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이물, 관리는 하되 시장 자율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8)
식품이물, 관리는 하되 시장 자율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6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1.0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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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 관리 성공적 정착…가공식품 4300건서 정체
규제 완화 측면 범위 축소 등 법 개정 검토할 때

이물(異物)은 「식품위생법」 제4조에서 “다른 물질이 섞이거나 첨가(添加)된 것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등으로 관리하고 있고 식품공전의 원료 구비조건에도 규정돼 있으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제)에서도 물리적 위해요소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연쇄적인 이물 사건으로 인해 2010년 추가적으로 「식품위생법」 제46조에 근거해 ‘이물 보고제도’가 고시되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식품시장의 규제는 작게는 한 제품, 한 기업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크게는 산업 전체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어 정부의 식품산업 관련 규제는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수립돼야 한다.

물론 이물관리 제도는 그간 우리나라 식품제조업체의 안전관리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한 매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식품산업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고 전체 산업 매출도 2배 가까이 증가한 80조 이상이며, 시판 제품의 80%가량이 HACCP 제품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시작된 배달 앱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이물 통보 의무화로 배달 음식의 이물 보고가 작년 기준 1만 6442건으로 급증한 반면, 가공식품의 이물 발생은 4300건에 머물러 있고 약 7년간 답보상태다. 그러나 이물 관련 보도는 급증했고 블랙컨슈머의 횡포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보고된 이물 발생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 부담과 식품업계의 관리 비용 및 인력이 크게 발생해 식품 가격의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2017~2022년 6년간 발생한 이물 종류별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벌레(25%)를 위시한 곰팡이(15%), 금속(9%), 플라스틱(9%), 유리(1%) 등이 주원인이다. 살아있는 벌레는 식품을 보관 취급하는 과정 중에 주로 혼입되고 곰팡이는 보관·유통 중 용기·포장이 파손되거나 뚜껑 등에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식품 유형별로는 과자류, 즉석섭취 편이식품, 빵·떡류, 면류, 커피, 음료류 등의 순으로 이물이 많이 보고된다. 제조단계에서 발생한 이물은 2016년 기준 12.8%에 불과했고, 그중 절반이 조사 불가 또는 판정 불가인 상황이라 제조 이외의 영역에서의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도 의무신고(보고)제 시행 이후 꾸준한 정부의 노력과 기업들의 시설투자, 기술 수준 향상 노력, 교육과 소비자의 참여 등으로 신고(보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는 있으나 2017년부터는 정체된 상황이다. 이렇게 이물 신고(보고) 건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식품업계의 안전관리 소홀이나 투자 부족이라기보다는 식품의 특성상 제조․유통 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까지도 보고 대상이라 그렇고 더 이상 줄이기 어려운 이물 관리의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식품 중 이물 발생은 완전 예방이 불가능해 미국 등 식품 안전 선진국조차도 생쥐, 벌레 등 많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고의성 없고 위해성이 낮은 경우, 크게 문제 삼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간여하지도 않는다. 이물 발생은 대부분 기업과 소비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PL(제조물책임)법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PL법을 2002년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회수(recall) 역시 1995년에 입법화되어 시장에서의 해결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물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 제도 시행 13년의 현시점에서 이물 관리를 시장 자율로 돌려줄 때가 됐다고 본다. 우리 식약처의 정책 기조도 ‘국가가 주도하는 안전관리에서 개별 기업이 관리하는 안전’, ‘안전과 무관하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규제는 적극 완화’로 가고 있기에 때를 만났다고 생각된다.

즉, 이물 규제를 궁극적으로는 현행대로 「식품위생법」 상 이물로서만 관리하되 정부에서 일일이 보고받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이물 관리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개별 기업이 자율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최근 환경부의 일회용품,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의무에서 자율로 바뀐 것을 보면 자율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13년간 시행해 오던 규제를 한 번에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과 소비자의 여론, 국회 등 법 개정과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이 명분과 동력을 실어줘야 가능하므로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방안일 것으로 생각된다.

단기에는 일단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유리나 금속성 이물 등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만 보고토록 하고 혐오감을 주는 것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신고자에게도 입증 책임을 지게하고 오인 또는 허위신고 시에는 무거운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허위신고 건수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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