이드, 폴리사카라이드(β-glucan 등)를 포함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등에서 또 다른 기능성, 즉 포스트바이오틱(postbiotic)이 발현되고 있다.

포스트바이오틱은 새로운 영역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프로바이오틱 기능을 갖는 미생물의 사균체에서도 다른 기능성이 확인되고 있어 살아있는 미생물과 함께 사균(死菌)도 기능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인간 체세포보다도 그 숫자가 10배 정도 많으며 이들이 가진 유전인자도 우리 인체가 갖고 있는 숫자보다도 10배 정도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인간은 이미 장내 미생물과 손잡고 서로 돕고 돕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심지어 면역기능도 장내 미생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공복을 느끼는 기작도 장내 미생물이 장세포를 통하여 우리 뇌에 전달하는 신호로 알아차린다는 이론이다.

장내 미생물의 조합이나 장내에 생존하는 미생물에 의해 우리 건강은 물론 생체 기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프로바이오틱은 상주하기보다 계속 공급되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 김치, 장류 등을 상식하는 한국인이 세계 최장수국에 드는 것은 이들 발효식품 덕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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