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 금지 특별법의 국회 의결 의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0)
개고기 식용 금지 특별법의 국회 의결 의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7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1.2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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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아닌 반려 동물로 간주…동물복지 선진국 진입
국민 93% 먹을 의향 없어…축산법상 가축에서 제외를

1월 9일 식용 목적 개의 사육농장 및 도살, 유통, 판매시설 등을 신규 또는 추가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이 공포되면, 즉시 식용 목적 개의 사육농장 및 도살, 유통, 판매시설 등을 신규 또는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 전면 금지되며, 사육농장은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운영현황 등을 지자체에 신고하고, 6개월 이내에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포 후 3년 후부터는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도살 시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판매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이는 작년 7월 8일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벌였던 ‘2023 개(犬)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에 대한 화답이며,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특별법 의결의 의미는 우리나라 국민은 개를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개고기를 위험한 질병의 근원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고기를 콜레라, 광견병과 같은 질병의 근원이며, 가축에 기생하는 에키노코쿠스(Echinococcus)의 감염원으로 경고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 등지에서는 개고기로부터 콜레라균이 종종 검출된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 국제행사를 많이 치르는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개고기 식용 문제로 다른 나라 눈치를 살피며 골치가 아팠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로 농식품부가 ‘개고기 식용’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 지 6년 만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개고기 식용 ‘인정 vs 근절’ 문제에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 왔다.

현행법상 애완용 강아지 사육장만이 안전관리 대상이었고 식용 개 사육장은 불법이라 위생·환경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우리나라 「축산법」상에는 개가 가축으로 등재돼 있으나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축산물로 등재돼 있지 않아 개고기는 식육(食肉)으로의 판매 자체가 불법이었다. 게다가 개고기를 파는 영세 상인들을 전통적 생계형으로 봐 단속, 처벌하지 않았다.

과거 영향력이 막강했던 중국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예로부터 개를 식용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개를 반려의 상징으로 존중하는 의식 확산과 닭, 소, 돼지 등 풍요로운 육류 생산으로 인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개 식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필리핀은 1998년, 태국과 대만도 2천 년대 초반 이미 개 도살과 식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중국은 개고기 식용의 원조답게 전 세계에서 개고기 소비량이 가장 높다. 매년 전 세계 도축량의 3분의 1 수준인 천만 마리 이상의 개를 도살해 식육으로 거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중국은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개를 가축이 아닌 애완동물로 재분류했다.

중국에서는 소, 돼지, 토끼, 낙타 등 기존 17종의 전통 가축과 순록, 꿩 등 16가지의 특별 종을 가축 및 가금류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COVID-19)의 발원지라는 오명을 씻고자 한 중국 당국의 새로운 제한 조치로 중국 농무부가 문명화와 식습관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개 식용을 불법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개고기 소비가 많은 베트남뿐이다. 그러나 연간 5백만 마리에 달하는 개를 잡는 베트남도 최근 개고기 식용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법적으로 금지하진 않으나 높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은 개·고양이를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도 과거 가난과 기근으로 단백질원이 부족해 개고기라도 먹은 것이지, 개고기 식용이 전통도 문화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개고기가 아니라도 육류가 넘쳐나는 시대고 대체육도 넘친다. 게다가 개(犬)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다. 미국을 포함한 상당수의 유럽 등지의 국가에서는 말(馬)도 먹지 않는다. 이는 중세 기사의 상징이고 사람을 구해주는 동물이라 그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고 전통이다. 최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의 설문조사 결과, 우리 국민 94.5%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고 답한 국민이 93.4%에 달했다고 한다.

이번 특별법 제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법 공포 즉시 개고기의 식용을 금지해야 하는데, 3년이란 긴 유예기간을 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당장 위생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개고기의 불법 유통, 판매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최근 중국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고 애완동물로 재분류했다. 이번 특별법에 따라 우리나라도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즉시 제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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